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인가 그랬다. 이별을 가장 빨리 극복하는 방법은 펑펑울고 화를내고 슬퍼하고 미워하고 그런 감정들을 계속해서 겪는거라고…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할수록 조금이나마 더 빨리 천천히 상처가 나아지는거라고 그랬다.
겪어보니 그렇더라. 사랑은 언제나 새롭게 아프더라. 그때는 그 사랑이 제일 아픈것같고 그 다음 사랑이 왔다가 가면 그게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마음 아픈것 같더라. 항상 그전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것 같더라.
나는 언제나처럼 굳게 마음을 닫는다고 닫았지만 결국 너에게 열어줬고 너는 내가 문을 활짝열기 직전 나를 떠나갔다. 사랑은 언제나 타이밍이라는 말 알고있었고 덜 표현한 사람이 더 후회한다는것도 알고 있었으며, 사람의 소중함은 떠나간 후에야 깨닫는다는 말 또한 알고있었지만 나는 그 타이밍을 놓쳤고, 표현을 아꼈고, 너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았다. 너를 단 한순간도 없신 여기거나 너의 마음을 이용하려 한적은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내가 너무나 자만했다는건 인정한다. 나는 너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를 떠나갈지 몰랐고 그래서인지 더 아팠던것 같다. 잘 울지 도 않는 내가 너 때문에 삼일내내 펑펑울었다는걸 너는 알까?
너는 좋을지도 모르겠다. 너는 기뻐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비싸게 굴더니 결국 내가 더 상처받는걸 보면서 너는 어쩌면 약간의 묘한 승리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그래 결국엔 너가 우리 사이에서 갑이 되었다. 멍청하게도 나는 너무나 느렸고 뒤늦게 너를 원하게 되었고 그래서 너의 좋은점만 보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웃긴다. 너와 나는 너무나도 다른 길을 걸어버렸으니까. 넌 나의 장점만 보고 달려왔고 그래서 단점이 보일때마다 장점을 지워내갔다. 나는 너의 단점을 먼저 보았으나 너의 노력에 보답하려 장점을 찾아 너의 단점을 지워내갔다. 이건 약간의 나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말이겠지만 주위에서 다들 내가 아깝다고 할때 나는 처음에는 그런가싶어 갸우뚱 했으나 너가 우리의 끝을 바라봤을때는 너가 내게 과분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게되어버렸다.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있다 보면 난 어느새 너와의 추억속으로 걸어들어가서 후회하고 있다. 그때는 이럴걸 저럴걸 하면서 안타까워 하지만 흘러간 시간 속에서 결국 내가 얻는 거라고는 쓰라린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실 상처라는 단어를 쓰면서 고민을 하고있다. 내가 상처라는 단어를 감히 입에 올릴 수있을 정도로 상처받은게 맞는걸까?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려주던 너가 내겐 이제 나의 자존감을 바닥아래로 끌어내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가 너에게 지겨운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보다 내가 너에게 상처를 얼마나 많이 주었을 정도로 나빴길래 너를 지치게 만든걸까 라는 생각이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최하로 내려버렸다. 너는 내가 지겨워지고 버겁고 예뻐보이지 않고 그렇게 지쳐갈때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그래서 나는 내가 상처를 얘기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 너에게 서운했던 수십가지 생각보다 상처받았을 과거의 너 생각을 수백 번씩한다. 과거의 너가 너무나 안쓰러워 보여서 예전에는 너가 나에게 했던 말을 내가 과거의 너에게 수만번씩 되뇌여본다. “나는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가 행복한게 나의 행복이니까. 나는 너가 아프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가 아프거나 힘들면 내가 더 아프고 힘들어. 그러니까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런거다. 결국 바보같은 나는 상처받았던 나의 과거를 떠올리며 상처받기 싫다고 이기적인 행동을 반복하며 버티다가 너무 늦게 너를 보게 되었다. 이쯤되면 나를 떠나버린 너가 더 나쁜건지 내가 더 나쁜건지 모르겠다. 원망하고 싶은 너이지만 너를 그렇게 만든 나를 원망해야 하는건지. 아직 나는 너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한것 같다. 너가 내 속에 깊숙이 밀려와서 사랑에 푹 빠지기를 바랐던 나는 정말로 반쯤 그렇게 되고 있었지만 이미 어긋난 타이밍이었고 그래서 우리의 인연은 엇갈린건가 보다. 우리는 인연이 아닌것 같다는 너의 마지막 말이 너가 나에게 지쳤다는 말보다, 마음이 변한것 같다는 말보다 가장 아프게 다가온 이유는 그건 너가 끝내 우리의 마지막을 인정했고 내가 어떻게 더이상 할 수있는게 없다는걸 확인시켜준것이기 때문인것 같다.
내게 항상 변함없는 기댈 수있는 나무같은 존재가 되어줄거라 약속했던 너는 내게 가끔 기댈 수 있을듯 말듯한 나무 그림자였다. 너에게 완벽히 기대기에는 내가 너무나 겁쟁이였고 나약했고 숨기고 있는게 너무도 많아서 쉽게 그럴 수가 없었다. 언제나 항상 내곁에 있어 줄거라는 믿음이 막 생기기 시작한 너는 조그만 묘목같은 존재였다. 이제 내 키쯤 자라서 기대볼까 했는데 너는 결국 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스라져버렸다. 너에게서 빠져나가기가 쉽지않아서 계속해서 생각해본다. 내가 너에게 버거웠던건지, 재미가 없었던건지, 힘겨웠던건지 아니면 이 모든거였는지. 너무나도 쉽게 사그라든 감정에 적응하지 못한 나를 안쓰럽게 여겨도 될지 모르겠다. 나는 너와 나의 관계를 우리사이에 물어야 되는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에게만 있다고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