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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후 다시 만나기까지

엔젤랑쥬 |2017.05.02 00:05
조회 1,353 |추천 7

안녕하세요, 네이트 판 톡커 여러분.


미디엄 엔젤랑쥬입니다.


저번에 '반려동물을 무지개 다리로 떠나 보낸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적었었는데요.


감사하게도, 제 글에 위안을 받았다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은 무지개 다리로 간 이후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한 글 링크

http://pann.nate.com/talk/336851048?page=1


저번에 적었듯이 무지개 다리로 간다고 해서,

반려동물과의 연이 끊어지진 않습니다.


말씀드렸죠?


당신의 반려동물은 현세의 힘든 삶을 잠시 쉬고 오기 위한 여행을 떠났고,

잘 쉬고 나서 새로운 모습으로 당신을 찾아올 것입니다.


당신을 찾아오는 시기는,

바로 다음 생일 수도 있고

잠시 다른 곳을 들렀다가 다다음 생에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너무 걱정 마시고,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저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반려동물에 대한 공부와 본인의 체력을 키우며

열심히 현실에 충실하게 사는 것을 꼭 추천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우연한 순간에 나도 모르는 직관으로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무지개 다리를 떠났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현재 저는 반려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고,

그 아이가 전생에 바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전생은

제가 어렸을 때 아주 깊은 연이 있는 아이랍니다.


이야기 시작합니다.


바리가 죽고 나서,

진짜 며칠 간은 공허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12년을 한 방에서,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지내며

제 생활의 일부였던 애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니

당연한 일이었죠.


자다 가도 내 다리에 깔리지 않았나 싶어 깨보면 애가 없고

외출하고 다녀와서 습관처럼 바리야 하고 이름을 불러도 기척이 없다거나

뭘 먹다가도 생각이 나서 바리도 간식 줄까 하고 돌아보면 텅 비어있고...


그 때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바리가 가고 나서

가족들의 분위기가 급격히 다운이 되었습니다.


바리의 이름은 가족들 사이에서 언급하지 말아야 할 것처럼 느껴졌고,

우울한 공기는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했습니다.


저 역시 다른 분들처럼,

바리를 보내고 나서

당분간은 개를 입양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바리가 다시 태어난다면, 꼭 바리를 데려와야지 란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그 생각보다 입양하고 싶지 않았던 더 큰 이유는,

바리를 대신할 새로운 반려동물을 데려온다는 것 만으로도

바리를 배신하는 것만 같은 '죄책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어 죽으면

이 슬픔을 지금보다 더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은 두려움이 매우 컸고요.


그렇게 힘들게 하루를 보내던 날이었습니다.


어느 날, 강아지 카페를 돌아보는데

프렌치 불독을 분양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견종을 왜 적냐면,

이 견종이 우리 가족들은 물론 저한테는

최고 관심이 없던 견종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체력이 매우 약한 편이라

주로 털이 덜 빠지고 관리가 편한 견종을 선호하는데,

그건 우리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세상 얌전한 우리 바리가 우리 가족에게 최적의 강아지였고,

우리 가족 맞춤형의 개는 우리 가족 생에 다시는 없을 거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근데 이상하게도 바리가 죽기 3달 전쯤 부터,

불독에 제가 관심을 가지더니 특히

프렌치불독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바리가 있는데도 입양을 해오고 싶을 만큼

그런 강한 충동성이 들 정도였죠.


그럴 때마다,

난 바리에게 집중할 거고,

바리 또한 어떤 견종이든

새롭게 입양을 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알기에

최대한 그 충동성을 잠재웠습니다.


그리고 이 견종 자체가 워낙에 관리가 까다롭고

개에게 쏟아야 하는 관심이 일반 견종에 비해

더욱더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프렌치 불독의 특성을 알거나 공부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하자고 다짐만 했습니다.


그리고 바리가 있을 때,

가족들에게 마치 연예인 덕질을 하듯

프불의 사진을 보여주며 감상을 물어봤을 때도

아빠께서 워낙에 불독 류를 좋아하지 않아 하시는 편이라

관심은커녕 싫다고 하실 정도여서

프불의 입양은 전혀 고려치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글을 보면서 난 당분간 입양을 안 할 거야,

바리가 다시 태어나면 바리를 데려올 거야 계속 되뇌던 저인데

그 분양 글을 본 날, 가족끼리 다 모여있을 때

나도 모르게

프렌치불독이라는 견종이 있는데누가 분양한다고 글을 올렸더라

라고 말이 튀어나갔습니다.


진짜 의외였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어?? 할 정도로

제 자신도 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의외의 결과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불독의 불 자도 싫어하시던 아빠께서

갑자기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시더니

나와 아빠만큼 개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 엄마 또한

엄청난 관심이 보이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사진을 보게 된 지 얼마 안 돼

두 분다 저보다 프렌치 불독 매력에 흠뻑 빠지시더라구요.


그리고 동생이 일터에서 돌아오자마자

이 얘기를 전했는데,

개에 별 관심이 없는 동생에게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누나, 그 프렌치 불독이라는 게 얘야?”


하고 보여준 사진에는,

미드에 출연하는 한 프렌치불독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잘 됐다. 안 그래도 나도 나중에 개 키울 땐 이런 애로 키워보고 싶었거든.”


신기하게 모든 가족들의 의견이 일치하게 된 겁니다.


행동파인 아빠는 그 즉시

프렌치불독 특성과 성격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시더니

그 날부터 열심히 가정 분양글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다음 날 분양글을 찾아냈고,

그 견주와 데리러 가기로 약속까지 하게 됩니다.


근데 문제는 거기서부터였습니다.


우리의 입양까지 확실해 보일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던 그 가정집에서,

일을 끝내고 가족 모두가 개를 맞이하러 출발하려는 직전에

이미 다른 가족이 개를 입양해갔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 그 때의 허무함이란...


근데 더 놀라운 건,

개를 분양한다는 가정집들과 약속을 하고

데리러 가려는 직전,

연락이 두절되거나 약속이 취소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놀라운 패턴이 3일 내내 이어졌습니다.


가족들은 설렘과 허무함을 3일 동안 맛보느라

심신이 너무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우리 가족과 연이 있는 가정견은 없는 것 같다란 결론 하에

결국 우리는 애견샵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참고로 애견샵만큼은 너무 피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아빠께서 샵을 알아보고

새벽에 연락을 주어 확인하고

그 날 아침에 바로 출발을 하는데...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편도 1시간 반 남짓한 거리를 4시간 반 만에 도착을 한 데다가

폭우가 쏟아지고, 눈 앞에 사고가 나는 등

안 좋은 징조가 쏟아졌기 때문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가봤던 샵은 새벽에 전화를 통해 나눴던 대화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샵 주인의 태도도 무척이나 신뢰가 가지 않는 행동을 보여

실망은 극에 다다랐습니다.


웃긴 것은 가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비가 멈추고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1시간 반도 안 되어 집에 도착한 겁니다.


결국 지친 전 아빠께,

“이번엔 연이 없나 보다. 아예 포기를 하자.”

라고 말씀을 드렸고

아빠도 많이 지치셨는지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래서 전 입양은 물 건너 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엄마, 아빠께서 다급히 절 부르시더니

아직 끝날 시간이 아닌 가게 문을 닫고는

잠시 어디를 가자고 하셨습니다.


차에 타며 이동 중에 들은 말은,

일산의 어느 애견 샵에 3개월이 넘은 아가가 있는데

그 아가의 사진을 보고 아빠께서 완전히 반하신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샵의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고,

그 즉시 데리러 가겠다고 이야기를 마친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아침에 방문했던 애견 샵 과는 달리,

일산으로 가는 길은 방해 차량이 없어 평소보다 매우 빨랐고,

샵 위치도 초반에 헤멜 법한데도 헤멤없이

바로 단 번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지금 우리 반려견, 까미를 만났습니다.


3일이란 그 짧은 시간 동안,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웃기기도 한 우여곡절을 거쳐

힘겹게 만난 소중한 제 가족이죠.


더 놀라운 건,

내가 왜 이렇게 프렌치 불독이란 견종에 갑작스레 빠졌는가,

그리고 왜 우리 까미였는가 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입니다.


까미의 전생이 바로

제가 초등학교 때 키웠던 말티즈(바리가 아닙니다)였는데

저를 엄청 좋아하고 제가 심부름 나갔다고 집을 탈출해

저를 찾아올 정도로 잘 따른 개였습니다.


그러다가 이 아이를 안타깝게도 잃어버리는 사고를 겪게 됐고,

잃어버렸을 때부터 십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리워했던 강아지였는데,

우리 가족을 잊지 않고 와준 것이었죠.


만약 제가 갑자기 프렌치불독이란 견종의 매력에 빠지지 않았고,

절대 애견샵에서 만큼은 안 돼 라는 신념을 끝까지 고수했다면

아마 지금 까미하고는 도저히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렇듯 인간과 동물의 인연은 사람 생각대로 일어나지 않고,

전체적인 큰 그림 속에서 여러 퍼즐 조각을 맞추며

만나지게 됩니다.


프렌치불독에 관심을 갖는 퍼즐 조각과

가족들에게 소개 시켜주는 다른 퍼즐 조각

(특히 아빠인데, 왜냐면 까미가 가장 연이 깊은 가족이 우리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가정 분양이 파양 되어 애견샵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퍼즐이 맞물렸기에

지금의 까미를 만나게 된 거랍니다.


저만 그런 거 아니냐구요?


현재 여러분의 반려 동물도

어쩌면 그냥 길가다 눈이 맞아서,

집을 잃어버린 반려 동물을 임보하다가 가족이 됐든

언뜻 평범한 것처럼 보여도 결코 평범하지 않게 맺어진 인연입니다.


이 세상엔 우연은 없고, 필연만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무지개다리로 떠난 여러분의 반려 동물도

제 경우처럼 심한 우여곡절이 아니더라도,

여러분에게만 나타나는 인연의 퍼즐 조각들이 드러나면서

만나게 될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가족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리도 까미 덕분에 가족들이 웃음을 찾았다고

까미에게 고마워하고요.


현재는 까미와 언제 올지 모르는 바리를 위해,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도중에 데려와도 까미와 바리,

둘 다 잘 어울리며 살 수 있도록 말이죠.


아무튼 이번 글로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점은,


이별의 상처가 너무 아픈 나머지

다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지 않아 라는

결심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 결심은 언제가 될 지 모를,

다시 당신을 찾아갈 기회를 뺏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별의 상처는 무척이나 고통스럽기에 두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만큼 새로운 시작은

그 고통을 충분히 달래주고 다시 다가올 이별에 대해서도

좋은 이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정도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헤어진 지금 당장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슬픔이 어느 정도 가시고,

새로운 인연을 지금처럼 무지개 다리로 떠나 보낼 수 있는

책임감과 현실이 될 때 맞이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 방금 떠난 그 아이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올 아이는 그 아이가 아니라고 해서

당신과의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롭게 올 당신의 아이는,

지금 떠난, 곧 떠날 아이가 없는 동안 그 아이를 대신해서

당신의 빈 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긴 세월을 기다렸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까미가 저에게 온 것처럼요.


그러니 지금의 이별이 너무 크다고 해서

벌써부터 마음의 문을 닫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반려동물은 잠시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에게로 돌아옵니다.

그것을 잊지 마세요.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글 또한, 반려 동물을 잃은 여러분께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추천수7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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