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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여자분들 카톡 해석 좀 부탁드려요

게챠 |2017.01.15 19:53
조회 41,773 |추천 69

'헤어졌습니다'

결론만 궁금했거나 사소하고 뻔한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은분은 더 읽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쓸데 없이 길 수 있어요ㅎㅎ


 

저에겐 '혹시나'도 아니고 '역시나'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곳에 글을 쓰는게 괜찮을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지금은 메모장에 적고 있어요.

왠지 글에다가 이 마음을 팽하고 풀고 싶거든요.

정신 차리고도 이 글을 올리고 싶어진다면 올릴께요, 그렇게되면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거겠죠?ㅎㅎ

 

  

.

 

 

저는 눈물이 없는 편이에요.

어렸을때부터도 커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보다 오히려 어머니가 슬퍼하실때 울었던 기억만 있기도 하고,

울었던 기억이 손에 꼽힐 정도에요

저 스스로도 냉정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눈물이 많이 났어요

저 스스로도 신기했어요.

 

단순히 헤어져서라기보다는...

사실 고마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전남친을 잊지 못해 다시 만나는 것도 아니었고, 다시 만나게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요.

여자친구가 그래도 진심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주었고

그게 고마웠나봐요.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맞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

 

 

연락은 7일째 왔어요.

사람들에게는 짧은 7일이, 훅하면 지나가던 그 일주일이

이번에는 많이 길었네요.

 

그래도 지난번 글을 올리고

많은 분들의 얘기가 힘이 되어 잘 버틸 수 있었고

마음의 준비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 시간돼?'

 

올 것이 왔구나.

 

여자친구는 '며칠'이라는 조그만 약속을 지켰어요.

희망고문이라고 언제 연락올지 모른다고 징징댔는데,

오늘 연락이 와서, 제때 와서, 이상하게도 고맙더군요..

 

서로 아무렇지 않은듯 약속을 정했고,

저는 여자친구가 빌려줬던, 예전에 돌려달라고 얘기했던 소설책을 챙겼어요.

이별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저만의 징표이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만났습니다.

 

 

...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일까요?

매번 만날때마다 떠오르던 이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진 않았어요ㅎㅎㅎ(못났네요 정말~)

 

오히려 담담했죠.

전날 밤새 야근한 덕에 제 목소리도 담담하게 잠겨있었구요.

 

여자친구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어요.

이런저런 침묵을 깰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만 서로 건냈죠.


'책 잘 읽었어.'

 

저도 아무렇지 않은듯.

항상 앞으로만 기울었던 몸을 오히려 의자 뒤로 뉘이고,

아무렇지 않은척 다 예상하고 있고 다 준비가 되어있다는 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여자친구가 그 얘기를 직접 말하게 하는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마음의 결심은 했니?', '안 좋은 쪽으로 결정한거야?'

 

여자친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질척이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쿨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담담하게 그랬어요.

 

 

....

 

 

'전 남자친구랑 다시 만나기로 한거야?'

질문을 했고, 

그 질문은 결국 찌질한 질문이 되었네요.

 

연락이 안 왔던건 아니고 '다시 만나자'고 했었지만,

'남자친구가 새로 생겼다'고 얘기했었고, 

전남친과 저 모두 미안했다고 합니다.

 

이해했어요. 뭐 그럴 수도 있죠.

 

근데 그것도 좀 지난 일이었고, 

최근에서야 

자주 만나고 싶다고 찡찡댄 저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었네요.

 

결국은 '타이밍' 문제였던거에요.

 

누군가를 새로 사랑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 혼자 밀어부쳤고, 그렇게 만나게 된거죠.

 

 

오히려 그 밀어부쳐주는게 처음엔 고마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만난 것도 있다고 하구요.

하지만

나중엔 점점 부담이, 

더 지나선 미안함으로, 

결국 최근엔 자기 스스로가 싫고 괴로운 상태가 된거래요.

 

 

.....

 

 

간단하게 얘기를 끝냈어요.

뭔가 굳이 힘들게 끌고가고 싶지 않았어요.

 

최근에 일에 치여 힘든 와중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이런 이별과정까지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나봐요.

여태까지 저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괜히.

 

많이 미안해 하더라구요.

 

저는 같이 밥 먹자고 말했고,

이런 상황에 웃으면서 밥 먹을 수 있겠냐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냐 시덥잖은 농담을 나누다가

결국은 고기에 소주 한잔 했습니다.

 

이상하죠?ㅎㅎ

뻔할 상황에 뻔하지가 않아요

 

여자친구는 헤어질때 말하길 '같이 밥먹길 잘했다'고 해요.

저도 잘한 거 같구요.

웃으면서 울면서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나는 오빠가 오히려 울고 그럴 줄 알았는데, 왜 자꾸 나만 계속 눈물이 나는거야'


서로 꼭 안아줬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버스를 바라보다가

버스는 가고

골목길에 혼자 남아

그렇게 울었습니다.

 

여자친구 앞에서 잠깐 눈물이 차올랐었는데 잘 참았어요. 다행히 못 봤을거에요.

 

 

 

-

 

 

여기까지에요.

지금도 올릴지 말진 모르겠네요.

 

그래도

지난번 글에서

많은 분들에게 응원과 조언을 (욕도ㅋ) 받아

고마운 마음 때문에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정답은 없겠죠?

사람마다 다 다른 거고,

저 같은 경우는 이렇게 되었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네요.

 

 

좋은 이별은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엔

이별 같지 않은 이별을 경험했어요.

 

 

'인연'을 믿는다는 여자친구의 지나가는 말에

조금 흔들렸고

그런 저는 아직도 호구, 물고기에서 벗어나질 못하나봐요ㅋㅋㅋ


그래도 이젠

제 스스로에게 집중해야겠죠.

  

이상 호구물고기였습니다ㅋ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구요.

이 글 읽는 분은

좋은 인연 만나 이쁜 사랑하길 바랄께요.

 

모두 고마웠어요 :)

추천수69
반대수4
베플알수없다|2017.01.15 22:19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하잖아요 글에서만 봐도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막 느껴져요 좋은사람은 좋은사람 만날거에요
베플kms|2017.01.15 21:48
원글, 후기글 다 읽었는데요 좋은 분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디엔가 글쓴님의 인연이 꼭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행복하시길:)
베플쥐양이당|2017.01.15 22:48
말투 조곤조곤 참 좋네요.. 전 여자친구분도 그런거에 매력을 느끼신듯..^^ 글을 보니 저도 예전에 사랑하고 상처받았던 경험이 생각나요..저도 물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겠지만.. 책읽는 것처럼 술술 봤네요. 이별은 슬픈 거니까 충분히 슬퍼하셔야해요! 그래야 다음 사랑도 잘 하실 수 있을거예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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