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진짜 사랑을 알게 해준 너에게 쓰는 편지

바보가 |2017.04.10 12:32
조회 3,146 |추천 10

  진짜 사랑을 알게 해준 너에게.

 

  솔직히 말하면 흔히들 말하는 첫사랑 같은 감정은 아니었어. 내 첫사랑은 첫눈에 반한 짝사랑이었기에 혼자 활활활 불타오르다가 한순간에 식어버렸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첫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아.

 

  그 이후, 그저 그런 연애를 끝내고 혼자가 익숙해질 때 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은 자리에서 너를 만났어. 너가 나에게 먼저 연락을 주었고 우리는 따로 만나며 호감을 키워갔어. 너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처음 이야기 할 때부터 생각했어. '아, 나 이 사람과 잘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았어.

 

    내가 너를 만나며 사랑이란 걸 느끼고 있다고 처음 의식한 때가 언제인지 알아? 내가 너의 영혼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야. 너의 겉모습이 아닌 바로 너의 영혼 말이야. 영화관에 앉아있다가 문득 그런 느낌이 들자 참 묘한 기분을 느꼈는데, 난 아직 그 순간을 잊지 못해.

 

  내가 너를 만나며 상처를 주지 않았다면 다 거짓말이겠지. 사랑은 둘이 하는 거니까. 사실 너를 만나면서 마주하게 되는 나의 새로운 모습에 스스로 두렵기도 했어. 너도 알지만 나는 겁쟁이잖아. 그래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회피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해 볼걸, 조금 더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걸 하는 생각이 드네. 그랬다면 조금 더 너가 행복할 수 있었을까.

 

  우리 헤어지기 한두달 전부터 나는 너무 힘들었어. 지금 되돌아 보면 너가 나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처해있던 상황 때문인지 헷갈려. 당시에는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너를 핸드폰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것 같아. 내가 너무 힘들 때, 너에게 보챘던 거 정말 미안해. 너는 멀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가까운 미래를 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 반대였는데, 나 혼자 앞서 나갔던 것 같아. 그런 면에서 우리는 달랐지? 난 그냥 너와의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싶었어. 나는 너랑 영원히 갈 거라고 믿었거든. 그러다 보니 현실적인 것도 생각하게 됐고 참 어리고 바보같은 말도 많이 했을 것 같아. 미안해.

 

  있잖아, 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바다 저 너머로 떠나기 전,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고 앉아있던 그 벤치, 그 여름날 밤의 공기, 그 순간의 마음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너도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또다른 순간인데. 너도 가끔은 생각날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 

 

  네가 좋아하게 됐다던 그 친구가 좋은 사람일지는 내가 모르는 일이지만 그냥 잘 지내길 바라. 나는 너를 끝끝내 놓지 못했지만 우리의 상황을 보아서는 언젠가는 둘 중 하나가 상대방을 놓아주어야 했을 것이다. 사람 마음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며 네가 나에게 이별을 고할 때의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볼게.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나는 너를 증오하고 욕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 너에게 미련이 남아 있어서 너의 못된 이별방식까지도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거든.

 

  네가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ㅡ 사실 읽을 리가 없겠지만 ㅡ 너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나도 너에게 행복한 기억을 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너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미련과 후회가 남는지 모르겠다. 이제 너와의 끝을 진정으로 인정하게 되면 그 때는 너를 정말 놓을 수 있겠지.

 

  사랑에 서툴고 어린 나와 만나느라 고생했어. 너 덕에 사랑이 뭔지 이별이 뭔지 배웠어. 행복, 슬픔, 기쁨, 권태, 고마움, 미안함, 애절함, 분노. 앞으로 연애, 사랑은 계속 하게 되겠지만 처음이라는 점에서 참 너에게 고맙다. 너는 새 사람과 새로운 곳에서 잘 지내겠지만, 내 생각 하나도 안하겠지만, 이미 행복하겠지만, 그 날 여름밤만은 끝까지 기억해줬음 좋겠다.

 

안녕.

 

 

 

 

 

추천수1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