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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가 아니지만.. 한 번 읽어봐주세요

빈칸 |2016.12.23 18:15
조회 442 |추천 1
안녕하세요. 전 일단 20대 남자입니다.
여성분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걸 알지만 가장 많은 분들이 찾는 
게시판으로 알고있어 부득이하게 편법을 써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 갖고 있는 고민인데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여기에 글을 써봅니다. 
행여나 누가 알아볼까봐 걱정되어 깊은 속얘기는 꺼내지 못하지만
최대한 있는 그대로 써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시고 진심어린 조언 한 마디씩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쓸 얘기는 제 얘기가 아닌 저의 어머니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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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이른 나이에 결혼하셔서 21살에 저를 낳으셨습니다. (자식은 저 한명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만나고 결혼하신 것 같습니다.
외갓댁(어머니에게는 친정이죠)에서 보낸 청년기의 생활이 많이 억압받고 힘드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만나 서로 좋아하는 감정에 힘든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결혼을 생각하고
젊은 나이에 서두르신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기술을 배울 시간, 공부를 해서 자신만의 능력을 키울 시간 등을 갖지 않은채
결혼하고 바로 저를 낳고 키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다 보내셨습니다.
그 때는 아버지의 수입이 안정적이지 못했기에 어머니도 패스트푸드점 알바, 식당 서빙,
전단지 알바 등 지금 제 나이 때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수입이 적고 힘든 알바를 하면서
저를 키우셨구요.

혹시 영화 '과속스캔들' 보셨나요?? 
그 영화 속 박보영이 차태현을 만나기 전 아들을 키우며 살았던 삶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일하시는 옷가게나 식당 같은 곳으로
따라갔던 기억이 있네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부족한 형편이지만 그 누구보다 학업열(?)이 뛰어나셔서 
진짜 상처가 되는 반항도 많이 했던 저를 혼내고 어르시면서 
제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가장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아들 하나 대학까지만이라도 잘 보내자' 라는 마음으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억척같이 키우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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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대학에가고 독립을 서서히 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위에서 어머니 위주로 글을 쓰느라 아버지 얘기는 별로 쓰지 못했지만
일단 지금 상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거의 갈라서신 상태입니다.
도장만 찍지 않았다 뿐이지 이혼하신 거와 다름없습니다.
그동안 저 키우느시라 참으셨다가 제가 성인이 된 이후로는 더이상 참지 않으신거겠죠.

세상에서 제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제 아버지일만큼 
아버지는 저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멋진 아빠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있어 좋은 남편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좋은 부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두 분 사이에는 다소 폭력적이고 심한 다툼이 꽤나 있었고,
두 분이서 대화로 해결하거나 문제를 풀어나가지 않고 그냥 담아두신 것 같습니다.

누가 먼저 잘못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네요.
술을 드시면 어머니를 막 대하고 집에 잘 들어오시지 않았던 아버지의 잘못인지
매사에 짜증내는 말투로 아버지 속을 긁고 다툼의 불씨를 당긴 어머니의 잘못인지
아들된 입장에서는 누가 먼저 잘못했다고 하기도, 잘못이라고 얘기하기도 어렵습니다..

여튼 이런 상황에 속시원히 이혼이라도 하시면 편하련만
어머니께서 외갓댁(친정)에서 받은 재산이 친가(시댁)쪽과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냥 묶여있습니다.
돈이 아닌 땅이거든요.
그래서 두분 다 섣불리 이혼은 못하시지만 갈라섰기 때문에 그 어떤 교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서는 어머니께 드리던 생활비를 끊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경제력이나 과소비하지 않는 경제관념 같은게 부족하셔서 
평소에 아버지가 불만이 많으셨습니다.)

생활비가 끊긴 어머니는 돈을 벌어야 하지만 어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시기에
그냥 식당이나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시면서 시급 6000원~7000원 받고 일하시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는 지금까지 온힘을 다해서 뒷바라지하고 시댁을 챙기셨기에 이제 거의
탈진상태입니다. 목디스크에 콩팥에 간에... 아프신 곳도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어머니 주변 분들은 본인의 능력으로 돈을 벌거나 혹은 남편 분들께서 지원해주시는
경제력으로 큰 걱정없이 취미활동 등을 하면서 자식 다키우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시는데 
어머니는 다시 본인의 생계 유지를 위해 발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칠대로 지친 어머니에게 갱년기와 우울증까지 같이 찾아온 듯 보이고요..

저라도 경제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졸업하고 돈벌어서 어머니 도와드리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까 잠깐 식당에서 일하실 때 통화를 했는데 일은 안힘드시냐는 질문에 바로 울음을 참으시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십 몇년의 시간을 글 하나로 정리해서 전달하기가 정말 쉽지 않네요..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부모님 사이를 회복시키는 건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어머니 모시고 심리상담사분 찾아뵙고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기도 하고
어머니가 갖고 있는 재능을 지금이라도 갈고닦아서 잘해보자고 힘을 드리고 싶다가도
일끝나고 오셔서 퉁퉁 부은 얼굴로 힘들게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면 
그나마 쉴 수 있는 그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고...


근심 걱정 없이 하루라도 편안하게 살기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쓴 이 긴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추천수1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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