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너는 이제 더 이상 없구나. 나를 항상 첫번째로 생각해주던, 작은 내 몸 짓에도 항상 신경써주던 너는 이제 더 이상 없다는 걸 알아.
사실, 안지는 한참 됬는데 이렇게 인정해 입 밖으로 내기까지가 참 오래 걸렸어. 내가 정말 사랑한 너는 이제 더 이상 없더라. 내가 사랑한 너는 없고, 그 자리에 너의 겉 모습만 같은 다른 사람이 서 있더라고. 그래도 무던히 노력하면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 내가 노력하고 내가 확신을 주면 너 또한 돌아오겠거니 했어.
참 안일하고, 참 나태한 생각이였나봐. 가뭄에 비오 듯 가끔 찾아오는 작은 배려에도 나는 왠 종일을 설레이며 안심하고 기대했어. 그런데 내가 틀렸더라고. 사랑에 빠진 너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 나잖아, 지금의 너는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는 걸 내가 제일 잘 알아.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알면서도 계속 기다렸지만 늘 돌아오는 건 차가운 반응과 냉담한 표현들이였고 나는 상처받으면서도 아닌 척 더 너를 붙잡아댔었지.
내 상처는 아무것도 아닌 양, 내 부탁과 호소들은 늘 지겹고 귀찮은 것들인 양 대하는 너를 나는 뭐가 좋다고 뭐를 기대하고 부여잡고 놓지를 못했을까? 넌 사랑이 아닌데, 넌 날 사랑하지 않는데 말이야. 늘 외로웠고 늘 힘겨웠어. 그래도 늘 혼자 버텨냈고 나 조차도 일상이 무너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나의 모든 첫번째는 너였어.
이건 정말 맹세하는데, 그간 나의 모든 헌신들은 너에 대한 미안함 때문만이 아니라는거야. 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내가 이렇게까지 했던거라면 난 오래 버티지 못했을거야. 정말 사랑으로 널 안았었는데, 너는 그러지 못한 거 같더라고. 날 사랑해달라고 계속 애원하는 나를 늘 내치는 너가 너무 미웠어. 그리고 돌아보니 내가 너무 불쌍하더라. 사랑받지 못하는 내가 너무 안쓰럽고, 사랑을 주지 못하는 니가 너무 미웠어. 그럼 차라리 나를 보내주지 그랬어. 차라리 가라고 등떠밀지. 가기싫다고 하는 나라도 그래도 가라고 하지. 왜 곁에 뒀니, 왜 내 뜻이 그렇다면 더 있어달라고 한거야.
우리도 한때는 예쁜 날들이 있었는데, 둘이 손 꼭 붙잡고 햇빛 좋은 날 뻥 뚫린 도로를 달리며 라디오에 나오던 노래를 부르던 날들이 있었는데. 그 때를 꿈꾸며 보냈던 그 간의 시간들이 너무 괴롭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걸 알아. 시간이 지나고 니가 내가 그리워지고 나의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하더라도 우린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아. 돌아가기 위해 너도 노력한다고 해줬을 때는 정말 기뻤어. 그래,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지. 나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평생 너의 채취에 묻혀 살기를 바랬어, 내 이 어린 나이에. 여태까지 누구를 만나든 오래가자, 결혼하자, 절대 헤어지지말자가 습관처럼 하던 약속이였다면 너에게만은 나 정말 습관아닌 진심이였어. 나는 그렇게 열렬히 너를 사랑했어.
너는 내 전부였고 난 내 전부를 너무나 사랑했어. 내 젊은 날의 철 없는 사랑이라고 단정짓고 돌아서기엔 너무 깊고 너무 길었지. 그래, 깊고 길어서 너도 나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는지 몰라. 너에게 존중받고 배려받고 사랑받고 싶었어, 정말. 나 그 정도 가치는 너에게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우리 너무 멀리 왔고, 이제는 정말 인정하고 보내줘야 한다는 걸 알아. 정말로 사랑했어, 나의 청춘의 전부야. 내가 너를 깨끗하게 잊기까지의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는 단정짓지 못해도 정말 이젠 잊으려고 노력할거야. 너를 만났던 지난 날들이 언젠간 내 미래의 발판이 되었다고 감사 할 줄 아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길고 길었던 내 지난 사랑아,
잘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