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개전화가 울리자마자 받기도 전에 문을 열고 후다닥 뛰쳐 나갔어요.
집 바로 앞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제가 먼저 도착 했어요.
원두막? 같은 곳에 앉아서 언제오지 하고 올만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 쪽에서 고개 푹 숙이고
비틀 비틀~~ 누가봐도 떡실신 지경까지 갈 만한;;;;
그런 술이 듬뿍 취한 상태로 걸어오시고 계셨어요
안절부절했어요
저 상태로 나와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도 가지 않았고,
여러번 얘기하는 나는 참 나쁜년이지만, 그 와중에 좋기도 했어요.. 술을 먹고 날 처음으로 먼저 보자고 찾아와줬다는게.
네 아주 솔직히 좋은게 더 컸어요.
선생님은 절 보자마자
"엇..... 혜비니닷..."
하고 힐끔 내려다 보더니
제 옆자리에 푹 앉아 버렸어요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많이 드시고 온거에요?"
라고 물었더니
"몰~~라아~~ (완전 술먹으니 딴판;; 애교철철;;)"
"선생님 ㅠㅠ 진짜 왜그렇게 많이 드셨어요ㅠㅠ 고개좀 들어보세요 ...!"
"혜비나~"
"네?"
(킁킁)
"너한테서 조흔냄새난다아ㅏ...."
"아휴 쌤 우리 빨리 술깨러 가요! 쌤도 항상 저 술먹으면 술깨고 집에 들여보내셨으니깐 오늘은 제가 역할바꿔해볼게요 동네한바퀴 돌러가요"
하며 끝까지 앉아서 잔뜩 취한 쌤을 이끌고
(자연스레 팔짱을 노렸을수도 ㅎㅎㅎㅎ(농담))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했어요.
도착지는 저희집에서 10분정도 걸리는 작은 뒷산?
거기가 이제 다신 가지못하는 가슴아픈 장소가 될줄은 정말 전혀 몰랐어요.
엄청 추운날이였어요 밤 1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11월 초중? 쯤이였으니 엄청 추웠죠 그것도 산이였으니까 더 요.
저 그날 집에가서 발에 동상걸린줄 알았어요 ㅋㅋ
손이랑 발이 빨갛게 부어올라 한동안 아무 감각이 없었어요.
저는 제가 그 지경이 될때까지도 쌤이랑 함께 하는 이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길을 우리 둘이서 발 맞춰 터벅터벅 걸으며 어쩌면 밖에서 만나 이렇게 나란히 걷는게 마지막날이 될지도 모르는 그 순간을, 나는 손발이 아마 부어올라 얼어터졌어도 숨긴채로 선생님이 먼저 집에가자고 할때까지 손발이 너무 아프다거나, 춥다는 말 안꺼냈을거에요.
썰매장 스키장 아이스링크장을 갔었어도 함박눈이 내리는 곳에 여행을 갔었어도 몸 상태가 그 정도로 얼어붙은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였어요.
우리는 새벽 두시까지 무작정 걷고 돌고 그 동네 뒷산에서 벤치를 찾아 앉아서 별자리에 관심이 많던 선생님은 별자리에 대해 단 하나도 몰랐던 제게 별자리도 알려보여주고(뒷산이라 별이 아주 잘 보이는 장소였음) 그렇게 또 다른 추억을 쌓았어요
갑자기 쌤이 그래요.
"혜빈아, 요즘 쌤이 생각이 많다"
"네... 저때문이죠?"
"..."
"그러니깐 제가 그만 둘게요"
"너가 나였으면 어떻게 했니..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좀 알려줄래 .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아 모르겠다 고민이많다"
바보같이 그때까지만해도 저는 선생님이 저한테 마음이 가고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들이라는걸 꿈에도 몰랐어요 ㅋ 뭐 기대가 낮았죠..
"제가 쌤이였다면, 솔직히 자기 좋다는 제자가 술처먹고 연락하구 델러와라, 델다줘라 만나자, 하는데도 이 늦은 밤에 밖에서 따로 만나는거까지.. 다 허용 못할거같아요. 쌤 저 여자로 안보이시잖아요.. 그럼 딱 잘라냈을거 같아요 제가 선생님이였다면요"
라고 했더니
"그래 그럼 이제 그렇게 하자"
"뭘요?"
"너 말대로 이제 연락하지마라 나한테. 교무실에 매번 찾아와서 편지주고 매점 음식 사서 갖다주고 메모써서 붙여놓고 술먹을때 마다 전화와서 델러와달라그러고 밥은 먹었냐 잘 잤냐는 둥 사적인 연락 하지마라"
"네.....그럴께요 그러는게 맞는거같아요"
"그래 나 좋아하지마라"
"아~무 것도 하지 말란 말씀이에요? 좋아하는 마음은 어떻게 쉽게 바꿔요 제 의지루..."
"그래도 아무 것도 하지마라 너가 나였다면.. 정말 상상도 못할 고민들이 흘러넘쳐난다, 그래서 내가 요새 안먹던 술도 먹고 잠도 설치고 그러고 있다"
"저 때문에 쌤이 그렇게 힘드시다면 제가 그만두는게 맞아요 저 정말 그렇게 해볼게요. 더 늦어지기전에"
"그래 이제 집에 가자"
우리는 오는 길엔 말이 많고 장난도 많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둘 다 슬퍼서, 아쉬워서 그랬었던거에요.
그 땐 나 혼자만 그런 줄 알고 되게 심란했는데 ㅎ
엄청 조용하게 집 방향으로 걷기만 하던 선생님이 갑자기 솔방울? 이라고 해야하나 그걸 발로 툭 들고차면서 이래요
"근데 조금 서운하네"
저는 그 말을 아주 정말 아주 선명히 들었지만
내가 옆에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을 까먹은 채 그냥 걸으며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더라면 전혀 들을수 없는 크기의 목소리였어요.
정말 작은 목소리로 ... 오로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였지만 본인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 같은?
"네???"
라고 하고 싶었지만, 다시 되묻고 싶었지만 !
저는 확실하게 들었기에, 차라리 못들은 척 했어요.
전 제 이 진심어린 감정 때문에 선생님이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고, 날 어떻게 떨쳐내야할지 이 방법 저 방법 생각하며 밤 잠 설치고, 힘들어하시는게 너무너무 싫었어요. 부담드리려고 좋아한건 절대 아니였으니까요.
(뭐가 힘들고 무엇이 고민인지 정확히 찝어 얘기해주시지 않았고 오로지 내 예측과 생각일 뿐이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