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가 외국엘 간다고 하니까 다들 잘되었다고 말했었다.
넌 체질이 외국에서 살아갈 체질이라고...
그 말을 들으면서 상당히 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느끼곤 하면서 마음이 뿌듯했던 적이 있었는데..
겉으로만 보아왔던 외국생활에 막상 들어와보니 내 자신이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냥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에 있는 친구나 선배들에게 전화를 하면 들려오는 말은 한결같다.
'넌 너무 잘됐어, 지금 한국은 너무 어려워'
한국에 있는 친구나 선배들은 나를 부러워하고 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부럽고...
주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삶을 주시는 것 같다.
외국생활을 시작한지 얼마안된 나에게 어떤 한국인아주머니가 내게 그런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휴, 아줌마 입에서 마늘냄새가 너무 지독하게 나요,
여기서 살려면 마늘은 좀 억제하는 것이 좋아요. "
그때 난 뒷통수를 맞은 듯 아무말도 못했었다.
속으로만 궁시렁거렸을 뿐.
'자기도 한국인이면서 마늘안먹으면 뭘 먹고 산다는 거야'
그러면서 그 다음날 어떤 열매한봉지를 사다주셨는데,
얼마나 지독한지는 마늘냄새를 억제해야하니까 마늘냄새보다 더 독한 향을 품어내는 것이라면
그 열매가 얼마가 지독한지 굳이 맛을 보지 않더라도 알 것이다.
솔직히 많이 서운했었다.
내가 내 돈내고 음식먹는다는데, 왜 내가 남의 눈치를 봐 가면서 살아야 하나?
정말 무식할 정도로 용감했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제목은 "때로는 더 서운한 한국인" 이었다.
그땐 정말 그 아주머니에게 서운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나마 같은 한국인이니까 그런 말이라도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건 참 우연한 기회가 닿는 것 같다.
어느날 이곳에서 독일국적을 가지고 있는 젊은 아기엄마를 만났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서였는데, 대화도중 갑자기 그녀가 내 앞에서 트림을 했다.
김치를 먹은 것이 분명하였다.
한국에서야 누구나 김치 된장을 먹으니까 그 냄새가 아무렇지도 않지만,
점심에 김치를 곁들여서 밥을 먹은 내가 맡아도 그 냄새는 정말 지독했다.
그제서야 김치를 조심해서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김치를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발효과정을 거치는지, 그렇게 익은 김치가
우리몸에 어떻게 좋은 일을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할 정도의 언어실력이라면,
그것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친분이 쌓이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차라리 내가 조심해서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갔다.
그러면서 잠시나마 이해하지 못했던 국제결혼의 가정을 조금이라도 이해가 간다.
국제결혼을 한 가정의 한국인 주부들은 김치를 식탁에 올려놓기가 쉽지는 않고,
혹, 본인이 먹는다 하더라도 주방의 한 구석에서 먹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 한국인 주부들을 이해한다기보다 '왜 그렇게 살아갈까?'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나를 보면서 한국을 생각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다 저 사람 같을 거야 .'
내가 좋은 말, 좋은 행동을 한다면 모든 한국인이 그들의 눈에는 다 좋게만 보여질 것이고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만 편한대로 삶을 살아간다면
그들의 눈에 보여지는 한국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민간사절단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부담이 크다.
어떤 땐 짜증도 난다.
70나이를 반으로 접은 생을 한국인으로써만 살았었는데,
습관을 바꾸려니 마음은 있는데, 몸이 잘 안따른다.
가끔 none님 글을 읽으면서 그 부인의 마음을 난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편들이야 눈만뜨면 갈 곳이 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이곳엔 없다.
마치 정년퇴직한 분들께서 갑자기 늙어보이듯이 나 또한 그렇지 않을까?
사회에서 필요로하지 않는 삶을 난 이곳에서 경험한다.
그래, 언어라도 열심히 공부하자 굳게 마음먹었건만,
무작정 외워대기만하는 외국어가 이제는 보기도 싫어지고 듣기도 싫어진다.
좀 쉬었다 가야겠다.
그래도 행복한 편인것 같다.
쉬고싶을 때 쉴 수 있으니...
좋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