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4일 이었으니깐..
오늘이 2년하고도 딱 3개월이 지난 날이네
5년 반을 만난 우리가 하루에 이틀씩 잊었으면, 오늘은 아주 홀가분한 마음이 들어야 할텐데.
이 밤중에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걸 보니, 2년 3개월이란 시간이 나에게는 짧디 짧은 시간이었나봐
올 봄에 소식 들었어.
네가 중학교 3학년 때 전라남도 광주로 전학가기전까지 너의 단짝이었던 친구가 나에게 그러더라.
'걔...올해 12월에 결혼한데... 그러니깐 너도 이제 그만 놔줘...'
사실, 헤어지고 나서 돌아가신 너희 부모님 빈소를 혼자 찾아갔을때
내가 너희 부모님께 드렸던 말씀이 있었어.
'저희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면, 하루 빨리 다시 만나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런데 만약 우리가 다시는 얼굴조차 마주칠 사이가 아니라면, 얼른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게 해주세요. 그럼 이렇게 힘든 제 마음이 조금은 놓일 것 같아요.'
정말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진실된 마음이었지만, 막상 너의 결혼소식을 들으니 홀가분 한 마음보다 가슴한켠에 쓰라린 마음이 더 크더라.
5년 반 동안 안산에서 광주 그리고 안성에서 광주 마지막으로 내가 군생활 할 때는 일산에서 광주. 이렇게 300 km가 넘는 거리를 극복하며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우리는 늘 서로에게 '운명'이라고 얘기 했었지.
아무것도 모르는 14살 배기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내가 다시 생각해봐도 내 인생의 '첫 사랑'이라고 느낄 만큼 좋아했던 것도, 광주로 전학갔던 너와 스무살이 되던 그 겨울에 광주역에서 4년만에 다시 만났던 것도, 한 달에 기껏해야 두어번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사귀는 내내 그 만남이 늘 두근 거렸던 것도 말야....
하지만 나는 결국 너의 운명이 아니었던거겠지?
그게 내가 아파하는 이유고, 내가 차마 너를 찾아갈 수도, 연락할 수도 없는 이유일꺼야.
전라남도 광주에 있는 너를. 아마 죽을때까지 보지 못하겠지.
내가 아무 연고도 없는 광주까지 내려갔던 단 하나의 이유가 너였었고,
이젠 그 이유가 없어졌으니, 내가 그곳에 갈 이유도, 자신도 없거든.
행복하라고 말할 자신은 솔직히 없어.
그냥 내가 가끔 너를 떠올리는 것 처럼 너 또한 아주 가끔씩은 나를 떠올리면서 그저 흐뭇한 미소라도 지으며
'그땐...그랬었지'
라고만 생각해줬으면해.
마지막으로 나 노래 좋아하는거 알지?
중학생 때 우리가 2년 동안 같은반을 하면서 내가 학급친구들 앞에서 불렀던 노래 하나하나가 모두 너에게 하는 말인것도 너는 알고 있었잖아.
이 노래가 아마 내 마음을 담아 너에게 부르고 싶은 마지막 노래일꺼야.
미안해 마요.
이제야 난 깨달아요
내 절대 그대짝이 아님을
괜찮을게요
영혼밖엔 팔것없는
못 난 날 잘 비켜갔어요.
그대 행복
내가 꼭 아니라도
지킨다면, 그게 사랑일테죠 그게 나의 몫이죠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
행복했어요.
그래도 이것만 알아줘요.
지금 그 사람보다 결코 내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잊어도 되요.
나를 만난 시간들을
잠깐의 연극이라 여기며
잘 한거에요.
아무리 난 노력해도 작은 희망도 없잖아요
아주 멀리
멀리 뛰어가세요.
어떻해요.
자꾸 잘못한 일만, 떠오르는 걸.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
행복했어요.
그래도 이것만 알아줘요.
지금 그 사람보다
결코 내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어긋난 인연이
남겨놓은 사랑이란
날카로운 슬픔이군요
잘가요 내 사랑아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것만 알아줘요
지금 그 사람보다
결코
내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부족하다거나 얕지... 않음을...
-정재욱 [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