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좋아했고,
그래서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
같이 영화를 보고, 벚꽃 구경을 가고, 놀이공원에 갔다.
나는 너무 섣불렀던 걸까, 술을 마시고 연락이 끊겨
24시간 만에 답장이 온 너에게 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나 보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또 그리고 24시간 만에 너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만 남겨 주었다.
겨우 찢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장난식으로 뭐가 미안하냐고, 괜찮다고 보낸 나의 메시지를
너는 확인하였지만 답장하지 않아서, 그렇게 우리의 연락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차마 더 이상 연락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나는 네가 보고 싶지 않다는, 그, 거절의 모든 마음을 함축해서 미안하단 말 하나로 승화했을
너의 모습이 그려져 차마 더 이상은 연락할 수가 없었다.
너의 마음은 뭐였을까.
너는 정말 그 동안 내가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마음에 품을 정도의 가치는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무런 호감조차 없는 사람의 부탁에 너는 함께 영화를 보고, 벚꽃을 보고, 놀이동산을 갔었나.
아무런 호감조차 없는 사람의 사진 같이 찍자는 내 부탁에 그렇게 다정히 함께 사진을 찍어 주고,
저 쪽으로 가자고 은근슬쩍 잡은 내 손을 함께 잡아 주고, 길을 걷다가 차가 올 때면 내 어깨를 끌어당겨 줬었나.
정말 나만 혼자 설렜던 거였나. 나만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거였나.
그 와중에 너무 보고 싶은데, 이제는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같이 공부하자고, 같이 영화 보자고, 저녁이나 먹자고
약속을 잡을 수조차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시험기간이니까, 다음주에 같이 공부하자고 했던 내 말에 넌 그러자고 대답했지만
그 나의 다음주는 영원히 오지 않겠지.
간격은 늦어도 늘 메시지에 답장은 꼬박꼬박 해 줬던 네가
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다시 연락할 자신조차 내지 못했다.
이렇게 한 순간에 끝날 우리 사이였었나.
그래, 너는 이런 내 마음을 몰랐겠지. 이런 내 마음이 부담스럽겠지.
남자친구도 아닌 너의 답장이 늦은 것 따위로
내가 보고 싶지 않았나 보다는 그런 말 따위 보내지 말았어야 했을까.
내게 마음이 없는 너의 빈 껍데기만이라도 잡고
늘 내가 약속을 잡으며 내 마음을 숨기고서라도 함께했어야 됐었나,
이렇게 사무치게 보고 싶어도 이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으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와 함께했던 기억과 장소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아프게 괴롭히겠지.
너와 함께 걷던 길을 이제 나 혼자 걸으며 나는 또 얼마나 괴로워야 할까.
너의 집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 나는 얼마나 또 가슴이 찢어져야 할까.
너와 함께 벚꽃을 즐겼던 길을 버스를 타고 지나야 하는 나는 또 얼마나 눈물을 삼켜야 할까.
네가 걸었을 길 위를 걷고 네가 머물렀을 장소에 앉아 나는 또 얼마나 아파야 할까.
너와 함께여서 가슴 벅찼던 그 모든 일들이 이제는 나를 미친 듯 괴롭히겠다.
영화관 알바를 하는 너의 기억이 떠올라 나를 또 괴롭힐 거니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이제는 영화조차 보러 가지 못 하겠지.
네가 지나쳤을 그 길들을 바라보며 바라보며 너를 찾겠지만
정작 네가 나타나면 너의 앞에 이제는 당당하게 서지 못 하겠지.
이별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죽음이 두려워 숨쉬지 않는 것과 같다던 그 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던 그 말, 무시할 걸 그랬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나는 또 언제쯤 너를 잊을까.
나는 또 어떻게 너를 잊을까.
잊어야만 하겠지, 잊어야만 하는데.
이렇게 사무치게 보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네.
더 이상 들이댔다간 지나치며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사이가 될까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나중에라도 내 생각이 나면 연락해 주면 좋겠다.
이렇게 처절하고 비참하게나마 너를 잡고 싶다, 너와 함께이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너는 죽어도 모르겠지.
알아도, 달라질 건 무엇 하나 없겠지.
선배 아마 이 글을 볼 일은 없을 거예요, 저도 선배가 읽기를 바라고 쓴 글은 아니니까요.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정말 괜찮아요.
내가 혼자 좋아했던 거니까요, 부담스럽게 해서 미안해요.
첫 눈에 반했었어요. 왜 그랬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랬던 내 자신이 미워지네요.
미안하게 해서 미안해요,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많이 좋아했어요. 이젠 선배를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함께 해 줘서 고마웠어요. 잘 지내요, 행복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