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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 따뜻한 봄을 보여준 네게.

배스킨라빈... |2017.03.25 22:33
조회 383 |추천 1

추운 겨울에 따뜻한 봄을 보여준 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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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으려나, 개강 때문에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으려나, 나는 잘 못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너라도 잘 지내야지 둘 다 못 지내면 보기 안 좋잖니. 네게 오지 않는 전화가 참 어색하지만 점차 괜찮아지겠지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루 빨리 나나 너나 둘 다 행복해져야 하는데 나는 그 날이 조금 더 미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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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내가 끼니를 챙기기보다 더 자주 하는 게 있다면 우리의 시선이 한 곳에 있었을 때 썼던 내 일기를 자주 들여다보는 것 같다. 그 날의 기억이 소중해서, 그 날의 네 모습이 아직 선명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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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은 아니어도 문득문득 네 생각이 나면 숨기려 애쓴다. 그 생각에 설레서, 떨려서 그런 것 같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을 걸을 때면 네 기억에서 떨어져 걸으려 해도 너와 걷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너도 가끔씩은 나와 같은 기억 속에 서있는지, 너의 시간 또한 멈춰버리는 건지 궁금할 때도 있는 것 같고. 그래도 너를 만났던 그곳들은 아직까지 행복으로 채워져 있는 것 같다. 가끔은 길고 긴 내 하루에 네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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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단점까지 사랑했었다.
단점보다 장점이 비교도 안될 만큼 많았던 너라서 그 단점까지 사랑하려고 애썼던 나였다. 내가 누군가의 탓을 하려고 한다면 소중한 너를 더 사랑해주지 못한 내 탓을 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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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에 나는 너에게 기억될 작은 이야기 중 하나가 되면 좋겠다. 네 가슴속에 내 모습이 좋은 사람으로 남았을까하는 걱정도 종종 든다. 이런 걱정을 하는 거 보니까 나는 네게 행복보다 미안함을 심어준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내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동안 충분히 아파하며 너를 그리워하겠다. 널 많이 생각하고 아꼈었고 사랑해서 더 아픈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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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
내게 마지막에 건네던 말이 비록 내겐 상처가 됐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너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내게 그렇게 말을 했지만 잘 지내지 못한다면 네가 더 미울 것 같다. 그러니 나 때문이라도 잘 지내면 좋겠다. 네게 힘든 일이 있다면 내 온힘을 다해 힘든 일이 지나가게끔 달님에게 빌겠다. 힘들 때가 있었다면 좋았던 때가 덮어버릴 정도로 좋았던 때가 많았던 우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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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잊겠다.
아니 잊지 않겠다.
오랜 기간 비어있던 네 옆자리를 채워준 나라서 고맙다며 내게 건네주었던 네 말을,
추운거리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걷던 그 거리, 그 날씨, 그 온도
내 앞에서 수줍어하며 말하던 너를,
자석처럼 날 끌리게 하던 너를,
아직까지 내 주위에 묻어있는 너를,
차갑기만 하던 네 손에 종일 땀이 찰 정도로 내 손을 잡아주던 너를,
서로의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을 때면 커다란 눈으로 날 쳐다보았던 너를,
내가 네 집 앞에 데려다주면 데려다줘서 고마워 라며 나를 안아주던 너를,
내게 사랑을 표해주던 너를,
내게 한없이 크고 따뜻한 사랑을 주었던 너를,
빛나도록 사랑했던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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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다.
양파, 파, 마늘, 피클, 피망은 안 먹는 너라서 햄버거에서 골라먹는 네가,
수족냉증이 심한 너라서 내 손을 잡고 내 주머니에 들어온 네가,
술을 좋아하지만 술 때문에 걱정시키지 않았던 네가,
내게 이름보다는 애칭을 불러주던 네가,
허리디스크가 있어 허리통증을 겪을 때면 마음 아파하던 내게 괜찮다며 말하던 네가,
인형과 꽃을 싫어한다고 했으면서 막상 받으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미소를 보여준 네가,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자주 저려 다리를 쭉 피고 있던 네가,
내가 주는 음식이면 마다하지 않고 입을 최대한 벌려 먹어주던 네가,
코를 자주 파던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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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된다.
일교차가 심해 저녁이면 추워지는 날씨를 모르고 얇게 입고 나갈 네가,
끼니를 챙기기보다는 자기 일에 치여 사느라 끼니를 안 챙길 네가,
술이 세지 않는 네가 술자리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네가,
허리 통증 때문에 잠을 잘 못 이루는 때가 있는 네가,
너무 일에 치여 사느라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바쁘게만 살 네가,
맡은 직책 때문에 사람을 상대하느라 지칠 수도 있는 네가,
지치거나 힘들 때면 기댈 줄도 알아야 되지만 기댈 줄 잘 모르는 네가,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을 때 당황할 네가,
내가 없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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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표현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기도 하며, 너에 대해 더 사소한 부분까지는 적는다면 온 세상 남자들이 이 글의 주인공만 찾아다닐 것만 같아 걱정돼 그만 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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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알다시피 자는 동안 내가 꾸었던 꿈이 생생하게 기억날 때가 많은 편이다. 너는 자주 내 꿈속에 들어왔다. 허락 없이 들어온 네가 미웠을 때도 있었지만 허락 없이 들어와 준 네가 고마울 때가 더 많았다. 꿈속의 너는 웃음기는 없어도 여전히 아름답고 빛나기만 했다. 꿈밖에서도 그랬으니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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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마음을 주면 거두기 힘든 것 같다. 그게 너라서 더 힘들 것 같고. 아무리 힘들어도 내겐 너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던 나니까. 요즘 일부러 사람 많은 곳을 다니며, 또 일부러 사람들과의 연락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일부러 더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고. 그러다가 널 닮은 뒷모습을 볼 때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 그러다가 널 닮은 목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 쪽을 향해서 내 몸이 절로 움직이는 것 같다.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 네 번호가 선명하고 너무 따뜻했던 네 온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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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많은 시간이 흐르진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네 소식이 들려오면 시간이 참 무색하다. 문득 새벽에 너와 관련된 생각이 떠오를 때면 그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밤을 버티는 것 같다. 아직 내 기억 속에는 힘들어하던 네 모습보다는 깊은 두 눈, 옅은 네 미소가 더 선명한 것 같다. 우리가 함께한 모든 날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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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평범한 사랑이었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사랑이었던 것 같다. 만약에 우리가 조금 더 늦게 만났거나 서로에게 여유가 조금 더 많았더라면 우린 달리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많은 채로 시작된 우리였다. 그래서였나. 꽤 일찍 우리가 닳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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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린 서툰 시작 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라만봐야 아름다웠을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우리는 늘 마음만큼은 충분했다. 매일이 행복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했고, 같은 공기를 마시기만 행복했고, 같은 날씨 속에 있기만 해도 행복했다. 그런 행복에 둔해진 나였고, 우리의 행복에만 눈이 멀어 어느새 우리에게 다가와 있던 이별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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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오던 날 서로 눈을 맞으며 걷던,
서로의 머리에 눈이 가득 쌓여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서로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던 우리가 생각난다.
처음으로 우리가 여행 가던 날,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빨리 귀가하던 우리가 생각난다.
하지만 손만큼은 꼬옥 잡고있던 우리였다.
다른 나라에 있을 때면,
잠 오는 표정 지어가며, 이겨가며 서로 영상통화를 했던 우리가 생각난다.
함께 했던 시간이 아름다웠던 우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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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지만 길었던 시간동안 내게 행복을 선사해주었던 아름다운 너에게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 내가 본 여자 중에 최고였고, 단언컨대 앞으로도 최고일 것 같다. 좀 멀리 왔지만 네게 들었던 말을 되새겨본다면 돌아가긴 힘들 것 같다. 훗날 어떤 인연으로 우리가 닿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연이 안 좋은 인연이라도 좋으니 닿게 된다면 좋겠다. 아직까지 네 안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헤어 나오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헤어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긴 하지만 해질녘에 의자는 사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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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적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네가 읽을지 안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읽게 된다면 내게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연락을 해도 좋고, 그냥 단순히 한번 읽고 넘겨도 좋고, 마음속에 새겨두어도 좋다. 단지 나는 네 안에 나로 온통 가득 차있던, 내 안에 너로 온통 가득 차있던 때가 있었고, 그 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힘들고 걱정만 하던 시간보단 아름다웠던 추억이 더 많았다고 네게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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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조심히 가. 다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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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아직도 보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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