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귀거래사 (新歸去來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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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앞마당 오일장
강산도 10년이면 그 모습이 변한다고 하는데 하물며 우리네 살림살이나 삶의 방식에
어 찌 변함이 없으랴마는 우리의주변과세상 물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고 시간을
다투 며 쏟아지는 생활 정보는 무릇 기성세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으니 이제는
강 산 도 10년에 두번 세번씩은 바뀔판이 아닌가 싶다.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대기업경영인으로부터 가정 주부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생활
의 틈바구니에서 시간과 일에 쫓겨 하루 일과를 혼미한 상태로 보내게 되는 날들이 점
차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라서 모든 사람들이 좀더 간단하고 편리한 생활방법을 추구하
게 됨에 따라 무우 배추는 물론 담배 한 갑까지도 전화 한 통이면 방문 앞에까지 배달
이 가능한 세상이 된지도 꽤나 오래된 일인것 같다.
또한 도시와 농촌간 문명 혜택 정도의 격차가 크게 축소죈 덕분(?)이라고나 할까? 읍,
면 단위의 소도읍에서도 대도시의 모양새를 닮아 가느라고 농촌의 구수한 냄새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음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특히 수백년 대를 이어오며 닷새에 한 번씩
벌어지던 우리 고유의 전통 민속 장날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지방이 많이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아닐 수 없다.
예적부터 우리의 장터는 비록 넉넉하지는 못하나마 서로 돕고 살피는 끈끈한 인간미
가 흐르고 푸짐하면서도 훈훈한 정이 항상 가득 담겨 있어서 우리네 진솔한 삶의 의미
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곳이고 걸직한 막걸리 한 탁배기라도 마시지 않고는 발길
이 돌아 서지지가 않는 곳이다. 그곳엔 언제나 꾸밈없는 희로애락이 연출되고 있어 다
정한 삶의 배움터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통 장터가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음에 어딘
가 씁쓸해 짐은 비단 나만의 감정이 아닐것이라 짐작해 본다.
하기야 아직도 닷새에 한번씩 장이 서고 있는 큰 도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엔
먹 고 입고 자는데 필요한 상품들이 너무 획일적으로 진열되어 있으며 물건을 사고파
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주고받는 대화, 그리고 오가는 발길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도심
의 이기적이고 사무적인 생활면이 비춰질뿐이고 넘치는 인심이나 따스한 정같은 것은
좀처럼 찾아볼 길이 없다.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것들을 남기기 위해 수많이도 찾아다녔던 우리의 오일장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정겨운 웃음과 노인들의 주름진 인생역정을 기록하기 위해 카
메라 울러메고 이골목 저골목 이집 저집 기웃거리던 추억의 장날이 지금 가슴에 소복
고여있다. 오일장은 가슴 아련한 우리 이웃들의 정겨운 세상의 앞 마당이었다.
푸 른 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