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캐나다에서 10년째 살고있는 대학생이에요. 한국어가 서툴거나 맞춤법이 틀려도 봐주세요. 맞춤법 지적은 환영합니다 ^^ 어디서 부터 얘기할지 몰라서 그냥 제 소개부터 할게요.
5월부터 여름 인턴십을 시작했어요. 제 전공이 그래픽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인쇄쪽에 그래픽과 이미징, 이 분야예요. 전공에서도 소비자 제품 패키징에 관심이 있었고 정말 운 좋게 미국 패키징 대기업의 캐나다 공장 중 하나에서 그래픽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요. 주로 시리얼바, 에너지바, 캔디, 커피 패키징을 인쇄하는데, 인쇄전 과정을 주관하고 있어요.
지금 일하는 곳이 좀 오래된 곳이라서 막 회사건물이 예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인턴생활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회사 사람들도 꽤 친절한 편이에요. 바로 윗 상사도 저랑 1년 나이차이 밖에 안나서 제가 모르는게 있으면 친절하게 다 가르쳐줍니다. 덕분에 매일매일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근데...
문제는 상사도 아닌, 공장 매니저도 아닌, 그냥 옆 부서 사람입니다... 그냥 편하게 앤디라고 부를게요. 앤디는 제 대학 1년 선배로 이미 졸업했습니다. 처음에 인턴 시작했을 때 같은 대학교 선배라고 상사분들이 잘 지내라고 소개시켜줬죠. 그쪽 부서랑 제 부서랑 꽤 많이 같이 일하기 때문에 앤디는 제 부서 오피스에 자주와요. 허나 앤디는 저처럼 오피스랑 공장을 드나드는 인턴이 아니고 그냥 옆 부서 공장일꾼으로 일하고 있어요... 졸업하고 나서 전공분야로 취업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거죠... 제 상사랑 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장일꾼으로 일하고 있는게 처음엔 좀 안쓰러웠음.
한가지 말하자면 점심시간이 한국처럼 부서사람들 모두 우르르 나가는 문화가 아니고 그냥 각자 카페테리아 (그냥 냉장고, 전자렌지, 싱크, 식탁들과 의자 있는 방이라고 생각하시면 됨. 아침에 점심싸온거 냉장고에 넣어놓고 점심시간에 데워서 먹는 곳이에요.)에서 혼밥하거나 동료랑 같이 도시락 먹는거예요. 다른시간은 몰라도 점심시간, 모두들 정말 싸늘하고 외로워보입니다 (다같이 점심먹는 한국문화 부러움...). 정말 30분 밥 후다닥 먹고 일하러 가죠.
어째든 원래 인턴 시작할때는 제 오피스 데스크에서 점심을 먹었었는데, 며칠 지나더니 카페테리아에서 자기랑 같이 점심을 먹잡니다. 처음엔 거절했죠. 카페테리아는 주로 공장일꾼분들이 사용하시고 오피스사람들은 데스크에서 도시락 홀로 먹거나 친한 동료와 함께 근처 몇 안되는 음식점으로 가거든요. 근데 며칠 있어보고 관찰해보니까 제 부서 오피스 사람들은 다 카페테리아에 가서 점심을 먹더군요. 그래서 그 후엔 같이 먹기로 했죠.
점심먹으면서 앤디가 여기서 태어난 중국계 캐나다인것도 알게 되고 (뭐, 이름 성보면 짐작같지만), 케이팝도 가끔 듣는다고, 자기 친구들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전 주로 남에게 제 사생활 얘기하는 걸 별로 안하는 편이라 (정말 친해지면 다 얘기하지만) 제 전공이랑 인턴에서 배우는 즐거운 것들 뭐 이런 얘기 했죠.
솔직히 말하자면... 졸업전부터 취업준비를 했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따위 하나도 안하고 지금도 졸업했지만 이력서나 자기소개서같은거 준비도 안하는 앤디를 그렇게 좋게 볼 수는 없었어요. 취업준비보단 주말 어디 놀러갈 준비하는 앤디를 보면서 속으로는 한심한 놈이라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우와 재밌겠네 잘 놀러가"라는 리액션... 앤디가 제 속을 알면 꽤 맘이 상하겠네요 ㅎ. 좀 더 지나서는 일 끝나면 방향이 같아서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걸었죠.
앤디는 좀 사람을 잘 터치하고 말투도 좀 벙글벙글(?)합니다. 확실히 다른 회사사람들과 비교해서 분위기가 대학생같고 (저도 좀 그렇지만). 저의 어깨를 탁 치며 안녕하면 전 정말 놀랍니다. 제가 좀 보수적이라 남자들이랑 가까이 친해본적도 없고 저도 좀 소심하고 내성적인 편이라 앤디가 말 걸거나 어깨를 탁 치면 좀 불편한 기분이 (거부감이 더 가까운 표현이랄까) 들고요. 앤디는 절 자기 평소 친구들에게 대하는 것 같이 대하는데 전 그게 불편합니다... 아무리 또래나이라도 직장동료랑 대학에서 만난 친구는 다르죠. 직장인들은 아실듯. 어쨌든 불편해도 막 눈초리 주거나 불편하다 이런 말은 안했어요 (...망할 소심한 내 성격탓...). 그냥 잘 터치하는 사람인가보다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다 아시죠. 남녀사이에 친구없다는 말... 전 그 말에 정말로 동의해요. 앤디랑 회사친구로서 가까워지는 것도 좀 경계했죠.
그러다가 제가 패키징을 공부하러 벨기에에 2주 가게 됐는데, 가기 마지막날이 좀... 제가 일이 좀 늦게 끝났는데 앤디가 절 30분 이상 기다려줬었어요. 여기서부터 저는 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죠. 얘가 그냥 착한놈이라서 절 기다려줬는지 다른 이유로 기다려줬는지. 정류장에 가기전에 폰번호를 알려달래요. 벨기에 가서 연락하게... 수상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회사사람 번호 하나쯤은 알고있는게 좋을것 같단 멍청한 생각을 한 저는 그냥 폰을 내주었어요.
그리고 정류장에서 각자 갈길을 가야할때, 앤디가 말했어요. "나 허그 좀 해주고 가라". 정말 맘속에선 당황했지만 캐나다 사람들 원래 헤어질 때 포옹 잘한다는 게 머리속에 떠올랐죠. 캐나다 10년 살이지만 캐나다의 개방적인 문화는 전 불편해요. 여자인 친구들끼리는 헤어질 떄 포옹 잘 해주는 편인데 남자들한텐 그냥 잘 가라는 말과 손 흔드는 것 밖에 안해요. 정말 보수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전 "난 별로 허그 잘 안하는 타입이야. 허그하는거 좀 싫어해. 해도 여자애들이랑만 해"라고 얘기했더니 앤디가 "컴 온~ 허그해줘~"라고 말하면서 안길래, 전 엄청 크게 "흐갸갸흣으이꺄아악!!!" 이런 비슷한 기괴한... 소리를 내며 뿌리쳤고 전 잘 가라는 말도 없이 스피드파워워킹을 하며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정말 당황스럽고 화나면서도 민망했죠... ㅠㅠ 제 개인공간을 존중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앤디는 찍혔어요. 옛날에 동네 작은 인쇄샵에서 영어 잘 못하는 인도아저씨 아래에서 있했는데 그 아저씨가 절 막 만지던게 트라우마로 남겨진건지 제 개인공간에 대해서, 그전에도 그랬지만 더욱더 남자랑 접촉하는거에 대해서 제가 민감하고 불쾌함을 느껴요... ㅠㅠ
그리후 버스를 탄지 10분후, 앤디한테서 문자가 날아오더군요. ㅎ... 벨기에 잘 갔다오라고. 쓴말, 화내는 말 잘 못하는 저는 "응 고마워"를 보냈고 (후... 씹었어야 됐는데...) 앤디는 문자로 계속 뭘 보내고 전 답장을 해주고... 제가 생각해도 전 너무 답답한 것 같아요... 좀 속 시원하게 난생 처음으로 '꺼져' 이 말 하고 싶은데 제가 없는 동안 앤디가 회사에 무슨 말을 할지 모르고...
벨기에 있을동안에는 앤디가 문제를 보내도 페북으로 절 찾아서 메세지를 보내도 그냥 다 씹었어요... 그건 그냥 못 봤다하면 되니까.
그리고 벨기에에서 돌아왔고 화요일에 회사에 다시 출근했어요. 그날은 앤디가 옆 부서에 없는 날이라서 편했죠. 수요일은 앤디가 있었어요. 앤디는 "벨기에 잘 갔다왔냐?"라는 말을 했고 저는 그냥 응 이라 대답했죠. 하루종일 앤디가 하는 말에 짧은 대답만 했어요. 점심도 혼자 나가서 사먹고.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이년아 ㅠㅠ)
솔직히 허그 싫다는데 안고 그러면, 더 큰일일 때 위험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고. 내가 너무 앤디를 캐나다식 허그하자는데 치한처럼 대했나 싶고. 그렇다고 앤디랑 더 이상 친하게 지내고 싶진 않고. 앤디는 계속 친하게 지내려 하는 것 같고. 앤디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궁금해지고. 나 피해의식있나 생각하고. 회사사람끼리 2주 어디 여행간다고 허그한다는 건 들어본적이 없고. 속이 복잡해요 ㅠㅠ 앤디가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닌것 같은데 그냥 저랑 살아온 환경이랑 성격이 안맞는듯... 그냥 전 보수적인 철벽녀인가...
앤디랑 점심을 먹었을 그 때, 매일 같이 점심을 먹으니까 누가 우릴 사귄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어요. 옛날에 할머니랑 꼭 한국남자랑 결혼한다는 약속을 한 후로 (네... 꽤 보수적이죠... 하지만 문화차이로 이모랑 미국인이모부가 싸우는 걸 봤을 때 설득됐기에...) 여기 남자들과는 제 나름대로 철벽쳤는데 앤디는 왜 이렇게 된건지...
여러분이 저라면 어떻게 할건가요...? 앤디를 어떻게 대해야되죠? 솔직히 앤디만 없으면 인턴생활 스트레스 90%는 날아갈듯... 내 성격과 답답한 행동 때문에 이렇게까지 된건지 후회가 되고... 댓글로 여러분 생각은 어떤지 알려주시면 정말 고마울거예요... 조언도 있다면 써주세요...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