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어느정도 대부분 알만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젊은 변호사라고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저는 싸이코패스입니다. 사실 어딘가에 무작정 쓰고 싶었는데 괜찮은 익명게시판이 어딜까 하다가 그래도 여긴 대중문화의 영향이 많은 곳이니 다수가 볼 수 있을 거 같아 올립니다. 저만 억울한게 아니라, 혹여 대중매체에 의해 이상하게 포장된 싸이코패스 환자분들의 억울함을 대신 써보고자 펜...이 아니고 키보드 잡습니다.
요즈음 어딜가나 싸이코패스 얘기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지요. 각종 범죄 스릴러나 영화의 주요 소재이고, 심지어 요새는 한낱 연애의학드라마에도 싸이코패스가 나오더군요. 중요한 건, 그런 곳에서 드러나는 싸이코패스들의 성향이나 특징, 아니, 이런 사소한 것이 아니라 싸이코패스의 정의 자체에 혼란을 줄 정도로 그 내용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시청률만 올리면 장땡이라는 무지한 작가들 덕에 그래도 사회성을 가지고자 노력하는 환자분들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입니다.
본격적으로 얘기를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싸이코패스에 대해 설명 좀 하겠습니다.
싸이코패스는 반사회적인격장애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사실 두 정신질환은 전혀 다른 겁니다.
(요새 정신나간 의학드라마에서도 싸이코패스와 반사회적인경장애를 같은거마냥 대사를 쳐서 보는 저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네요.) 싸이코패스는 절대적으로 선천성을 가집니다. 어떤 정신나간 의학드라마처럼, 수술을 하다 잘못하여 측전두엽을 건드려서 싸이코패스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 경우 측전두엽이 담당하는 감정이나 언어능력에 장애가 올 수 있지만, 그건 싸이코패스의 일부 증상일 뿐 절대 그자체로 싸이코패스 진단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싸이코패스라는 용어보다는 감정동조장애 혹은 공감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증상은 말 그대로입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가 없는 질환이지요.(절대로 감정이 없는게 아닙니다. 분노 슬픔 기쁨 모두 느낍니다. 다만, 사랑처럼 서로간의 감정이 오고가야 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으므로 상당히 힘들기는 합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자체가 삭제된 건 아닙니다.) 또한, 매우 계산적이고 지능적이며, 이성적입니다. 본인의 어떠한 생리적 욕구 및 본능,심지어 성욕조차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반사회적인격장애는 후천적입니다. 태어날 때와는 무관하게, 자라온 환경에 영향을 받습니다. 다른말로 소시오패스라고 하지요. 사회 규범이나 범적으로 통용되는 도덕적 기준에 배반하며, 집단 공동체에 특정한 이유없는 혐오감 및 적대심을 가지는 질환입니다. 보통 가정상황이 안좋거나 집단따돌림 등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알고있는 대부분 연쇄살인의 살인 동기는 소시오패스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싸이코패스는 살인을 쉽게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없으니까요.
다들 싸이코패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목적없는 살인을 즐기는 미치광이 살인마' 정도일 텐데요. 제가 왜 저런 이미지가 말도 안되는건지 두가지만 짚어가겠습니다.
첫번째로, 저 이미지에서 오류를 집어내자면 '목적없는' 정도가 되겠네요. 싸이코패스는 절대로 목적 없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를 하더라도 반드시 목적을 이성적으로 상기시키고 행동해야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통 사람이라면 갈증이 나면 그냥 그대로 아무생각 없이 물을 마시면 됩니다. 그러나 저희같은 경우 목이 마르다 -> 목이 마르면 일상생활에 차질이 있다. 그래서 해결해야만 한다. -> 물을 마신다. 이런 류의 사고방식을 반드시 거칩니다. 상당히 피곤해보이지요. 맞습니다. 일상적일때도 저러고 있으니 상당히 피곤하기는 하지요. 공책 하나를 펼 때도 컴퓨터를 킬 때도 본인에게 목적을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어야만이 행동으로 옮길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상이 아닌 업무에서는 크나큰 장점이 되지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이성적인 기준과 논리적 판단에 부합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므로, 저희같은 사람들이 행동을 개시했을 경우에는 그 결과는 대부분 원하는대로 나오게 됩니다. 과정 중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거의 모든 변수를 염두에 두고서 행동합니다.
두번째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으므로, 모든 행위의 도덕적 기준은 배운대로,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합니다. 즉, 본인의 기준으로 본인에게 피해를 갈 수 있다고 인지하고 있는 행위는 당장 눈앞에 죽음이 닥쳐도 하지 않습니다. 제가 7살 처음으로 싸이코패스 진단을 받은 이후( 여담으로, 싸이코패스에 대한 확진은 총 8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각각 5개 문항씩 문제를 만들고, 문제당 1점 씩 40점 만점으로 판단합니다. 그에 전문의와의 개인면담이나 각종 그림테스트, 심리테스트 등을 통해 확인을 하고, 8명 정신과 의사의 5명 이상이 싸이코패스임을 확신한다고 투표해야만 확진받을 수 있습니다. 페북이나 여타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싸이코패스 테스트는 전부 거짓말입니다. 애초에 그런 테스트 하나로 검진가능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그저 미치광이가 아닙니다. 저같은 경우 40문항중 36점을 받았습니다.) 제가 정신과 의사선생님과 어머님께 배운 교육은 남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도덕을 배울 때 무조건 제 기준으로 배웁니다. (예를 들어,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이유는 제 사회적 명망을 위해서이지 그들이 늙고 나약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희는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이유는 자리를 양보할 만한 저희의 '목적'이 되지 못합니다.). 또한, 상대의 감정상태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정신과 의사님들에게 생체신호를 배웁니다.(모 정신나간 드라마에서 '바디시그널' 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굳이 그런 걸 배우지 않아도 저희는 상대의 감정상태를 이성적으로 파악할 수는 있습니다. 표정변화나, 상대방의 눈빛변화, 행동변화 등 여러가지를 거의 본능에 가깝게 알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는 그걸 체계적으로 가르칠 뿐입니다.
다만, 알고 있는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르듯 상대의 감정을 파악할 수 만 있을 뿐 제 감정으로 동조시키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서, 상대방이 슬프든 기쁘든 제 알바가 아니라는겁니다.(조금 더 비유하자면, 수학 공식을 알면 해당 공식을 사용하는 문제를 풀 수는 있지만, 그 공식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 경우가 있겠네요.)
이렇게 두가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오히려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감정동조장애 환자는 오히려 살인을 저지르기가 어렵습니다.
1. 살인은 이 사회에서 범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위임을 자각하고 있고,
2. 그러한 행위가 본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학교 도덕시간에도 배우기 때문입니다.
이는 살인 뿐만이 아니고 우리가 알고 있는 범법적인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저희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 자체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물론 남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런 행위가 결국 저희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임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정말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보통 사람의 경우 본인이 급하면 무단횡단도 할 수 있고, 과속도 할 수 있고, 몇 정신나간 사람들은 음주운전도 하겠지만, 저희는 시속 30km 구간은 정말로 30km 구간에서만 달리고, 무단횡단은 애초에 염두사항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술은 애초에 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 왜 유영철이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같은 경우는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나?
유영철은 알려진대로, 어려서부터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왔고, 그만큼 사회적인 규범에 대해 인지할 시간도 능력도 안되었을 겁니다. 또한, 아무것도 학습하지 않는 동조장애 환자에게 폭력적인 가정환경은 폭력이 용납되는 소사회 그 자체이므로, 유영철에게는 본인이 행하는 폭력은 본인에게 그 어떠한 위해도 없음이라고 인지되었을 겁니다. 또한,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소시오패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싸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결합된 경우라는 겁니다. 살인의 사실이 이 사회에 알려졌을 때 본인에게 안좋은 영향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특유의 논리적 추론과 계산적 사고방식을 통해 증거를 필사적으로 멸하였을겁니다. 싸이코패스의 성향으로써 본인에게 위해가 갈 만한 일을 행하지 않음이 아니라, 소시오패스의 성향으로 저지르고 숨겨버리면 된다 가 빛을 본 것이지요. 또한, 감정동조장애이므로 본인이 행하는 살인의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몇명의 피해자를 내던 처음 살인하던 그 느낌 그대로였을 것입니다.
아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요. 아마도 가정환경에서 유부녀와 이미지가 비슷한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왔고,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소시오패스로 이어졌고, 선척적인 싸이코패스와 결합하여 희대의 연쇄강간살인마를 만든겁니다.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싸이코패스는 정말로 죄책감없이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겁이 많고 소심한 경우가 많으며, 논리력과 계산력으로 드러내지 않고 본인을 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한 본인이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경우 죄책감이 분명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못해봤다 뿐이지, 본인의 감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칼에 찔려본 싸이코패스는 칼로서는 다른 사람을 살인할 수 없습니다. 찔리면 아프다는걸 본인이 느껴보았기 때문이지요. 주먹에 맞아본 싸이코패스는 다른 사람을 때릴 때 죄책감을 느낍니다. 맞으면 아프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싸이코패스보다 분노조절장애가 100배 위험하면 위험하다고 하겠네요.
쓰다보니 길이 너무 기네요. 더 쓰고 싶은 내용은 싸이코패스의 대인관계 유지와 주변에서 싸이코패스를 구별해내는 방법(특정한 경우에 한해서 입니다.) 등은 나중에 쓰겠습니다.
아, 이 말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싸이코패스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병원 정신과에서 2년간 귀납적으로 실험한 결과로서, 실험 대상자 2300명 중 1% 입니다. 쉽게 말해서, 당신들 주변 사람들 100명중 한명은 싸이코패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