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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강대 난리남 펫북에서 난리난 글

ㅇㅇ |2017.06.05 18:35
조회 19,251 |추천 60

서강대숲 #18094번째날갯짓:

2017. 06. 02. 오후
<#기타>
안녕.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겁이 많아서, 과거에 있었던 비슷한 일에서 나를 위로해 줬던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봤기 때문에, 여자니까 이런 일을 말하면 여자에게만 손해라는 주변 말들 때문에 한 번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한 적 없던 이야기들을 나는 오늘 해 보려고 해. 나에게는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한 그날을 너는 싹 다 잊은 채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으니 조금 억울해서 말이야.

"누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말로 시작된 우리 연애가 처음으로 깨져버렸던 날, 기억나? 내 자취방에서 관계를 가진 그날 너는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던 무음 카메라로 내 몸을 몰래 찍었었지.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될 정도로 다행히 그날 나는 촉이 좋았어. 느낌이 자꾸 쎄하고 이상했거든.

샤워하러 간 너의 핸드폰을 직감적으로 잡아들어 눌렀던 최근 이용한 목록에는, 너와 관계를 가지던 내 뒷모습이 찍혀 있었지. 손이 벌벌 떨리고 당황해서 증거 남길 생각조차 못하고 우선 너를 보낸 나는, 20분도 안 돼서 너에게 전화했어. 할 말이 있으니 다시 와 달라고. 너는 중요한 일이냐며 전화로 하면 안 되겠냐고 했지. 나는 말했어. 중요한 일이라고. 나 니 휴대폰 봤다고. 잠깐동안 아무 말 없던 너는 그제서야 미안해 라고 말을 했고 나는 그냥 꺼지라고, 신고하겠다고 연락을 끊어버렸지. 너는 다음날 새벽인가 나를 찾아와서 말했어. 유포할 목적은 아니었으며, 너 혼자 보려고 했고, 자기도 후회하고 있다고. 왜, 몰카범 중에 유포하려고 찍은 몰카는 범죄고, 혼자 보려고 찍은 몰카는 범죄가 아닌 거라도 돼?

앨범을 보지 않아서 얼마나 찍었는지도 모르는 나에게 너는 8장을 찍었다며 실토했지. 찍고 나서 바로 후회할 사람이, 8장을 찍을 동안은 어떻게 후회가 한 번도 되지 않았나 몰라. 그러고서 화해를 청하려 했던 말인지는 몰라도 누나 허리 얇던데? 라는 너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수치스러웠어. 너의 뺨을 때리고, 꺼지라고 욕도 해 봤지만 너는 한 번만 용서해 주면 나에게 진짜 잘하겠다고, 자기를 용서해 준 걸 후회하지 않게 해 주겠다고, 기회를 한 번만 달라고 나를 잡고 또 잡았어. 아직도 후회해. 그때 너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내 불행은 거기서 끝이었을 텐데.

너랑 다시 만나면서 나는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우리는 같은 일로 세네 번은 족히 더 헤어졌었지. 그때마다 너는 똑같은 말을 했어. 혼자 보려고 했다는 것만 믿어달라고. 나에게는 혼자 보려고 했든, 어딘가에 뿌리려고 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는데. 처음으로 사람과의 헤어짐을 잘하지 못하는 내 엿같은 성격이 싫어졌어.

그후로도 나는 니가 잡으면 또 잡혔지. 갈수록 정인지 뭔지 헤어지는 건 더욱 어려워졌고 난 그때마다 처음 너를 받아주었던 그날을 항상 후회했어. 내가 왜 혼자 집에 있을 때마다, 밖에서 화장실을 갈 때마다, 몰카가 있지는 않을까 불안해해야 하는지. 수업시간에 몰카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대숲에 올라오는 몰카 피해 글을 볼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리는 두려움을 겪어야 하는지. 나는 그래서 너를 참 원망했어.

그런데 몰카 피해자로 섹션 동기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무섭고, 그렇다고 이걸 혼자서 극복할 용기도 없었던 나는 점점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지. 내가 용서를 말했으면 용서를 못하는 건 내 책임이다. 하고. 그래서 나는 너에게 점점 힘든 내색도 하지 못했어. 오히려 그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내 자신을 원망했지. 연애 후반부에 나랑 싸우던 너는, 더 이상 다 끝난 과거 일을 말하지 말라고 했지. 나는 그때 깨달았어. 너와 함께 극복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온전히 나 혼자 극복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걸.

이 일 말고도 잘하겠다던 너는 나를 수차례 실망시켰지. 한 번은 임신을 했다가 유산이 되어버려 산부인과를 다닐 때에도 나는 내 돈으로, 마음의 짐도 나 혼자 짊어진 채 또 혼자 극복해야만 했어. 내가 임신한 걸 알았을 때 너는 앞에서는 책임지겠다더니, 뒤에서는 '신촌 근처 낙태 가능한 산부인과'를 검색했었잖아. 너에겐 다행이었겠지만 유산이라는 말을 들은 그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수술 당일 예상치 못했던 통증에 예정 수술 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병원에서, 그 무서운 병원 수술대에서 내려와 마취가 채 풀리기도 전에 혹여나 걱정을 할까 봐 제일 먼저 너에게 전화했을 그때, 너는 광화문에서 혼자 전시회를 봤다고 했어. 내가 서운해하니까 너는 나를 위해서 그런 거라고, 내가 회복되면 같이 오고 싶어서 미리 가 본 거라고 했었지. 너는 나에게 어떠한 힘도 주지 못했어. 그러면서 내 자존감은 바닥을 쳤지. 몰카 피해자인 데다가 유산 경험까지 있는 여자를 누가 좋은 시선으로 볼까, 하면서 나는 점점 너에게만 매달렸었나 봐.

한 번은 어떤 모임에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누나 남자친구는 좋겠다, 누나가 입으로 해 줘서."라는 말을 들으며 자꾸 내 몸을 만지려던 걸 뿌리치고 집에 들어온 다음날, 그래도 넌 나와 가장 가까운 남자친구니까 나를 위로해 주지 않을까 하며 네게 이야기를 했어. 그랬더니 너는 "누나가 더 세게 거절했었어야지.", "그러게 짧은 바지를 입지 말지 그랬어."라며 고작 한다는 말이 2차 가해였지. 내가 화를 내니까 그제서야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며 너는 자기가 변호사를 알아보겠다고 별 난리를 다 쳤었어.

그래, 내가 지금까지 한 일들은 우리의 수많은 다툼 중 일부야. 다른 많은 싸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 내가 잘못한 일도 있었겠고, 니가 잘못한 일도 있었겠지. 너는 최근 새로 사귀었던 여자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더라. 내가 너의 마음을 그렇게도 힘들게 했다고. 그 힘들게 했던 일은 내가 술을 마시고 너에게 욕을 했던 걸 말하겠지. 혹은 싸울 때 욕을 했던 걸 말이야. 나로서는 평소에 응어리진 말들을 술을 마시고 한 거였고, 너의 그 상식밖의 행동을 보면 저절로 욕이 나와버렸던 건데, 그래도 나는 니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욕한 걸 늘 사과했어. 그리고 잘 고쳐지지 않았던 그게 너의 마음을 속상하게 했을 거라는 걸 충분히 이해해. 잘한 짓은 아니니까.

그런데 나는 알아줬으면 좋겠어. 감정적인 싸움의 원인이 되는 잘못과 범죄라고 일컬을 수 있는 잘못에는 차이가 있다는 걸. 그렇게 당당하게, 새로 사귄 여자친구에게 자기는 과거 일이 찔릴 것이 없으며, 자기는 나와 사귈 때 충분히 노력했다, 라고 말하고 다니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욕하는 것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랬다면 난 이미 트라우마로 죽어버렸어야 했을 정도니까.

물론 우리 마지막 헤어짐의 원인은 이런 일들이 아니었고 다른 이유에서였지. 그리고 만신창이였던 나는 너를 잡았어. 후회해. 네게 익숙해져서 과거의 일들에서 나 혼자 빠져나오지 못해 너를 잡았던 나를 후회해. 너는 내가 마지막으로 잡았기 때문에 과거의 일들이 조금이라도 없어진 것마냥 이야기를 했더라. 자기가 쓰레기라면 내가 그 시간 동안 너를 사귀었겠냐면서. 니가 쓰레기가 아니어서 너를 계속 사귈 수 있었던 게 아니야. 나는 단지 작아진 내가 이 모든 걸 혼자 극복할 힘이 없었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거지.

헤어지고서도 나는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닐 수가 없었어. 결국은 내가 널 받아준 거고, 그건 내 잘못이니까. 이런 일들을 다 받아주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나니까. 내가 책임질 몫을 책임질 테니 제발 내 눈에 조금만 덜 나타나 주길 그거 하나 바랐었지.

그런데 너는 당당하게 섹션 활동을 하고, 섹션 동기들과 어울리고, 섹션 새내기와 연애까지 시작했더라. 그 새내기는 나도 참 아끼는 후배지만 처음에는 이런 모든 걸 알릴 생각은 없었어. 마음을 터놓는 사이도 아닌데 너와 잤다는 걸, 니가 몰카를 찍었다는 걸, 임신했었다는 걸, 유산되어서 수술했었다는 걸, 그때에 너는 나에게 아무런 힘이 돼주지 못했다는 걸, 너는 성희롱당했던 나에게 2차 가해를 했던 사람이라는 걸 말할 수 없었거든. 내 스스로 너무 한심하고 수치스러웠고 말하기 어려웠지. 그러면서도 늘 고민했어. 엄연히 범죄자인 너와 후배가 사귀는데, 아무런 것도 말하지 않는 게 진정으로 맞는 일인 건가. 아니면 이미 끝났으니 제 3자인 나는 아무것도 말할 권리가 없는 건가. 한참을 고민했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너는 나에게 연락을 했어. 새 여자친구와 보은하기로 한 거 불편하니까 안 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내가 말했어. 나와 그 후배의 관계니까 신경 쓸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너는 나에게 생각이 있는 거냐며, 머가리 빻았냐며, 적당히 하라고 그렇게 나와 후배가 만나는 걸 막으려고 했지. 내가 혹여나 이런 말들을 할까봐서 불안해서였을 거라고 생각해.

그 연락을 받은 후로 나는 확신했어. 너는 새 여자친구에게도 그리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겠다는 걸. 이제는 너보다 날 생각하기로. 그리고 같은 여자인 그 후배를 생각하기로 결심했지. 그래서 나는 용기내어 그 후배에게 너와의 일들을 말했고 그 후배는 고맙게도 내가 말해 준 걸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이야기해 줬어. 도움을 주겠다고까지.

너는 내가 복수하려고, 니가 행복한 게 보기 싫어서 이러는 거라고 후배에게 말을 했지. 복수를 하고 싶었다면 너와 내가 헤어진 2월 말, 나는 그때 모든 걸 감수하고서 니가 이런 사람이란 걸 말하고 다녔을 거야. 복수를 원했다면 나는 너와 헤어진 후 세 달 동안 그렇게 침묵하고 있지 않았을 거야.

사귀면서도, 헤어지고 나서도 몰래카메라 신고하러 경찰서에 갔지만 한 번은 "남자친구랑 있었던 일 같은데 말로 잘 해결해 보세요.", 또 한 번은 "그 당시에 오지 왜 지금 오셨어요." 같은 말만 들었어. 이렇게 과거의 일로 남게 되나 싶었는데, 도움을 받을 곳이 생겼어. 그리고 준비 중이야.

아직도 나는 많이 힘들어. 내가 너에게 바랐었던 작은 일, 그래도 같은 동기였으니까 동기로 남을 수만 있게 서로 잘 피해다니는 일, 그 하나 그 최소한의 배려를 해 주지 못하는 너를 이제는 더 이상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 너의 입장에서는 내가 정말 복수하려고 이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근데 난 이제 그런 것도 상관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복수받아 마땅한 사람이니까, 너는.

혹여나 이 글을 본 누군가가 당사자가 나라는 걸 알아버려서 내가 몰카 피해자, 이런 일들을 겪고도 너를 만난 결국에는 너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나를 생각한다 해도 그것도 나는 이제 감수하기로 했어. 아니, 오히려 그런다 해도 니가 이런 사람이란 걸 니 주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 애꿎은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고 이 모든 걸 알고도 이해해 줄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랑 만났으면 좋겠어.

니가 당당하지 않았으면 해. 과거의 그 일들이 없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니가 했던 한두 번의 실수들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 내가 네게 욕을 했다고 해서 너의 잘못이 상쇄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니가 갖은 발린 말들로 나를 잡았을 때 내가 잡혔다고 해서, 마지막 헤어짐에서 내가 너를 잡았다고 해서 내가 너의 모든 걸 용서했고 이해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말아 줬으면 해. 죄가 없어지고 잘못이 없어지는 건 너의 판단이 아니라 피해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대화명으로 나를 저격하면서 오히려 니가 피해자인 것마냥 행동하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아직도 작년의 괴로웠던 나 그대로인데, 너는 다 끝난 일이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며 당당하게 내 앞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후에라도 너를 신고할 수 있게 되면 그제서야 너는 너의 죗값을 치르는 거라는 걸 알아줘.

안녕.



https://www.facebook.com/sogangbamboo/posts/1051081541692294

추천수60
반대수3
베플공감|2017.06.06 09:20
이새끼 공개 안됐나? 이런 ㅅㄲ는 진짜 바로 공개해서 매장시켜버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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