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훔쳐본 일기-4

기록은 기... |2004.01.17 11:54
조회 734 |추천 0

"마왕님 열받으셨군. 이건 한달감인데?하하하.."

끊겨 버린 전화기를 보고 혼잣말 몇마디를 중얼거리곤 다시 잠을 청하려 눕자 바로 벨이 울린다.

'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미지정 벨소리. 받을 까, 말까...

"네.여보세요?"

"여보세요? 정경민 핸드폰 아닙니까?"

"네. 전데요, 누구시죠?"

"아. 경민아. 나 박신우인데. 기억나니?"

'이런, 곤란한 경우가 있나. 물론 나야 형을 기억하지.'

아니, 어제만해도 두눈으로 봤으니 기억하는게 아니라 최근 안부까지 알고 있다고 해야 맞을것이다.

"네, 신우형님.안녕하셨어요? 진짜 오랜만이네요."

"그래. 니 안부는 가끔 어머니 통해서 듣는다."

"네, 저도 형님 안부 가끔 듣습니다. 전문의 되셨다면서요? 측하드려요."

"뭘. 참, 너 혹시 어제 L호텔에 안왔었니?"

'이런. 그럼, 어제 날 알아봤단 말인가. 혹시라도 그 기집애한테 얘기가 들어가면 곤란한데.'

눈치 못 채게 조심한다고 했는데 이미 날 봤다는건데, 자리가 자리인지라 아무래도 아는 척을 못한 듯 싶었다.

너구리다.

이래서 내가 형을 좋아하지 않는다.

봤으면 아는 척이나 할 것이지. 왜 모른 척하고 나중에 가서 아는 척을 한단 말인가.

음흉하다.

"아뇨. 왜요? "

"응, 너 닮은 사람 본 것 같아서. 참, 나 어제 영등포 이모 큰딸 하고 선 봤다. 너는 걔랑 꽤 친했지?" 

"꽤 정도가 아니라 말그대로 죽.마.고.우.죠! 어제 선 본다는 얘기 들었는데. 애가 워낙 철부지여서, 별로 기대는 안 했습니다. 형님 상대로는 애가 너무 어리죠?"

'노땅! 김칫국 들이키지마! 내가 어떻게 지켰는데 너같은 인간한테 넘겨?'

속이 부글거리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하하하... 어리긴 하더라. 그래서 그런가? 신선하던데? 맞선자리에 힙합청바지에 터틀넥 니트입고 나타났던데. 얘기도 몇 마디 않고 황급히 도망치듯 가버리는 것도 귀엽고." 

"네... 걔가 그 모양이에요. 괜히 형님 시간만 버리셨네요."

"아니, 괜찮아. 근데, 걔는 나 못 알아보는 것 같더라. 이상하네. 내가 너희 여섯살 때 마지막으로 보고 못 만났는데,  넌 날 기억하잖아. 아, 우린 너 중학교 때 두세번 봤지?"

" 걔가 머리 나뻐요. 그래서 험한 세상 어찌살런지, 원." 

"경민아, 우리 셋이 한번 만나 식사라도 같이하자."

"네, 시간만 내 주십시오."

띵동~띵동!

띵동~띵동~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쾅쾅!!쾅!

"야! 정경민! 개쉑! 빨랑 문 안열어! 나 뚜껑 열린다." 그녀다.

"형님, 나중에 연락드릴께요. 이만."

황급히 전화를 끊으며, 문을 열어 줬다.

"야, 냉수줘! 아씨~!마왕한테 쫒겨났어."

"니가 떠 다 먹어. 이번엔 얼마냐?"

"한달.에이 썅."

"딩동댕! 맞았군!"

"맞긴 뭘 맞아? 배고파 둑겠다. 뭐좀 시켜먹자"

"에씨. 그냥 컵라면 먹자. 좀있다가 나가서 먹고."

"좋아. 야, 먹고 바로 방비워! 저번처럼 쓰레기통이면 죽을줄 알고. 응?"

"알써, 임마! 그러길래, 옷을 왜 청바지를 입구 갔냐? 이모 화 많이 나셨드만."

"다 들렸지? 마왕 목소리하고는 하여튼...아휴, 몰라몰라. 근데, 그 아저씨 웃기네."

"누가? 왜?"

"아니, 선 봤으면 됐지. 상대방이 뭘 입고 왔는지 지네 엄마 한테 왜 이르냐? 애도 아니고. 마마보인가? 그아줌마 귀에 들어가서 엄마까지 아셨지 뭐. 에이. 재미없게 됐네. 엄마가 두번 더 만나보래."

"왜? 그렇게 깽판치고? 형이 너 만나자고 했어?"

 "야. 내가 언제 깽판쳐? 그냥 살짝 사고친거지. 그정도면 애교구. 글구, 나 그사람 보기 싫은데. 어쩌지? 그 쪽이 나 맘에 들어서 만나자는건 아닐테고, 혹시 나 만나서  막 괴롭히고 그럴려고 하는거 아닐까?엉? 경민아~"

"야. 유아틱한 상상은 그만둬라. 그 바쁜 형이 뭐가 아쉬워서 너 괴롭히자고 시간까지내냐? 참, 저기 있잖아..."

"뭐야? 할 말 있으면 해. 왜 갑자기 몸을 비비꼬구 그래? 너 나한테 죄졌지? 불어라."

"임마! 그게 아니구, 안그래도 좀 전에 신우 형이 언제 너랑 나랑해서 셋이 밥이나 같이 먹자고 전화 왔더라구. 어쩔래?"

"뭐? 너 그아저씨랑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였어? 언제부터? 내가왜 몰랐지?" 

"기집애! 아니야. 형이 어디서 내 연락처 줏었는지 아까  연락한거야. 어쩔거냐구?'

"글쎄...음... 좋아! 만나자고해. 어차피 두번 채워야되는데 잘 됐네.나머지 한번만 대충 때우면 되겠다.히히히"

"뭐야? 맘에도 없다면서 진짜 두번 만나게?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

"됐네. 마왕기분 풀어주고 집에는 들어가야 돼 잖아. 배고파. 물붓자."

"나중에 셋이 밥만먹자. 야! 일요일인데 어디안가?"

"됐어. 뒹굴란다. 짐정리두하고. 너는? 데이트안가? 너 요새 미숙이랑 잘 되가냐?"

"이기집애가! 콱!"

"뭐? 왜? 이름 틀렸어?"

"야! 그 기집애 얘기 하지마. 재수없어."

"왜? 차였냐? 빙신~!"

"아냐. 윤영이 만나는거 그년한테 걸렸는데. 에이씨 . 말하기 드럽네.'

"왜? 니 사생활이야 뻔한데. 나한테 뭘숨겨?"

"그게 아니구, 그년이 윤영이 찾아가서 헤어지라고 난리쳤어. 그래서 내가 꼭지 좀 돌아서 뭐라했지."

"근데? "

"윤영이랑 삼자대면 하자더라구. 두 년다 동시에 하자잖아. 그래서 만났는데 이게 내 앞에서 머리끄댕이 붙들고 싸우네. 하도 열받아서 따귀한데 날렸어.'

"뭐? 미쳤어? 어디 여자를쳐? 이자식, 미친 새끼네. 너 또라이 같은 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정도 인줄 몰랐다. 이씹새! 넌 남자도 아냐! 너 고자 만들어줄까? 안돼겠다. 일루와! 확 떼버리게!!!"

"아야! 내 얘기 끝까지 들어봐. 이게 마왕하고 똑같이 성질만 급해서는."

"뭐? 어.. 조..좋아. 마저 얘기해."

"에이시팔! 얘기안해! "

"뭐? 죽을래? 방금 얘기한다더니. 또 안한다고? 장난까냐?씹새!"

"알았다. 에이, 정말. 승질하고는, 누가 데려갈지."

"야!!!"

"알았어. 하잖아. 아니... 진짜 살짝 한대 쳤거든. 근데, 미숙이 이년이 갑자기 입에서 피를 토하느거야.우와~ 얼마나 놀랐던지."

"뭐? 안죽었냐?"

 "장난해? 알고보니까 이빨이 나가버렸더라고. 폭행으로 고소한다고 난리치드만. 합의금 이천만원을 부르는거야. 어이없더라. 좀 심하다 싶어서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냥 고소해라했지"

"배짱좋네? 그러다 진짜 빵 들어가게?"

"미쳤어!! 그랬더니, 이년이 어디서 사내새끼 하나 물어와서 같이 깽판치는거야. 그래서 밟았어."

"푸하하하. 코미디네. 얼마줬냐? "

"이천만원. 대신 둘 다 이천만원어치 손 봐줬다."

"음.. 그래서 미숙이한테 학을 뗐구나. 그럼, 요새 윤영이 만나?"

"아니. 소희하고, 옛날 학교 후배인데 스물하나 먹은 영계.히히히"

"야.  입 찢어진다. 언능 나가봐라. "

"같이 가자. 어차피 두사람 소개해줄려고 했는데. 오늘 디데이하지 뭐."

"그래? 그럼 미술관가자. 날씨도 괜찮네. 와~ 신난다. 오랜만에 미술관가네.히히히"

"언능 챙겨라."

눈치 없는 그녀. 질투도 모르는 그녀.

아무 생각없이 친구의 데이트 끼는 그녀를 옆자리에 태운 것을 소희에게 구질구질하게 변명하기 싫었다.

그냥 뽀루퉁한 소희와 그런 소희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쓰는 눈치 없는 그녀 사이에서 머리만 아프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