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하고 스물다섯에 대학교 입학을 해서
서른에 졸업하고 1년간 중소기업 기획실에서 일을 했습니다.
회사의 발전가능성이 없어보이고
쓸데없이 정치하고...
업무시간은 보통 10시간은 기본이지만
사장님 빼고는 다들 의욕도 없어보여서
1년 되는 날 퇴사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겠노라 다짐했었지요
당시에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들도 있고
일하면서 자신감이 더 생겨서
창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1년 일했으니 조금만 한달만 쉬어도 되겠지 했는데
이게 쉬다보니.. 한달이 두달이 되고...
어느 덧 9개월이 되어버렸네요
쉬는 동안 너무 많이 먹어서 몸무게가 15 킬로 늘어버리고..
미드 왕창 보고 게임하고...
예전엔 책도 많이 읽었었는데...
사기만 하고 읽지도 않고 ;
이렇게 보시면 당연히 제가 원래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하시겠지만...하하;;
1년 동안 11시 취침 4시 기상 패턴으로
수능공부 정말 열심히 해서 촌놈이 서울도 오고
대학생활도 더할 나위 없이 열정적으로 했었어요.
내가 열정과 근면함 만큼은 남부럽지 않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까지 되었네요..저도 믿기지가 않네요
과거엔 내가 이러지 않았는데 하며
바보같이 과거에 사로잡혀서 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 거겠지요
5개월 쯤 되었을 무렵부터
나름 정신차리고 창업교육 많이 받고 다녔는데
거기서 예전의 저처럼 정말 열정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불타오르기보다는 시작도 하기 전에 괜히 기가 죽어버렸어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하며
자존감만 더 바닥을 치고
사는 게 잘 안 풀리고 살도 찌고 하고니까
사람들 만나기가 싫어서
여자친구 말고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를 않아서
부랄친구들 말고는 친구들도 다 멀어져버리고
아이고 ㅠㅠ
설상가상으로 백수생활이 예상치 못하게 길어진 탓에
모아둔 창업자금도 생활비로 상당부분 충당해버렸네요..
하하하...
쓰다보니 정말 바보 같네요.. ㅠㅠ..
10월말에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서
토익성적 유효기간을 봤더니 11월30일까지더라구요
어디서 일이라도 하면서 다시 부지런해져보자 하면서
취업사이트들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근데 기획은 신입이나 짧은 경력 뽑지도 않고..
(입사할땐 해외사업부를 지원했는데 교육기간 후 배치가 기획실로..)
다른 직무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뭘지도 모르겠고
예전엔 뭘해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정확히 반대라서..
계속 보기만 하고 지원은 안 하고 있더군요
이런 마음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제 문제를 들여다보고 계획을 새로 짜고
뭔가 파이팅 해야되는데
계속 회피하고 싶고
현실도피를 위해 미드만 보게 되네요
진짜 한심하죠?
저도 죽겠어요...이런 제가 너무 한심해서...
ㅋㅋㅋ
그냥...
이런 고민
어디라도 말해보고 싶었어요
한심하다는 걸 알지만 한심하다고 욕하는 댓글이 두려우면서도
혹시라도 따뜻한 위로가 있을까..하는 기대와
그냥...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죄송해요
혹시 이 똥글을 끝까지 봐주셨다면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