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귄지 어느덧 141일이 됐어. 헤어진지도 어느덧 꽤 됐네. 키가 168인 나랑 키가 182인 너. 니가 안아줄 때면 나는 니 품에 쏙 들어가는게 좋았어.
내가 좋아하는게 확실해도, 너가 나에게 호감이 있어도 섣불리 고백을 하지않는 너의 모습이 좋았고, 사투리 쓰는 게 촌티 난다는 나의 말에 너는 어느새 서울말을 많이 쓰는 경상도 남자로 바뀌어 있더라. 야채를 안먹는 나를 위해서 항상 고기를 먹자는 니가 너무 좋았고, 햄버거 집을 가서 야채를 빼달라고 말하는 걸 까먹는 나를 대신해서 말해주는 니가 너무 좋았어.
연락을 잘 해주는 남자가 좋다는 내 한 마디에 다른 친구들 카톡 알림을 다 꺼놓고 내 알림만 켜놓는 니가 너무 사랑스럽더라. 전화하는걸 좋아하는 나는, 너에게 항상 전화를 걸면 신호음이 채 5번도 가지 않았는데 바로 받는 니가 좋더라.
할머니와 싸운 날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해줬을 때, 울었던 니가 내 기억에 생생해. 담담한 척 하는 나를 위로해주는 니가 너무 멋있었어. 어머니에게 무뚝뚝한 니가 싫어서, "어머니께 잘 대해드려" 라고 한마디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어머니께 "사랑해"라고 처음으로 말씀드린 니가 너무 대견스러웠어.
지는걸 싫어하는 나 때문에, 게임을 할 때 집중해서 하는 니가 왠지 귀엽기도 하고 고맙더라. 내가 엄마랑 싸워도 너는 항상 엄마편을 들었지? 근데 나는 그게 너무 고마웠어. 나는 우리 엄마편이 아닌데, 너만큼은 항상 우리 엄마편이더라. 딸로서 너무 부끄러웠어.
내가 내 친구를 욕해도 항상 객관적이게 말해주는 니가 가끔은 밉기도 했지만 고마워.
너랑 사귀었던141일동안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갔던 것 같아. 욕도 줄여지고, 남을 배려하게 될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고마워. 넌 나에게 서서히 봉숭아 물 처럼 물들여져가고, 나는 너한테 물들여져 갔었지. 니가 잘생기지도 않았고, 몸이 좋지도 않아서 처음 나는, 너를 좋아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하지만, 버스에서 노인분들께 자리를 양보하는 니가, 애기를 좋아하는 니가, 말을 함부로하지 않는 니가 너무 멋있어보여서 어느 순간 너에게 물들여져 갔나봐.
나를 이렇게 물들여준 너에게 너무 감사해. 니가 아니었다면 난, 지잡대에 다니는 인성도 좋지 않고 성적도 좋지 않은 그저그런 여자일 뿐이었을거야. 헤어지자는 나의 말에 너는 울었었지. 미안해. 이제 잡고싶지만, 헤어지자고 해놓고 잡는건 양심없고 예의가 아닌 행동이기에 난 꾹 눌러 참을게. 미처 눌러지지 않아서 남은 감정들을 여기에 써내려가. 혹시라도 니가 보게 된다면, 잘 살고 있길 바래.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래. 나에게 물들여진 부분을 이제 너의 여자에게 물들여지길 바랄게. 행복하게 살아, 정말 고마웠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