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애화(哀話) 제 5 화-

연화 |2004.01.17 20:29
조회 558 |추천 0

4월 모든 초목과 생물들은 완전한 봄을 맞이하기 시작하였고 길가에 핀 민들레 꽃씨들이 바람에 어울려져 흩날리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한낮, 뒷산 어느 공터에서 한소년이 윗옷을 한쪽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체  볏집으로 사람모습과 엇비슷하게 만들어놓은 볏단을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이얍..”

 

곧 소년은 기합소리를 우렁차게 쏟아낸뒤 재빠르게 볏단의 중앙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짝짝짝-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청운의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연화가 한번씩 지루함을 달래려는 듯 크게 손바닥을 쳐대었다.

그러더니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청운에게 소리치기 시작하는 것이였다.

 

“그만좀해. 지금 몇십번이나 같은걸 반복하는거야? 아 지겨워 지겨워.”

 

순간 한쪽에서 투덜대는 소리에 달려가려던 자세를 멈추고는 소리나는 곳으로 쳐다보았는데 거기에는 시큰둥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연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훈련하는데 몰두하느라고 애기씨를 미처 못본 것 같습니다. 뭐 시킬꺼라도 있는가요?”

 

“그게 아니라...그건 그렇고 옷을..좀..?”

 

“윽..”

 

놀란 청운이 얼른 곁에 놓아둔 옷가지를 집어 재빨리 뒤돌아서 껴입기 시작했고 연화는 눈만 껌벅껌벅 거리며 괜히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칫 바보 벌써 다보았단 말이야. 큭큭.’

 

“근데 여긴 왠일이신가요?”

 

“왠일이긴 정오가 되어도 오지 않으니 그렇지.”

 

연화는 잠시뒤 자신이 가지고 온듯한 보를 풀어헤치더니 작은 놋그릇과 호리병 그리고 금방 삶아온듯한 감자를 꺼내놓았다.

 

“여기까지 오느라고도 힘드셨을텐데 이런걸 뭐하러 준비 해 오셨나요?”

 

“그냥 뭐....이런걸 잘먹어야지 힘이 더 나서 무과시험도 잘 볼꺼아냐?”

 

“흐훗”

 

“왜웃어?”

 

청운은 그런 연화의 모습이 귀여운 듯 자신도 모르게 계속 웃음을 흘렸고 무엇 때문인지 영문을 모르는 연화가 멀뚱멀뚱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청운의 웃는모습이 싫지 않는듯 이유 묻는걸 포기하고는 연화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것도 마셔봐, 어젯밤 오라버니와 몇몇 병사들이 광으로 가서 이걸 많이 퍼가지고 오더라구.  나도 그

 

틈에 몰래 챙겨놓았지.  올라오다가 몇목음 마셨는데 맛이 일품이야.”

 

몇목음 마셨다는 호리병은 이미 반넘게 비워져 있었다.

 

연화는 놋그릇에 음료를 부어 청운에게 건네었을때 갑자기 청운이 큰소리로 웃고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놀란 연화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계속 여전히 웃고만 있을 뿐이였다.

 

“왜그래? 내가 뭘 잘못했어?”

 

“애기씨. 지금 애기씨가 뭘 드신줄 아시나요. 푸후훗..”

 

“...”

 

“이거 술이네요. 색깔과 향을 보니 머루주같은데요. 푸후훗..”

 

“아니야..맛은 그냥 일반 음료랑 다르지 않았다구...딸꾹.”

 

그러고보니 연화는 조금전부터 몸에서 열이 난다거나 생각하지도 않게 제멋대로 말이 튀어나온다는걸 느끼고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딸꾹..

 

“술이란 금방 마셨을땐 취하지 않죠. 이제야 취기가 나타나나 봅니다. 하지만 걱정마세요. 머루주는 약

 

해서 조금만 쉬고 계시면 안정되실 겁니다.”


 

 

 

“청운..어제 저녁 김서방집 복순이랑 어디갔다 온거야.?”

 

“내가 청운이 뭐 좋아서 이런걸 묻는 것 같아. 아냐 싫어하지 않아. 아냐 그럼 좋아하는거야?”

 

걱정이였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취기가 사라질꺼라고 생각했던 청운의 생각과 정반대로 연화는 더욱 뒤죽박죽 말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만약 집으로 내려가면 집에서는 난리가 나고도 남을 터였다. 

 

“그리고 이거 받아. 내가 만든거야.”

 

연화는 잠시뒤 그녀의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놓았는데 그것을 조심스레 청운에게 쥐어주었다. 그것은 한쌍의 나비가 수놓아져 있는 귀주머니였다.  그러더니 연화는 청운이 미처 대답하기 전에 곧 잠에 골아 떨어졌고 옆에 앉아 잠든 연화를 쳐다보며 자신의 품안에 소중히 귀주머니를 넣었다.  이미  하얗고 고운 연화의 두볼은 연분홍빛으로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깜박 잠이든 청운은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통에 눈을 뜨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재상이구나”

 

청운은 다행이다 싶어 한숨을 쉬었고 송백은 잠시 옆에 누워있는 연화의 모습을 한번 힐끗 쳐다본후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이 청운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애기씨가 그만 머루주를 마시고 말았어.”

 

“머루주를 왜?”

 

“몰래 챙겨온듯한데 내가 봤을때 반은 넘게 마셨더라.”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인 청운이 자신의 동갑내기 제상에게 어설픈 미소를 지어보였다.

 

“참, 애기씨도.. 아무일...없었던 거지?”

 

그는 자신의 친구를 걱정스레 내려다보며 말하였고 청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여긴 왠일이야?”

 

“아. 조금전 현영도련님이 널 찾으시길래 말이야. 네가 여기밖에 올때가 더있냐!”

 

“날 왜 찾는거지?”

 

“모르겠어, 하지만 조심해 요즘 도련님이 조용한게 오히려 이상해. 내려가서 괜한 미운털 박히지 않게

 

무조건 수그러들라구.”

 

그날따라 왠지 불안한 기운을 떨칠수 없는 청운의 마음은 썩 개운치 않았다.  시험을 치루기전까지 어떤 소란을 일으키지 않기위해 애써왔는데...여하튼 현영과의 대면은 어떤 일이라고 해도 내키지 않았다.

 

“재상아 애기씨좀 집에까지 모셔다 주겠니.?”

 

“알았어. 걱정말고 빨리 내려가. 마을 당산나무 뒤산에서 기다리고 계실 거야”

 

청운은 마을어귀 당산나무 앞에까지 내려갔을 때는 이미 정오가 훨씬 지난 시간이였다.

그가 다달았을때는 현영과 그의 똘마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두의 눈초림이 심상치가 않았다.

왠지 더욱더 불안해졌고 위험해 보였다.

 

“부르셨습니까?”

 

“요즘 네놈이 시간이 많이 남아돌아서 꽃구경을 자주 간다고 들었는데.”

 

순간 청운은 흠짓했다.

 

“꽃구경이라. 그거 좋지. 온 세상이 만화방창 (萬化方暢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피어서 자라남)이라 어린

 

나의 마음에도 꽃이 피나니..”

 

“무슨일로 부르셨습니까.”

 

“아 참, 내가 자네를 불렀지. 한석아. 네 품안에 든걸 이리다오.”

 

“옛.도련님.”

 

또 무얼가지고 트집을 잡는지 은근히 두려웠던 청운은 한석의 품안에서 나온 것을 보고는 순간 얼굴이 험학하게 변하였다.

 

“도련님.. 그것은...”

 

한석에게 건네받은 것은 다름아닌 몇주일전 승하인이 그에게 준 서찰이였던 것이였다.

 

“중서성으로의 출입을 통과한다고? 쳇 노비 네 놈이 말이냐..하하하 여봐라 지금 이 놈이 나를 웃기는구

 

나.”

 

“큭큭..도련님 청운 저놈 자신이 귀한 사대부집 아들이라도 되나 착각하나봅니다.”

 

“아이고 청운 도련님... 큭큭큭”

 

속에서 터져나오는 분노를 최대한 참으려 애쓴 청운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도련님. 돌려주십시오. 대감님이 저에게 주신겁니다.”

 

오늘 낮 현영은 요즘 청운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한석 일당들에게 그의 방을 뒤져보라고 지시하였고 거기에는 자신의 아버지 승하인의 필체로 쓰여진 서찰을 발견하였다.  그것을 발견한순간 청운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이 먼저 들었다.  친아들인 자신에게는 어떤 기대같은것도 바라지 마라며 당부를 하였는데 일개 노비에게 이런 서찰을 써주다니 스스로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녀석의 실력이 안까우셨습니까. 아버님

 

“이것이 네것이라는 보장이 어디있느냐. 그리고 노비녀석 따위가 넘볼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무식한

 

놈. 한석아 옛다 이걸 찢어버려라.”

 

“안됩니다. 도련님. 안됩니다.”

 

현영이 한석에게 다시 돌려주자 당황한 청운이 재빨리 달려들었고 그때 나머지 일당들이 청운의 팔을

잡고는 제지해버렸다.

 

“으아 악....”

 

청운의 절규였다.

 

 -찌 익-

 

바닥아래로 갈갈이 찢어진 종이가루가 날리고 있었다. 그의 꿈도 종이와 함께 찢어지고 있었다.  그때서야 그들은 청운의 팔을 놓아주었고 그쪽으로 달려간 그는 망연자실 찢어진 종이만 움켜쥘 뿐이였다.

청운은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무서운 눈으로 현영을 쏘아보았다.

 

“감히 누구에게 짐승의 눈을 들이미는 거냐. 이녀석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오냐 내 오늘 너의 명을 끊어

 

주마.”

 

 -챙-

 

기다렸다는 듯이 현영은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고 청운에게 한걸음씩 다가왔다. 현영은 이번만큼은 피하지 않겠다는 듯이 자신또한 목검을 손에 쥐었다.  곧 그들주위로 한석일당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들의 도련님 현영을 응원하기 시작하였다.

 

-채쳉-

 

하지만 현영의 목검은 날카로운 그의 검에 의해 바로 부러져버렸고 그런 것은 아랑곳없는 듯  현영은 거칠게 달려들었다. 

살기

현영의 눈은 살기로 인해 번들거리고 있었고 청운은 부러진 목검을 쥔채 이리저리 뻗혀오는 칼날을 피하고 있었다.

 

“쥐새끼같이 잘도 피하는구나.”

 

곧 말을 내뱉자마자 청운의 심장을 향해 칼을 겨누었고 어떤 방어를 할 수가 없었던 청운은 순간 부러진 목검을 현영쪽으로 날려버렸다.

 

-탁-

 

정확히 목검은 현영의 손목쪽으로 날아갔고 그 충격으로 검을 앞쪽으로 떨어뜨려버렸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검이 있는곳으로 몸을 날렸고 그 자리에서 그만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푹-

 

그들이 엎어진 가운데 틈사이로는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붉은 선혈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주위에 지켜보고 있던 한석일당이 놀라 그 자리로 달려갔다.


“으으윽.. 저놈이 날 찔렀어.  으윽..”

 

곧바로 현영은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는 고통에 겨워 신음하였고 자신도 놀란 청운은 여전히  손에 들려있는  검을 잡은체 현영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녀석이 도련님을 찔렀어.”

 

“아....아냐.. 내가 찌른게..아냐.  난 단지....”

 

“발뺌하지마라 우리가 보았어. 어서 집으로 가서 대감에게 알려라.”

 

한석의 말에 다른 한놈이 냅따 달려갔고 나머지는 현영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현영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많은 양의 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은 듯 하였다.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에 놀란 청운은 피가 묻어있는 검을 버리고는 뒷걸음질을 하더니 곧 집이 아닌 반대방향쪽으로 뛰어가버렸다.

 

‘도망가야 한다. 일단 도망가고 봐야한다.  사람을 죽였어. 내가..내가 사람을 죽였다구..’


 

승하인의 집에서는 이미 난리가 났었다.  이미 많은 양의 출혈을 쏟아낸터라 현영은 이미 가망이 없는 듯 해보였고 예인부인은 자신의 아들앞에서 대성통곡을 하였다.

 

“아직까지도 그 놈을 잡지 못하였느냐?”

 

“어디 멀리까지 도망간듯하옵니다.”

 

“저..저..쳐죽일 놈을 당장에 잡아오게. 어서 잡아오래도”

 

예인부인은 악에 받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채 바로 혼절해버렸고 곁에 있던 연화가 그의 어머니를 부축하였다.

 

“여봐라 지금가서 그 놈의 에미년을 끌고오너라. 그리고 풍백 지금 사병들과 함께 그놈을 잡아오너라.

 

만약..... 반항할시 그 자리에서 죽여도 좋다.”

 

승하인은 낮은어조로 그들에게 명하였는데 그의 목소리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떨리고 있었다.


밤새도록 청운은 내달렸고 이제 그의 기력은 많이 떨어져있었다. 굶주림과 피곤함으로 이미 온몸은 천근만근이였고 머릿속에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곧 그는 더 이상은 힘이 없는지 산언저리에서 털썩 쓰러져버렸고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자 잠이 쏟아져왔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새벽의 동이 트고 있었고 곧 청운은 정신을 차리어 그앞에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있는힘을 다내어 그쪽으로 걸어올라갔다.

가파른 그곳을 기다시피하여 올라가자 곧 그산의 고지에 이르렀는데 발아래로는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무언가를 단단히 결심한듯해 보였다.

 

‘다시 태어난다면 부디...후훗.. 노비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던가.

 

연화애기씨 부디 좋은 낭군 만나시어 백년회로 하시어요. 그리고 불쌍한 어머니... 내어머니..흑흑’

 

어머니의 생각이 미치자 그는 곧바로 대성통곡 하였고 여명이 뜨는 곳을 향하여 그쪽을 향해 정성껏 절을 하였다.

 

‘못난소자 용서하십시오. 부디 다음 세상에서 훌륭한 아들두시어 행복하게 살아가소서’

 

곧바로 청운은 한쪽에 신을 가지런히 벗어두고는 귀주머니가 들어있는 가슴한쪽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으며 앞으로 숙였다.

아래로  떨어질때까지 고통은 거의 없었다.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듯 청운의 생각은 거기에서 끝이났다.



제 6편에 계속.......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