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정상이 아닙니다
또르르
|2017.03.31 23:39
조회 532 |추천 5
요즘 제가 좀 이상해요
처음엔 편두통이나 숨쉬기 답답한 증상이었어요
너무 아파서 찾아보니 신경정신적인 부분이더라구요
글을 쓴 이유는 신체적 증상 외에도 심리적으로도 이상하기 때문이에요
살인은 정당화 되지 않고 범할 용기도 마음도 없지만
그리고 살인자를 옹호할 생각도 추호도 없지만
'살인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됐어요
지금은 막연히 '칼로 찌르고 싶다' 라고도 생각해요
혹은 죽여버려라는 말을 혼자 내뱉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전 아마 그런 일을 할 사람이 못되요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나 폭력성이 내재된 사람과도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도 '살인에 대한 감정'을 빈번히 느끼게 되었으니 아마 요즘의 저는 정말 이상해진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살'에 대한 생각도 하고요
작년엔 정말 그 마음이 강하게 들어 사고를 저지를 수도 있겠다 싶을 때 자살방지번호를 눌러서 얘길했어요 감사하게도 마음이 많이 가라앉더라구요
저는 지금 많이 힘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여섯 살 때 지금 생각하면 죽음이란 걸 알았을까 싶은 나이에 차 아래 매달려 죽겠다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성장하면서는 부모와의 분리증상이 꽤 심했고요
중학교 때에는 아기 때부터 돌봐주신 할머니의 자살 후 죽음을 처음 목격했습니다
지금도 그 날 아침에 할머니의 두 눈이 너무 또렷합니다
15살. 그 때 몇주를 너무 많이 울면서 성인이 되기까지 어떤 일에도 슬픔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후로도 부모님의 외도를 목격했고 부모님으로부터 상대의 외도 내용을 전해들었습니다
한번은 제가 본 아빠의 핸드폰 내용을 엄마에게 말한 다음날 얼굴이 찢어져 피범벅이 된 아빠에게 다 너때문이야 라는 말을 들었죠
이 외에도 고등학교 야자를 끝내고 오는 길에 만난 변태아저씨 때문에 늦게 들어오게 되자 다행히 별일이 없었으나 너가 좋아서 있다 온것이다 라는 말을 듣고 그 아저씨랑 스친 팔도 너무 더러운 것 같아 몇일을 벅벅 씻었습니다
이 년 전쯤인가엔 제가 야동에 나온다더군요 저희 아빠가 새벽에 야동을 보고 엄마에게 이거 제가 아니냐고 눈을 부릅뜨고 따지더랍니다 이 때도 참 많이 울었어요 전 너무 억울했거든요
전 어려서부터 머리는 안좋아서 노력을 해야만 했어요
갖은 위기 속에서 엇나가는 오빠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엄마 때문에 더더욱 바르고 착한 아이가 되려고 했을거에요
대학생 때 10시 귀가를 받고 반발은 있었지만 따랐어요
제가 해온 노력 모습을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전 야동에 나올 수가 없었죠
그렇게 생각한다는 아빠에게도 상처받았지만 정말 그런게 아닌지 내심 떠보는듯한 엄마의 말이 더 힘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 지금 많이 힘듭니다
그 이유는 성장기에 겪은 경험과 트라우마 그리고 엄마 때문입니다
예전엔 못난 아빠가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최근에 엄마가 할머니를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누구라도 피를 말려놓아야 엄마는 사나보다 싶습니다
지금은 엄마와 함께 사는 유일한 가족인 제 피가 말리고 있어요
엄마가 할머니 아빠 오빠 욕을 할 땐 몰랐어요
그저 안쓰러운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더 착하게 살려고 했어요
지금은 왜 어렴풋이 견디지 못하고 가신건가 약간은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엄마가 너무 측은했어요
물론 지금도 안쓰러워요
그치만 더이상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고싶지도, 밥먹을 때마다 하는 푸념에 체하고 싶지도, 정신병이 들어가는 이 느낌과 살인 감정을 느끼는 이상한 상태로 유지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엄마의 삶은 충분히 안타깝고 그 어린시절이 가여웠지만 이제는 어릴 적부터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받은 제가 안타깝습니다
아마 아이는 직감적으로라도 부모의 감정에 공유되는 것을 넘어서 그대로 뒤덮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아끼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야기를 하면 제 속이야 한결 편해지겠지만
제가 엄마로부터 느낀 감정의 쓰레기통 우울함 슬픔을 절대 전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너무 아끼는 사람에게 마음을 터놓고 모든 것을 이야기 했는데 그 세 사람은 이제 연락조차 안하는 사이네요 사실대로 다 말해버리면 그렇게 될까봐 두려운것도 있어요
전 늘 잘못된 일의 화살을 저에게 겨누었어요
그래서 그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싶은 일을 혼자 감내하고 삭히고 묻어두었습니다
이제는 해방되고 싶어요
그런데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한 살인, 자살 이런 것들이 맴돌기에 제 상태가 정상이 아니구나 라고 판단할 뿐입니다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쓰러운 엄마를 돌보고 위로하면서도 제 스스로는 어떻게 챙겨야 할까요
전 아이를 참 좋아하는데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유년기에 받은 상처와 경험으로 아이에게 힘들게 하진 않을까요
하염없이 눈물이 나는 밤인데
내일 눈을 뜨면 난 또 그냥 평소대로 지내게 되겠지란 생각에 장문의 글을 씁니다
제 경험과 달리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 그 속의 혜안이 어린시절부터 묵묵히 견뎌와서 이제야 곪은게 터진 저에게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쉽게 못했던 이야기들
읽어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