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한 해는 우리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서 살고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그간 설마 했던 사건들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앞으로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을 강한 멘탈을 선사한 여러 사건들에 대해 알아보자.
1. 탄핵 이끈 촛불집회-대한민국의 명예혁명은 현재 진행 중

국민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국정 농단 사태는 올 한 해 국민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꼽힌다. 대통령 연설 수정 뿐 아니라 인사 개입, 문화‧외교‧안보 등 전방위에서 국정을 농단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범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 국민의 자부심이었던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믿음이 ‘대한민국은 순실 공화국이다. 순실 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최순실에게서 나온다’라는 사실로 드러나면서 무너져버린데 기인한다. 국민의 자부심이 무너진 순간 시작된 매 주말 촛불집회는 연령, 계층, 이념에 관계없이 확산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인 지난 12월 3일에만 주최 측 추산 232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촛불은 정제된 분노로 정확히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고 마침내 지난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었다. 4.19 혁명, 6.10 민주주의 항쟁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 명예혁명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31일에도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됐다. 촛불은 박 대통령 탄핵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 ‘무능이 낳은 최악의 AI’ 세월호, 메르스 계속되는 무능…닭‧오리에게도 헬조선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신고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살처분 된 가금류 숫자가 지난 21일 오전 0시 기준 2천 마리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65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는 등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되면서 전국의 오리‧닭 사육 농가들이 초토화 되고 있다.의심 신고가 100% 양성판정이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피해는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역대 최악의 AI라고 여겨지던 2014년을 이미 넘어서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만 매달려 AI 초기 조치에 안일하게 대응해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발생 사실이 공식 확인 된 날로부터 무려 26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범정부 차원의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특히 AI 초기 검증이 안 된 맹탕 소독약이 사용돼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무능함이 또 다시 드러났다. 계란 한판이 만원이 된 현재 앞으로 약 1년간 계란이 귀해질 것이란 전망 아래 서민들만 죽어나고 있다.
3. 백남기 농민 죽음으로 드러난 공권력의 민낯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가 올해 9월 25일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에 대해 당시 물대포를 쏜 경찰, 현장 감독 기독단장, 이들을 지휘한 서울청장‧경찰청장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일관하며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불명확”하다는 해괴한 논리로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오면 사과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백남기 농민 사인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했고 검찰은 “故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며 부검영장을 발부하기까지 했다.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시위에 참가한 두 농민 전용철‧홍덕표씨가 사망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공권력은 정도를 넘어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가 본격화된 현재 생업을 뒤로하고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오면서 부검은 저지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넘었다는 것만으로 비무장한 사람을 물대포로 정조준 해 발포한 것이 적법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
4.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박근혜 정부 관료들의 본심?

지난 7월7일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영화 ‘내부자들’ 대사를 인용해 한 망언은 박근혜 정부의 본심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더욱이 그는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여 그렇지 않아도 헬조선, 흙수저 등 수저계급이 나오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여실 없이 보여주었다. 나향욱 정책기획관 때문에 졸지에 개·돼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우리가 영화보다 더 독한 현실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결국 파면이라는 징계로 결론 내려졌지만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지난 12월 21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죽을죄를 지었다”면서도 “파면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파면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