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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이트펌) 내가 파혼한 이유 [스압]

퍼가요 |2017.01.13 09:59
조회 39,927 |추천 139

나는 어릴 때부터 남초 커뮤니티를 열심히 해서(오유, 디씨, 웃대 등)

더치페이가 개념!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내 모습에 그 놈도 좋아했고.

하지만 재밌는 건 처음에는 그렇게 더치 더치하더만 시간이 지나니까 자기 통장 닥닥 긁어서 지출하더라 ㅋ


각설하고 내가 놈에게 깬 거 몇 개 번호 매겨서 써보겠다.


1.

미리 짜고 치는 프로포즈가 아닌, 사귀는 단계에서 예고 없이 받는 프로포즈를 받았다

그런데 반지, 골든듀에서 했더라

그 지점이 어딘지 뻔히 알아. 지네 아파트 맞은편 상가에 있는 골든듀 ㅎ

골든듀는 커플링이나 맞추는 곳 아닌가? ㅎㅎ

정말 돈이 없었다 하더라도 종로에 가서 금은방 뒤져가며 예산 범위 내에서 예쁜 반지 뒤져서 왔더라면 감동했을 텐데

골든듀 저 세 글자를 보자 좀 기분이 상했다

저렇게 프로포즈에도 공을 안 들이는데 결혼 생활에서는 어떻게 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2.

아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저절로 큰다고 자기 엄마가 그랬다면서 목에 핏대 세우더라.

그래서 내가 현실적인 얘기를 했다. 

육아휴직은? 육아휴직 받고 돌아와서 내 자리 없어지면 나 그냥 전업해도 돼?

그러자 대뜸 하는 말이 "소송 걸어. 그거 불법이잖아." ㅎㅎ....

현실감각 없는 모습에 너무 놀랐다.


그러면서 "나는 아이랑 잘 놀아주는 친구같은 아빠가 될 거야~" 노래를 부르기에

"그때까지 크려면 몇 년이 지나야 하는데 그 때는 너 뭐할 거야?"고 물으니 

"그러게." 이 한 마디로 끝. ㅎㅎ


이거에도 정이 떨어졌다.


3.

둘 다 집은 서울이었지만 직장은 서울 근교였다. 그나마 나는 지하철도 닿는 곳이었으나 놈은 버스만 다니는 곳.

그래서 결혼준비를 하려면 상당히 피곤한 상태로 주말에 혼수 용품점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릇, 신혼집, 이런 얘길 꺼내니까

"그런 건 너가 해. 우리집 동대문까지 멀잖아. 그리고 인터넷으로 집 다 알아볼 수 있어."


고작 서울 안에서도 혼수 용품 보러다닐 각오, 신혼집 알아볼 각오가 안 된 놈이랑 가정을 이루면 

가정 안의 모든 뒤치다꺼리는 내가 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4.

예비 시가는 딱히 뭘 원하는 집은 아니었다.

누가 봐도 분에 넘치는 결혼이란 걸 알아서인지 결혼만 해준다면 고맙다는 태세였다.

그래서 놈은 '우리집도 아무 것도 원하지 않으니 너네집도 원하지 마'란 식으로 신나게 간소 간소 노래를 불렀다.

결혼식도 간소히, 웨딩촬영도 하지 말자, 뭐뭐도 하지 말자 말자 말자...

그런데 어느 날 '웨딩드레스 1번밖에 못 입는데 웨딩드레스 사면 김치녀'란 식으로 말을 꺼냈다. 

직접적은 아니었다. 간접적이었다.

그러나 그 얘길 듣는 순간 그동안 참아온 게 폭발했다.


야 좋다! 난 간소화 너무 좋다! 환경에도 좋고 돈도 절약하니 얼마나 좋냐!

이제부터 제사도 제삿상 사진 딱 프린트해서 서로 묵념만 하고

명절에는 누구 집에 갈 필요 없이 서로 모여서 외식하고 땡치자!

너무 피곤하다! 어차피 돈으로 대체할 수 있고 대체비용도 비싸지 않은데 왜 다들 귀찮게 옹기종기 모여서 시간낭비 감정낭비 인력낭비를 하느냐?

까지 하다가 그동안 생각한 걸 와다다다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 김치 담글 줄 모른다 김장 담글 때 나 오라고 하면 바로 풀무원에 연락해서 배추김치 배송시킬 거다

손맛 담긴 김치가 그렇게 중하면 

돼지고기에 김치 싸먹는 거 좋아하는 니가 가서 일하고 수육, 김치 챙겨서 집에 와라 난 손 하나 까딱 안 할 거다

나 아침 간소하게 먹는다 아침부터 밥 먹고 싶으면 니 손으로 차려먹어라 난 밥 지어본 적도 없다

나 애 태어나면 직장에 칼복귀하고 애가 아파도 일 안 끝나면 집에 안 돌아올 거다 계약서 쓰자 무조건 애는 니가 보는 거다 애가 아픈 것도 니탓이고 애가 잘못되면 니탓이지만 애가 똑똑하면 날 닮아서 똑똑한 거다 

난 절대 시가랑 연락 안 할 거다 니가 연락해라 알아서 전달 나한테 잘해라 의사소통에 문제 생기면 다 니탓이다 

시가에서 전화 와서 나한테 이러쿵저러쿵 하는 순간 전화 끊어버릴 거다 니가 행방불명되지 않는 한 절대 나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시가한테 얘기해라 솔직히 너도 알지 않으냐 내가 너한테 과분하고 넌 앞으로 나같은 여자랑 결혼할 확률은 니가 헐리우드를 평정할 확률보다 낮기에 시가가 지금 나 어떻게든 너랑 결혼하게 하려고 조용히 있는 척 하는 거


기타 등등 마구마구 쏟아냈다


그놈의 표정은 가히 예술이었다

개념녀인 줄 알았는데

김치녀였다,

그런데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이라 무섭다.

배신감과 무서움, 하지만 여기서 승질내면 결혼이 물건너가니까 어떻게든 참아보겠다는 계산이 한껏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뒤로 모든 연락을 끊었다.

놈은 한때는 애절하게, 한때는 협박하며 어떻게든 다시 말을 해보려고 온갖 발악을 부렸다.

난 철저히 무응답으로 응수했다. 싸이월드도 탈퇴했다.

그제서야 그 때 나의 말이 진심인 걸 안 놈은 집에도 찾아오고 회사 앞에서도 서성거렸다.

원룸이야 옮겼지만 직장은 옮기기 힘들어 아는 남자애랑 친하게 지냈다.

그러자 바람 나서 헤어진 걸로 오해하고 미친듯이 발광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아는 남자애가 덩치가 산만해서 멸치에 어좁이에 키는 X만했던 그는 그저 사방이 막힌 수조에서 갈 방향을 잡지 못해 발버둥치는 물방개처럼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놈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발령이 났다 한다. 그 후로 놈은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개념녀 소리를 들으면서 기뻤던 나였어도,

'머리로는 이해'한다면서 아무리 스스로를 다독였어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왜 너는 아무런 의무를 지지 않는 거야? 니 편할 때만 개념녀 찾고 니 불리할 땐 가부장제에 기대냐?'

이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그 덕에 나는 파혼했고 노예생활이 될 게 뻔했던 결혼생활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10년 전 이야기다.

난 시간이 흐르면 더치페이니, 간소화니 뭐니 이런 거 다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오히려 더 심해져서 너무 놀랐다.


누군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혼 준비 중에 쎄한 느낌이 있었다면 그건 정말 신의 도우심이다. 그 느낌은 결혼 생활 내내 널 괴롭힐 거다.


그리고 나이가 차서, 왠지 안 하면 부모님께 죄 짓는 거 같아서,

그런 마음으로 결혼을 생각한다면 하지 말라 하고 싶다.

평생 네 불행을 감추려고 항상 부모님께 거짓말하는 것이 더 불효다.


주변의 시선, 당연히 귀찮지.

그러나 겨우 '결혼 못했나봐' 이 시선이 불편해서, 남의 삶에 왜 간섭하느냐는 이유로 말다툼할 횟수를 줄일 수 있다 해서

남편, 아이 뒤치다꺼리하느라 내 건강도 못 돌보는 삶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

벌써 내 주변 친구들은 아이 낳고 몸이 많이 상했다. 

친구랑 남편이랑 합쳐 1달에 2천을 벌어도 돈으로 커버할 수 없는 손해가 여자의 몸에 남는다.

애 낳고 바로 몸매 회복하고 일하는 연예인이 있다고? 카메라 돌아갈 때만 안 아픈 척하면 돈 들어오는데 뭔들 못하리.


주중이야 일하느라 파김치고 주말에는 혼자서 뮤지컬 보거나 연극 보면서 여가생활 한다. 

재정이 별로면 이불 펴놓고 전기담요 틀어서 이불과 혼연일체가 되어 보고 싶었던 드라마 쭉 다시보기로 본다.

토요일에는 가끔 공방 가서 향초나 비누를 만들면서 이것저것 정보 교환하기도 한다. 

아이 이유식 먹이고 아이 똥기저귀 갈고 아이 트름시키고 아이 말 연습시키고.. 이렇게 가족과 함께 주말 후딱 가는 삶도 있지만

혼자서 사는 삶이라 하여 하루종일 방바닥에서 고독을 음미하는 것은 아닌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적어도 내가 아플 땐 아무 것도 안 하고 온전히 쉴 수 있고 

내가 슬프면 슬픈 거 티내고 화나면 화난 거 티내는 삶, 그게 혼자 사는 삶이다.


마지막으로 재밌는 일화를 얘기해주고 마치려 한다.


2년 전 페이스북을 처음 개설하자마자 1통의 메시지가 왔다.

"XX야, 잘 지내니..?"


저 메시지 발신자가 누구일지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다 예상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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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되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글인데 출처가 비공으로 나와있음.

추천수139
반대수10
베플ㅇㅇ|2017.01.13 22:42
어디서 워마드냄새나;;
베플ㅇㅇ|2017.01.13 11:12
이게 더치페이하는 개념녀의 최후다
베플ㅇㅇ|2017.01.13 15:16
계속 글쓴이가 골든듀를 종로보다 낮게친다는 댓들이 보이는데..저 글쓴이가 브랜드 가치자체를 놓고 한말은 아닌거 같음. 저 글속의 남자는 반지를 여자대동하지도 않고 상의도 없이 혼자 일방적으로 아무디자인이나 사온 느낌이고, 그것도 근처상가에서 대충사온 느낌...이러니까 우리만의 결혼반지가 아니라 그냥 기성품으로 느껴져서 저렇게 쓴거 같네요. 그래서 종로 얘기 나온거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저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말은 반지의 브랜드 가치, 가격이 아니라 서로 마음에 들 특별한 결혼반지의 의미가 더 컸던거같네요. 그러니까 골든듀...이걸보고 저렇게 쓴듯요. 골든듀 비하는 아닌거 같아요. "정말 돈이 없었다 하더라도 종로에 가서 금은방 뒤져가며 예산 범위 내에서 예쁜 반지 뒤져서 왔더라면 감동했을 텐데 골든듀 저 세 글자를 보자 좀 기분이 상했다" 글 속의 이구절 자세히 보세요. 골든듀로 결혼하신분들 맘상하지 마시고.
베플ㅋㅋㅋㅋㅋㅋ|2017.01.14 00:42
그리고 '넌 결혼하고도 하고싶은거 다하고 살래?'이런말 남자에게 들으면 백퍼헤어져야함 전남친이 이런말하길래 '우리엄만 다하고 살았는데? 일다니고 도우미고용해서 나랑 동생키웠어 우리엄마도 했는데 난 하면안돼?' 이러니까 차마 우리엄마 욕은 못하고 엄청빡쳐하더라
찬반룰루|2017.01.13 10:15 전체보기
골든듀 다이아 비싼데..... 종로 보다 비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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