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김장이든 명절 차례든, 전통 혹은 관습을 줄이고 바꿀 수 있다면

블베 |2016.12.06 15:59
조회 650 |추천 3
약간의 자랑글이 섞여 있을 수도 있으니 다소의 불편함은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바로 음슴체로 갑니다.

최근에 한창 김장철이었고 또 오늘은 파혼한 분 얘기(명절에 남자쪽에 먼저 가는게 전통인가요 적었던) 보고 생각나서 적어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장이든, 명절 차례든, 줄일 만큼 줄이고, 나눌 만큼 나누고, 바꿀 만큼 바꿀 수 있다면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쓰니는 올해 36, 결혼한지 이제 3년차고 장남임. 남동생임. 그래서 쓰니 아내에게는 시동생(도련님)만 있고 시누이는 없음. 집은 서울인데 회사가 비교적 멀어서, 회사 기숙사에 내 방이 있고, 밥도 삼시세끼 다 회사에서 해결함. 그런고로 집에서 밥을 먹는건 주말,휴일밖에 없음. 아내는 쓰니보다 4살 어리고, 임신 8개월까지 집에서 30분 내외 정도 거리인 회사 다녔었고 지금은 육아휴직중이고 6개월된 첫딸과 함께 있음.부모님은 차로 30분 남짓 거리(BMW등 대중교통으로는 약 1시간 가량)에 사시고, 처가는 자가로 6시간 가량, KTX를 포함한 대중교통으로는 4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음. 워낙 집에서 밥먹는 빈도수가 적은데다, 밥먹을때 김치를 많이 소비하지도 않음. 그래서 장모님이 음식 보내주실 때 김치도 간혹 같이 보내주시는데 그걸로도 남아돌 정도임.
몇 주 전에 어머니가 김장하셨다고, (아마 여남은 포기 정도 하셨을 거임. 동생까지 세식구 먹으니까)우리 먹을 김치 한통 담아뒀으니 가지러 오라고 하셨음. 난 아내와 상의해본 뒤에, 우리 집에도 김치가 충분히 많으니 안 주셔도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림.그리고 언제쯤 뵐까 했는데, 날이 추우니까 겨울 지나고 오라고 하셨음.그러니까 설 때 보자는 말씀임. 어차피 내년 1월 말이니까 추울 때긴 하지만,아직 태어난지 몇 달 안 된 아기 추운데 데리고 왔다갔다하다 감기 걸릴까봐, 이왕이면 한겨울에는 굳이 오지 말고 명절 때나 보자고 하신 것임. 이미 지지난달에 집사람이 어머니를 불러서 부모님이 하루 오후에 와서 아이를 보시기도 하셨고- 그때는 아내가 병원 예약 때문에 어머니께 하루 오후만 아이 좀 봐달라고 부탁드린 거였음.그 외에는 아이 낳고 조리원 나온 후에는 굳이 찾아오신다거나 손주 데리고 오라고 하신다거나 하시지 않음. 당신들께서도 이쁜 손주를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크시겠냐마는, 그보다는 아들 내외나 손주가 잘 사는걸 더 바라시는 분들이심. 
결혼하고 추석과 김장 세번, 설 두번 지났지만, 김장때 한번도 부르신 적이 없었음. (본인은 결혼하기 전에는 배추 절인거 옮긴다든지, 고추가루나 기름 등 손에 얼만큼 부으라고 하셔서 따라드린다든지, 그런 아주 보조적인 일만 했었음. 웬만한건 어머니가 다 하셨음.)며느리한테 직접 오라고 말씀하셨을 리도 없음. 왜냐면 내 아내는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성격이라, 만약 김장 언급을 하셨으면 아내가 나한테 '어머님이 김장하러 올 수 있냐고 말씀하시더라' 라고 말을 하지 않았을 리 없음.더군다나 추석,설 차례 음식 준비할 때도 전날 왔다가라는 말씀 안하시고 오히려 차례 지내는 당일 아침에 오라고 하셨으니까.지금까지 줄곧, 계속.  처가는 지지난 주말에 김장을 했음. 남쪽이라 아무래도 따뜻해서 서울보다는 늦게 한 편임. 그때는 처남만 내려갔다고 얘길 들었음.처가에서도 우리는 따로 부르시지 않았음재작년엔 신혼이라, 작년엔 임신중이라, 올해엔 육아중이라양쪽 다 그런 생각으로 안 부르셨을 것 같음.
바람과 햇빛 우화에서도 알 수 있듯, 못되게 굴면 당하는 쪽에서도 더 꽁꽁 싸매고 등돌리고,잘 해 주시면 그만큼 감사해서라도 더 잘 해 드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임. [못된 시어매가 되어 나중에 아들내외가 갈라서거나 시어매와 등돌려서 손주도 못 볼 것인가, 존경받는 시어머님이 되어 아들과 며느리에게 합당한 존경과 대우를 받고 사실 것인가]
아버지가 장남이시라 본가가 큰집임. 그래서 추석,설,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 이렇게 총 네번, 친척들이 본가에서 모임.친척이라고 해도 인원수가 그리 많지 않음. 고모댁은 안 오신 지가 꽤 됐고, 작은아버지 두분과 그 일가, 그리고 우리 내외까지 해서 4집 10명 남짓임. (이혼하셨던 작은아버지가 올초에 돌아가셔서 내년부터는 부모님,막내작은아버지,우리집까지 3집이 모이게 됨)웬만한 음식은 어머니가 다 하시고 막내작은어머니가 전 종류는 해서 가져오심. 
결혼하고 3,4개월 후가 첫 추석이었는데, 그때부터 울 어머니는 우리한테 명절 전날 올 필요 없다고 하셨음. 아내는, 그래도 어떻게, 와서 도와드려야죠 하고 말씀드렸는데, 한사코 사양하셨음.위에도 적었던 것처럼, 전날 음식하러 오지 말고 당일 아침에 차례 지낼 때나 오라고 하셨음 그래서 우리는 그때부터 명절에 본가에는 당일에만 갔음.물론 갈 때 좀 일찍 가면 아버지랑 동생이 차례상 차릴 때 상 놓고 하는 건 도와드리곤 했음. 결혼 전에는 지방 쓰는 것은 항상 내 몫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가면 이미 동생이 써놓음. (축문은 한번도 쓴 적 없음. 기제사 때도)
어머니들이 음식은 다 하시고, 대신에 남자들은 나머지 일들을 했음(그래봐야 어머니가 하시는 거에 비하면 약과겠지만). 차례 다 지내고 상 옮기기라든지, 제기에 올려져 있던 과일을 바구니에 모아놓고, 약과나 곶감 같은건 크린백에 담고, 식사 때 안 쓸 제기는 한쪽에 모아놓고 등.어머니가 밥이랑 국 떠놓으시면 나랑 동생은 쟁반에 담아서 옮기기도 하고. 양쪽 상에 반찬 나눠담는 것도 어머니가 주도적으로 하셨지만 남자들도 일정 부분 거들었음.남자라고 못할 일은 없음. 이 시대의 엄마들이 아들들을 안 시켜서 안 하는 거지. 시키면 다 하게 되어 있고, 그리고 아들이 엄마 입장을 이해하면 엄마 힘든걸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자발적으로 하게 됨.진짜 이기적인 놈이고 불효자고 공감능력 1도 없는 놈이라면 결혼전엔 엄마를 부려먹고 결혼하고서는 아내를 부려먹겠지만.
어머니는 항상 분주하고 바쁘시고, 음식 다 퍼주신 후에도 이것저것 담아오시고, 그럴때 얼른 와서 드시라고 말씀드려도 먼저들 들라고 하시고,희생적으로, 늘 다른 가족들을 먼저 대접하려고 하셨음.더군다나, 작은아버지들 가족 먼저 보내드린 후에 우리는 남아서 정리랑 설거지 도와드리려고 해도, 당신은 집에서 느긋하게 하면 된다시며, 처가 가는 길 먼데 서둘러서들 가라고, 그래서 우리는 상 정리만이라도 해드리고 나오곤 했음. [사랑하는 어머니, 존경합니다]
명절 당일 본가에서 아침 먹고 대충 정리된 후에 11~12시 정도에 집에 오면, 그 날 오후 차를 타고 처가로 내려감.장모님이 성당 다니셔서 차례를 지내진 않고 또 처가는 큰집이 따로 있지만 그래도 명절이라 음식은 해놓으심. 연휴가 좀 길 때는 처가에 가서 이틀 정도 후에 올라왔고,연휴가 짧을 때에는 우리는 집에 와 있고 장인장모님이 올라오셨음. 그리고 가장 최근 추석 때는 부모님이 가족여행 가신다고 굳이 오지 말라고 하셨음. 그래서 그 때는 명절 전에 따로 찾아뵙고, 추석 연휴때 일찌감치 처가로 내려가서 며칠 있다 올라왔음. 그때는 아내랑 아이가 처가에서 산후조리겸 친정부모님과 같이 있을 때라 나만 왔다갔다하면 되긴 했음. 연휴 전날 화요일 일마치고 기숙사에서 자고 다음날인 연휴 첫날 아침 첫차 편으로 가서 토요일에 서울로 올라왔었음. 
아들 입장에서 봐도 울 어머니는 평생 동안 가장(울 아버지)과 아들들을 위해서 적지 않은 희생을 하고 사셨음. 지금도 아침 일찍 새벽같이 일가시랴 집에 오시면 아버지 챙기시랴 바쁘시고, 그 와중에도 운동이나 등산은 꾸준히 다니시고, 이제 나이도 이미 환갑이 넘으셨고 해서 이것저것 챙기기엔 지치신 것 같음. 할머니가 추석 일주일 후 돌아가셨었기에(거의 20년 전) 할머니 제사가 추석 일주일 후인 것도 있고 해서, 제사 합치자는 얘기를 몇년 전부터 하셨고아버지는 그동안은 계속 동의 안 하시고 고집 부리셨지만, 내가 아버지 입장이었다면 합치는 쪽에 적극 동의하였을 것임. 그리고 올해 추석에 차례를 안 지내게 된 것은, 이미 올 초 설부터 얘기됐던 건데아버지가 더 늙기 전에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추석 연휴 때 가족여행 다녀오신다고 했음. 결국 올해는 명절때 모인 것도 한번이었고, 제사도 한번 지낸 것 같은데내 생각은 뭐 두번이면 어떻고 한번이면 어떠리 하는 생각임. 사는 사람이 고생 덜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돌아가신 분 젯밥 더 챙기는 것이 중요한가?뭣이 중헌디?
그렇지만 나는 이 단계에서 만족하지 않음. 어머니도 며느리로서 고생하셨던 것을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으신다고 생각하고, 나는 더더욱 그러함. 먼 훗날이겠지만, 내가 제주(祭主)가 된다면, 나는 우리 집의 차례와 제사를 모두 폐할 것임. 어머니를 설득하더라도 막내작은아버지,작은어머니의 반대도 있겠지만, 내 신념을 적극 피력해서 설득할 것임. 나와 아내가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는 점도 있고.명절때 차례나 기일에 기제사 대신, 가까운 친지들을 모시고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장을 마련하고 같이 식사하는 가족모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함. 
나는 차례와 기제사가 절대불변 영원불멸의 전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음. 차례와 제사는 전통이라기보다는 관습이라고 생각함. 또 반드시 제사와 차례를 지내야만 효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아내,며느리를 '본가의(시부모,시조부모)' 제사,차례를 위해 '대리효도'를 시키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함.
부부끼리 문제없이 잘 살고, 아이 잘 키우고, 부모님 걱정하시지 않게 하는 것이 진짜 효자,효녀임.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죠. 
한 집안의 관습은 그 집의 가장과 가족들이 상의해서 유지할 수도, 줄일 수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좀 길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3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