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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황상제님 전상서

은하철도 |2004.01.16 10:07
조회 484 |추천 0

 

옥황상제님 보세요.



상제님, 저는 요즈음에 이상한 버릇이 생겼어요.  잠자다가 손으로 옆을 자꾸 더듬어보는 것이에요.  물론 아내가 옆에 제대로 있나 하는 확인이죠.  낮에도 마찬가지에요.  문득 아내가 어디로 없어진 것 같아서 집에 전화하죠.  만약에 전화를 안 받으면 곧바로 핸드폰으로 연락해 본답니다.  아내가 핸드폰을 받으면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해서 아내의 목소리 뒤에서 나는 소리를 은근히 더듬어 봅니다.  자동차소리가 나면 길거리에 있고,  노랫소리가 나면 까페에 있구나,  조용하면 어디에 있느냐고 자꾸 물어보죠.


의처증이냐고요?  글쎄요, 의처증의 일종이라고 봐야겠어요.  아내를 의심한다는 것은 나쁜 일인데, 어쩔 수 없어요.  저도 의심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세상이 그렇지가 않아요. 


아내가 바람 피우냐고요?

아니에요.  아내가 바람났으면 저는 할 말도 없어요.  왜냐하면 저도 바람을 피운 적이 있어서 솔직히 아내를 탓할 자격은 없답니다.  언젠가 술에 잔뜩 취해서 술집 아가씨하고 놀았어요.  그러다가 새벽에 술이 몽롱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죠.  알다시피 저는 바람을 피워도 집에는 꼭 들어오거든요.  아침에 눈을 뜨니깐 아내가 눈빛이 시퍼렇게 되어가지고 이혼서류를 내 앞에 탁 펼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지금 제가 입고 있는 팬티를 보라고 하더군요. 


에휴, 할 말이 없었죠.  제가 손바닥만한 아가씨 팬티를 입고 있잖아요.  그것도 장미꽃 무늬가 새겨진 빨간색이었어요.  술에 맛이 가서 아가씨하고 팬티를 바꾸어 입고 집에 들어왔으니, 몇 달간 아내에게 싹싹 빌고 다녔어요.  장인님과 장모님에게 고기도 받치고 용돈도 드리면서 로비활동을 했고, 처제에게 비싼 옷도 사주면서 부탁했죠.   제발 언니에게 이혼만큼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 달라고, 정말 죽다가 살아났어요.  그 다음부터 저는 장미꽃 근처에도 안가요.  자꾸 장미꽃 무늬의 팬티악몽이 생각나서 그래요.


제가 근심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고,  요즈음에 강호를 휘어잡는 여검객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여검객 삼인방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어요?  모르신다고요?  쯧, 옥황상제님도 잘 알아두시는 것이 신상에 도움이 될 거예요. 


흠흠, 

우선 여의산에 가면 무림의 이대 여협객이 있어요.  민주방의 추검객과 한나라방의 박검객이죠.  알다시피 두 명의 여검객은 일찍 강호로 진출하여 전래의 검법으로 명성을 날렸잖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검객이에요.  중원에서 가장 칼을 잘 쓴다는 서초방의 두목이에요.  서초방은 무공이 무척 높은 고수들만 모였어요.  여의산에서 천하를 주름잡던 고수들이 요즈음에 서초방 고수들에게 마구 당하고 있어요.  여의산의 한나라방, 민주방, 열린방, 등등의 고수들이 하룻밤을 못 넘기고 서초방고수의 칼 아래 쓰러지고 있어요. 


얼마 안 있으면 강호의 무술대회가 열리는데, 옛부터 전수되어 온 무공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하더군요.  현무검객이 창시한 386검법이 기존의 모든 무공을 싹쓸이하고 새로운 강호의 바람을 일으킬 것 같아요.  바로 그 386검법의 고수가 여자래요.  날씬한 몸매에 미모의 얼굴을 지닌 여검객이 몸을 날리면 번뜩이는 칼 아래 남자고수들의 모가지가 떨어진 도토리처럼 굴러다닌다고 하더군요. 


전통검법의 여자고수인 추검객과 박검객,  그리고 386검법의 일인자인 강검객이 모두 여자잖아요.  바로 세 명의 여검객을 강호의 삼인방이라고 불러요. 


중원의 여자들이 모두 난리법석이죠. 

386검법을 터득해서 강호로 진출하려고 줄을 섰어요.  지금까지 강호를 주름잡았던 남자고수들의 검법이 별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죠.  남자고수들이 괜히 목에 힘주고 큰 소리만 쳤지, 막상 진검대결을 벌이니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물론 이 점에 대하여는 불만이 없어요.  강호의 서열은 항상 실력으로 정해져야 정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걱정하는 것은 혜성처럼 나타난 강검객이 독신인 점이죠.  전통검법의 고수인 박검객도 독신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깐 강호진출을 꿈꾸는 여자들 중에 혼자 사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에요.  처음부터 혼자 살았으면 별 말이 없었는데,  이혼한 여검객들이 앞장선다는 점이에요.  “이혼이 무슨 허물이 되냐, 헛소리 말아라.” 하면서 당당히 나서거든요. 


물론 이혼은 허물이 아니에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점이 근심거리죠.  흡사 이혼한 독신녀만이 386검법을 터득하여 강호의 일인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에요.  또 강호로 진출하려면 독신녀가 우세하다는 그릇된 관념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솔직히 혼자 사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는 아니잖아요. 


“저의 남편이 무척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유권자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아울러 남편의 노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자검객이 강호에 진출해야 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옥황상제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셔요?


에휴, 남자들이 왜 이렇게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지 모르겠네.

가만히 있자...... 부엌에 얼른 가 봐야지. 

혹시 마누라가 부엌칼을 들고 검법을 배우러 갔는지 모르겠다.


(위의 여자팬티사건은 라대곤수필가님의 "취해서 50년"이라는 수필집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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