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한 번 해 보려구요
벌써 결혼 20년차네요. 누구나 결혼생활을 글로 쓰자면 책 세권 분량은 나오겠지요.
저도 뭐 비슷비슷합니다.
시댁이 먹고 살만해서 금전적인 요구를 한 적은 없지만 대기업 다니는 남편 때문에 독박육아에 대리효도로 20년을 보냈어요.(남편과는 입사동기지만 애 봐줄 사람 없어서 큰 애 가지고 그만 둠 – 이것도 사연이 많아요. 시어머니가 여자 잘나면 남편 앞길 막는다고 퇴사를 종용해서....친정부모님이 많이 실망하셨죠)
신혼 3년을 합가해서 살면서 원래 일 해주던 분 내보내고 제가 살림 다 하구요. 남편은 고부사이에서 힘들다고 바람 피우고도 떳떳, 남자가 그럴수 도 있지 하며 끼고도는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 분가했는데 바로 병을 얻어서 투병도 좀 하고....
생각해보면 그때 애 하나 있었을 때 갈라서는게 맞는거였는데 20대 중후반 어린나이에 회사가 떠르르하게 연애하고 결혼했지, 애는 돌쟁이에 직업도 없으니 이혼이 쉽지는 않더라구요.
분가하고도 1~2년 사네마네 했지만 잘못을 저지른 남편이 자기가 잘 하겠다고 해서 다시 살아보자 맘 먹고 둘째 낳고 지금껏 살았습니다. 물론 계속 독박육아에 대리효도 하면서요. 심지어 생활비 받으며 살아서 남편이 얼마 버는지도 몰라요. (예, 저 미친년 맞아요)
여튼 그 이후로 몸도 좀 좋아지고 애들 키우는 재미에 살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섹스리스에 서로 거의 말도 안 하는 쇼윈도 부부로 살게 되더라구요.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중고딩 자녀가 있으면 대부분 비슷하지 않나요?
그런데 얼마전부터 남편 눈치가 심상치 않더라구요.
골프는 원래 쳤지만 하지도 않던 등산에 요가에 주말농장에.... 체중관리하면서 자꾸 집을 비우고 요상한 향의 애프터쉐이브를 사용하고....
말 안하면 손발도 안닦고 자는 사람인데 이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처음 당했다면 눈치 못 챘겠지만 전력이 있는 사람이니 의심이 가더라구요.
지난 어버이날 친정에 가면서 생일선물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편이 뭐 줄거냐 묻기에 “글세... 새로운 여자?” 했더니 난리난리 생난리~
운전중이고 뒤에 애 둘 앉아있는데 자길 뭘로 보냐고 이대로 앞에 박아버리고 싶다지 않나 욕하고 비정상적인 폭발을 보이더라구요.
원래 비속어 사용이 심하긴 한데 평소보다 더 심하게 오버하기에 촉이 왔네요.
유심히 보고 있자니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이 줄지만 어차피 아이들에게 관심없는 사람이라 저만 괜찮으면 상관없다 싶어서 그냥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새벽 5시에 기상알람이 울리고 20분후에 또 울립니다.
일찍 나가서 운동하고 씻고 출근한다고 세팅해 놓은 시간입니다.
어차피 전날밤에 제가 고구마나 오트밀, 견과류같은거 도시락 싸놓기 때문에 싸갖고 가서 저는 안 일어납니다.(다이어트식 한다고 도시락 싸 달라고 한 것...)
그런데 오늘은 알람을 안 끄기에 나가봤더니 폰을 두고 갔더라구요
그냥 끄고 잤는데 20분에 또 울려서 전원을 꺼 버리자 싶었는데 비번없이는 off가 안되길래 보통 제가 쓰는 비번을 쳤는데 열립디다.
판도라의 상자는 안 열었어야 했는데 새벽 4시 53분에 여자이름으로 온 부재중전화....
바로 카톡 열었지요. 읽다보니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어서 도저히 더 못 보겠기에 전체저장하고 다운받았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가 그냥 정리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심호흡 하면서 카톡 읽어내려가는데 상대는 제가 얼굴은 몰라도 전에 들어 본 사람이더라구요
남편이랑 동갑의 싱글녀. 제때 취업했으면 저보다 두 기수 위의 선배겠네요.
서로 사랑한다고 하트 보내고 쪽쪽거리고 보고싶다고 난리난리.
심각한 사이로 발전한건 몇 달 안되었나본데 혼자 사는 사람 집에 드나들면서 화분에 물도 주던데요.
집에선 소변보고 물도 안 내리고, 마룻바닥에 손톱 깎아놓고 그냥 뒤돌아서는 사람인데...
며칠전 톡에는 그 여자에게 오늘은 일찍 재워준다고 쓴걸보고 그냥 맘 정했습니다.
1박2일 등산을 요즘들어 자주 갔고 오늘 저녁에 울릉도가서 일욜밤에 온다고 했는데 같이 가는거더라구요.
둘이 만날 약속했는데 오늘 남편이 폰을 안 들고가서 전화했던 것...
이런 얘기하면 정말 미친년인지 모르겠는데 남편이 바람난게 화나는게 아니고 상간녀가 너무 부러워서 화가 났어요.
내가 다니던 회사 계속 다니면서 고연봉에 사회적지위도 있고 자유로이 전세계 여행다니고 온갖 스포츠를 다 즐기더라구요.
저는 남편이 생활비 너무 짜게 줘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애들 학원비 보태고 만원짜리 티셔츠 사 입고 제가 번 돈으로 일년에 한두번 동네 엄마들이랑 초저렴여행 다닙니다. 그것도 최근 2~3년 안쪽의 일이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큰 애 학교 갈 시간되어서 준비시켜 내 보내고 작은애 일어난 거 보고 남편직장으로 갔습니다.
폰 놓고가서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무작정 출발했어요.
가는 도중에 귀신같이 자기 자리 유선전화로 전화와서 폰 집에 있냐고 그거 없어서 운동 못했다고 가지러 온다기에 내가 그럴거 같아서 지금 직장에 늦는다고 하고 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흠칫하대요.
직장 안가도 되냐며.... 일단 출발했으니 가서 전화하겠다고 하고 만났는데 네가 어쩐일로 가져다 주냐고 하는데 눈빛이 설마설마 하는거 같아서 그냥 말했습니다.
미안한데 당신 톡 봤다고 나는 생각을 좀 하고나서 말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당신이랑 같이 사는거 못 할거 같다고 했더니 뭐가 다르냐고 자긴 어차피 돈버는 기계니까 그냥 두랍니다.
원래 살던대로 살자고...
연애하다 들어온 돈버는 기계님께 밥 차려주고, 옷 차려주고, 도시락 싸주고, 생활비 받아쓰는 나는 뭘까요? 기계님 주무시면 고3도 못 떠들게 하고 사는데요....
남편은 제가 엄청 자유로이 사는 줄 압니다.
제가 지금 하는 비정규직일이 난이도가 높거나 페이가 센 일이 아니라서 그런가봐요.
애가 공부를 잘 하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난 그렇게 못 하겠다고 그나마 상간녀가 싱글이라 맘 상하는 사람이 하나 줄어서 다행이라 했더니 부인은 못 하고 그냥 그런 사이 아니래요.
제가 톡 저장했단 얘기 안 해서 그런거겠죠.
뭐 저장했어도 네가 어쩔거냐 하는 맘일수도 있겠고...
모르겠네요. 알고 싶지도 않구...그래서 2박3일간 둘이 잘 얘기해보고 생각 많이 해보고 좋은쪽으로 결론 내보자고 했더니 자긴 잘못한것도 없고 할말도 없고 이대로 산다기에 그냥 뒤돌아서 출근했습니다.
월급이 많지 않아도 이제 이 일이 제 밥줄이 될테니 더 열심히 해야죠.
지하철이랑 버스 갈아타고 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서 30분이면 올 거리를 한시간이 넘게 쉬다쉬다 왔네요.
밥먹고 일 하는척 하지만 사실은 멍 때리다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관리자들 없는 사이에 주저리주저리 써 봅니다.
지금은 작은애 성인될때까지 별거했다가 그 후에 서류정리하고 저 혼자 살 전셋집정도 받아 갈라서고 싶은데 쉽지 않겠지요.
워낙에 돈 욕심 많아서 애들 학원비도 안 주려하는데 갈라서는 와이프 위자료 줄 사람이 아니라서 이래저래 고민중입니다.
저장한 톡을 페북이랑 회사홈피에 뿌려서 개망신 주자니 애들 학비가 걸리고, 제 몸이 건강한 사람의 80% 정도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지라 이혼은 좀 미루고 별거는 꼭 하려합니다.
아침일찍 얘기하고 왔는데 여지껏 아무 반응도 없는거보니 제가 그냥 조용히 있을거라 생각하나보네요.
주말에 생각정리하고 다시 얘기해보고 조정 안되면 소송으로 갈까합니다.
오후내내 생각해도 별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아까 회사앞으로 가면서 남편 유선번호를 알 수 없어 퇴사후에도 연락하고 지내던 동기에게 물어봤는데 분위기 심상치 않으니 무슨일인지 알아야 도와주지 않겠냐고 해서 수많은 톡 중 아주 일부를 캡쳐해 보냈습니다.
같은 남자로서 자기가 다 미안하다며 드라마도 아니고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답장이 왔어요.
사진 첨부하고 싶어도 사무실이라 그림판까지 열순없어 퇴근후에 해야할 것 같아요.
상간녀랑 회사 사람들 이름이 다 나와서....
그렇지 않음 자작이라는 사람들 또 있겠죠? 자작이라고 해도 상관없으니 그냥 말 수도 있구요.
투병 후 저는 100살까진 살 수 없어요. 길어야 앞으로 15~20년 보는데 그거라도 자유로이 살아봤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