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페이스북을 보던 중 젓가락질에 관한 판이 올라온 것을 보고 제 생각에 관해 판분들께 여쭤보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제 친구도 '올바른' 젓가락질과는 다르게 젓가락질을 하는데...페북 댓글에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욕들이 꽤 달려 있더라구요.. 이런 욕을 제 친구가 먹어야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같은 경우에는 소위 '올바르다'라고 불리는 젓가락질에 가깝게 하는 편입니다.어렸을 때에는 콩 옮기기도 곧잘 해서, 젓가락질에 서투른 친구들을 장난조로 놀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하지만 조금씩 자라면서, 젓가락질을 다르게 하는 친구들을 보아도 '그냥 그렇구나'하거나 심지어는 '재 젓가락질 귀엽다!' 이런 생각도 해 본 것 같습니다.. ㅋㅋ
그런데 얼마 전, 제 지인분을 만났을 때, 젓가락질 얘기가 나왔었습니다.그 분은 '젓가락질은 가정 교육의 척도이고, 나는 사람을 볼 때 젓가락질을 먼저 본다.' 라고 하셨습니다.저는 그 생각에 의문이 들어, '사람마다 편한 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질문했었는데, 그 분께서는 '사회 통념 상 올바른 젓가락질은 예의범절이다'라고 답하셨습니다.
그 날의 이야기는 어쩌다 보니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머릿속에서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다시 오늘 페이스북에서 관련 글을 접하게 되었고, 저는 다시금 '올바른 젓가락질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져 관련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올바른 젓가락질을 해야한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수집해보았습니다. 그 의견들은 이렇게 간추려질 것 같습니다.
예부터 전해져 온 기본 예절이다. 쩝쩝충이 예의가 아닌 것처럼!
저는 남아도는 시간에 위 의견에 맞추어 간단하게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한국의 식사 예법' 페이지를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820123&cid=48195&categoryId=48195
본문은 소혜황후의 "내훈", 이덕무의 "사소절",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 문화재보호재단의 "우리의 전통예절"에 적힌 내용을 참고하여 한국의 식사 예법을 설명한 글인데요, 재미있게도 여기에선 '올바른 젓가락질'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물론 '젓가락으로 흩어 떠먹지 말라' 따위의 글은 있지만 제 글에서 다루는 올바른 젓가락질과는 다른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정말 많은 사이트와 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젓가락질이 예부터 전해져 내려온 기본 예절이라는 증거를 찾고자 했으나,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옛 문헌이나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반면, 쩝쩝충의 경우에는 정말 많은 문헌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올바른' 젓가락질을 하지 않는 분들과 쩝쩝충들을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그럼 '문헌에도 없는 젓가락질이 왜 한국의 기본 예절이 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드는데요.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영하 교수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http://spotlighting.tistory.com/1188
' 올바른 젓가락질이 올바른 식사예절이라는 것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
주영하 교수는 원래 조선시대 서민들은 젓가락보다 숟가락을 더 선호했다고 말합니다. 고문헌에서 젓가락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그러던 중 1960~70년대에 일본에서 유행하던 '젓가락 담론'이라는 책에 수록된 올바른 젓가락질 방법이 우리나라에 들여져서 우리나라의 식사예절로 변질되었다는 것이 주영하 교수의 주장입니다.
네, 교수 한 명의 주장이므로 언제든 반론의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실로 비추어 보았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예부터 중요시되었던 식사 예절을 다룬 문헌들 마저도 젓가락질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점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비추어 보았을 때, 저는 올바른 젓가락질이 식사 예절이라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입증된 사실이 아닌 저만의 생각이니 딱히 글 내용에 관해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올바른' 젓가락질을 하지 않는 분들이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는 둥의 어이없는 욕을 먹는 것이 보기가 안좋아서 글을 쓰게 됬는데...나름 이런 토픽에 관심을 잘 가지는 편이라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글을 쓰게 됬습니다. 부족한 글재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신 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