너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
슬펐고 아팠고 행복했던 562일..
이제는 내 가슴속 한켠에 추억으로 간직하려고 해.
2015년 1월..내 나이 26살, 네 나이 23살에
처음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때, 너가 나에게 말했었지
내게 어떤 상황이 처했어도 내가 말못하고 못듣고 못걷는 장애인이 되더라도
날 무조건 사랑해줄 수 있다고..
그 말을 너는 562일동안 나름 잘 지켰어.
나 또한 남부럽지 않게 사랑받고 행복했어.
하지만 우리에게도 결국 넘지못할 벽이 있더라..
절대 싸우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우리가
어느새 서로의 단점을 고집하고 내세우며
서로를 야단치고 깎아내리기를 반복했고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았던 헤어지잔 말도 참 많이 했어.
참 웃기고 추억거리가 된 이야기지만
치킨과 돈까스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널 위해
2~3일에 한번씩 꼭 치킨과 돈까스를 먹었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항상 설사하는 내가
너와 헤어지고 나면 항상 복통에 힘겨워했어
초밥을 절대 먹지 못하는 내가
널 닮기위해 코를막고 초밥먹는걸 연습했고
편두통 때문에 피시방을 가지않던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널 위해 피시방에 매일10시간씩 있었어
사소한것들이지만 이렇게나마 너에게 맞추고 싶었고
말은 안했어도 이렇게하면 닮아간다고 생각했어
데이트를 하던도중 늘 네 엄마에게 전화가 오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너는 달려갔고
어렸을적부터 20살이 넘어서도
너는 네 부모님께 반항 한번, 거절한번 한적이 없어서인지
늘 부모님 말씀대로만 듣고 행동했었지.
그런 너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어
나는 내 부모님께 그러질 못하고 자랐으니까,
늘 불효만 저지르며 지내온 나였으니까
그런 너를 보면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우리에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어.
늘 나는 너에게 말했어
이제는 니가 하고싶은것을 시도해도 된다고,
이제는 아니라고도 대답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다 우리 둘의 훗날을 위해서였는데
너에게는 준비가 아직 덜 됐었나봐.
우리가 사랑한지 5개월째 접어들었을때
갑작스레 군대 이야기를 하던 너..
어머님께서 직접 입영신청을 하셨다고
어쩔 수 없다며 입대 3주전 내게 통보를 했을때
나는 하늘이 무너질 듯 펑펑 울었지.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는 곳,
사랑하는 연인들은 한번쯤 겪어야 하는 시간,
누구나 다 겪는일.. 내게도 닥쳤을때
막상 듣고나니 참 눈물이 많이 나더라.
입대 하루 전..
이슬비와 소나기가 내리던 무더운 여름날,
내가 새 의자를 샀는데 조립을 못하겠다고 했을때
너는 두시간거리의 우리집을 냉큼 달려왔지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새 의자를 조립해주었고
니가 다시 집으로 가기 전,
우리는 침대에 앉아서 서로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어
그렇게 안고 우는게 마지막이였으니까..
다시 못볼것만 같은 생각에 너무 슬펐어
정말 이제 가는구나..
매일같이 보던 니 얼굴을 이젠 몇달에 한번씩 봐야하고,
항상 함께먹던 밥을 이젠 나 혼자 먹어야 하고,
무료한 날, 커피를 마시러 갈때에도 나 혼자 가야하고,
비오는 날, 우산이 날라갈까봐 잘 쓰지 못하는 날 위해
우산을 대신 씌워줄 사람도 이젠 없고,
이유없이 짜증이날때 내 짜증을 들어줄 사람도,
내가 울고있을때 내 등을 토닥여 줄 사람도,
사랑한다며 얼굴을 어루만져줄 니가 없다는게..
참 슬프고 눈물나고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더라..
도저히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니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결국 난 니가 입대하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어..
니가 떠나고 난 그후로 텅빈 집과 텅빈 침대에 앉아서
너의 냄새를 애써 맡아보려 킁킁 거리고
우리가 자주 갔던 길을 혼자 걸으며 추억을 되살리면서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계속 울었어
다행히.. 휴가가 참 자주 있더라
덕분에 한두달에 한번씩 널 볼 수 있었고
보고싶은 마음을 그렇게 달랠수가 있었어
이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어
결혼을 약속하고 더 진지하게 더 깊게 서로를 생각하며
나는 너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나를 니가 기다리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서로 기다렸지
하지만.. 시간 때문일까, 환경때문일까
너는 참 많이 변해있더라
밥집을 가면 밥이 나오기 전까지
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미소를 짓던 니가,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 앉아있을때
하루종일 핸드폰만 쳐다보고,
밥이 나오면 코를박고 밥만 먹는 니 모습을 보며
나는 그 자리가 항상 가시방석 갔다고 말했어.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힘들다고 투정부릴때
예전처럼 나를 쓰다듬어주고 손 잡아줄꺼라 생각했는데
너는 내 눈조차 쳐다보지 않더라
너의 부모님께 휴가라고 말씀 드리지 않고
몰래 휴가때마다 우리집을 왔을떄,
우리부모님께 웃는얼굴 한번 보여주지도 않았고
너를 위해 하루종일 땀 뻘뻘 흘리며 곰국을 끓인
우리 엄마 앞에서 너는 미소 한번 짓지 않고
10분도 채 안되서 밥숟가락을 놓고 그대로 방에 들어가버렸어
남은 국과 밥을 보며 우리엄마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데
이상하게 나는 참 눈물이 나더라
너를 핑계삼아,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을 할때
우리 부모님이 계속해서 군대 이야기만 하시며
너와의 공감대를 형성해 대화를 이어나가려 할때
역시 미소조차 한번 짓지 않고 코 박고 밥만 먹더라
복귀하는날, 영상통화를 하던 도중
너의 웃는모습을 우리 부모님이 보셨을때
너의 웃는모습을 처음 본다고 말씀하시는데
또 한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나더라
웃는모습이 보이지않는 니 얼굴을 보며
나는 참 많은걸 느끼기 시작했어.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누구나 하는 구두약속
우리 결혼하자, 우리 오래가자..평생 함께하자..
말 뿐인 말일수도 있다는걸 알면서도
우리 서로는 그 말을 믿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였고 나의 집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2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줄꺼라는 나 때문에
미안한 마음과 부담스러운 마음에 억지로 잡혀서
어쩔 수 없이 니가 내 곁에 남아있는것만 같은 생각..
과연 이게 정말 내 착각일까.. 나만의 생각일까..
몇번이고 다시 생각해보고 너를 지켜봤지만
그때마다 너는 항상 웃고있지 않더라
군대생활이 많이 힘들겠거니 생각하고 이해하려해도
참 많이 변해있는 널 보며 이해하기가 힘들어지더라
그러다 자야할 시간이 다가오면
잠잘 준비를 하고 니 옆에 누워있는 나에게
너는 항상 내 몸을 쓰다듬었어
낮에 한참을 싸우고 잠들기전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던 니가
밤만되면 너는 내 몸을 쓰다듬으며 화해를 시도했어
그래..
어쩌면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것일지도 몰라.
온통 남자들뿐인 곳에서 2년을 썩어야 할 텐데
이정도쯤이야 내가 당연히 해줘야하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최대한 너에게 또다시 맞췄어
그렇게 다음날 니가 복귀를 하고나면
어느순간부터 나는 몸종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더 이상 웃지도 않는, 말을 하지도 않는 너에게
단순한 너의 욕구를 풀어주는 로봇같은 느낌이랄까,
그래, 사랑하는 사이에 못 할게 뭐가 있을까
함께 몸을 섞는것, 호흡을 나누는 것,
이것 또한 사랑의 표현방식 이겠거니 생각해봐도,
그렇게 너의 욕구를 풀어줬음에도
나는 너의 웃음을 볼 수가 없었어
너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을수도 없었어
이런게 니가 말하던 믿음이고 사랑이였니..?
기다리는 2년동안,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것이라곤
내가 너에게 받을 수 있는것이라곤
너의 따뜻한 말이 아닌 너의 거친 호흡과
내 손을 잡아주는 너의 따뜻한 손길이 아닌
내 몸을 쓰다듬는 너의 뜨거운 손길 이였고,
내가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너의 미소가 아닌
만족감에 터져나오는 너의 흡족한 한숨이였어.
결국..
이렇게 널 나쁜놈으로 만드는 나일지도 모르지만
군인이라면 누구나 그럴것 같을수도 있지만
내가 너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고
다른사람과는 다를꺼라는 확신이 너무 컸나보더라
나는 어제도 결국 너의 미소를 보질 못했어
나는 어제도 결국 너에게 몸을 맡겼어
그리고 확실해지더라
더 이상 내 곁에 니가 없어도 된다는것을.
굳게 마음을 먹었음에도
너에게 이별통보를 하기까지 아직 많이 힘들더라
부대로 복귀하는 버스를 타고
내 편지를 읽으며 눈물흘릴지도 모르는
니 얼굴을 상상하니까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래서 마지막 최선의 방법을 이제 너에게 말하려고 해.
다음달 휴가가 다가오기전까지
우린 한달이란 시간을 갖는거야.
그 동안 우린 서로 침묵한채로 시간을 보내.
그리고 넌 다음달 휴가를 너의 부모님집으로 가고,
니가 됐든 내가 됐든, 보고싶은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하자.
그리고 그 연락을 받게 된다면 우린 계속 사랑을 하는거고
아무도 연락을 하지않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 사랑은 거기서 결국 끝을 내는거야
그리고, 어떤 결과가 되었든
서로에게 좋은사람으로 기억되고,
좋은사람으로 남는 것..
이게 우리의 마지막 최선일 뿐이야
한가지 분명한 것은
너도 나도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잘 기다렸다는 것.
서로에게 사랑할만큼 사랑받고 사랑을 주었다는 것..
다만 점점 변해가는 서로의 모습에 마음아프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과 아름다운 사랑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것..
잘 지내고, 아프지말고, 건강하고..
한달뒤에 우리, 혹은 남남 으로..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길..
사랑했던 내 사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