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케어해줘야 하는 활동보조인이 저를 화장실에 가둬버린 이야기입니다.
요 몇 일 활동보조인과 몇몇 불화가 있어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화할 때 주로 할 말 전부 하며 톡 쏘는 스타일이고, 활동보조인은 아쉬운 소리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스타일 입니다. 그것이 결국 터져 버린 것이지요.
며칠 동안 서로 필요한 말만 하다가 어제 할 말이 있다고 하며 활동보조인을 불러 앉혔고 잠시 서로의 속내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결론은 결국 서로 맞지 않으니 그만두고 새로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것으로 이야기 되었습니다. 이하 활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날... 화장실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좌약을 넣고 두시간 정도 누워 기다리다가 샤워 휠체어에 오른 후 화장실에 갑니다. 하지만 활보는 좌약을 넣고 두시간 후에 메세지를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기분이 뭐같아서 바람좀 쐬고올게'
저는 지체장애인이고 혼자 휠체어에 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소변이 마려워지면 혈압이 오르고 계속 참으면 온 몸이 아파서 그냥 눈물이 막 흐릅니다. 실제로 혈압 때문에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활보는 그 메세지 하나만 남기고 종적을 감췄습니다. 핸드폰은 꺼져 있고 저는 침대에 누워 고통을 참으며 마냥 누워 있었죠. 9시간 동안....
9시간 만에 활보가 왔습니다.
활- 미안하다 내가 술을 많이 마셨다.
나- 미안하단 말로는 안될 것 같은데. 한 대 때려도 될까?
활- 그래 때려 때려
정말 한 대 패버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미리 때리면 화장실이고 뭐고 다 팽겨치고 가버릴 듯 해서 일단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참았습니다. 휠체어로 옮겨 타고 화장실에 앉으면 다시 삼십분에서 한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합니다. 그 사이 활보는 잠이 들었는지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온 집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협박을 합니다.
나- 야!!! 너 안 일어나면 우리 아버지 불러야 해!
그제서야 부시시한 모습으로 정신도 못차리고 씻겨주기 위해 나타난 활보.
예전에 활보가 키우는 개가 말을 안들으면 켄넬에 가둬놓고, 그 안에서 꺼내달라고 끙끙대거나 짖으면 물총으로 쏘던게 기억났습니다. 순간! 활보 얼굴을 보니 머리가 벼락쳐서 얼굴에 샤워기로 물을 뿌려버렸습니다. 먼저 한 방을 날려버린 거죠. 왜 활보가 자기 개를 가두고 물총을 쐈는지 알겠더군요. 물총을 맞은 개는 다치지도 않고 잠잠해 졌습니다. 하지만 활보놈은 다치진 않았지만 반대로 벼락쳤는지 화장실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활- 하. 너가 나한테 이랬어?
나- 왜 열받아? 너가 때려도 된다며. 주먹으로 때리면 다치니까 정신 좀 차리라고 물 뿌린건데.
활- 너가 이렇게 했단 말이지
활보는 자기 영역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저를 화장실 이라는 켄넬에 가둬 놓고 말이죠.
너 계속 거기 있을거야? 라는 말을 다섯 번 이상 반복 하였으나 계속 자기 말만 하고 씻겨 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장애인의 의지를 보여주었죠. 바닥을 기어서라도 나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샤워 휠체어를 새로 산 덕에 혼자 밀어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씻기 위해 완전 벗겨진 채로 말이죠. 웃으면 안되는데도 웃긴 사람들은 마음껏 웃으셔도 됩니다. 벗은 채로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한 남자를...하하하.
전에 쓰던 것은 혼자 밀 수가 없었기에 화장실 밖으로 나온 저를 보고 활보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가둬놓은 개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온 격이겠지요. 걸쭉한 욕을 해대며 휠체어를 밀고 나온 저는 경찰에 전화 할까 고민 하다가, 좀 죄송스럽지만 아버지께 전화를 걸고 다짜고짜 따지듯 부탁을 드렸습니다.
나- 아버지 지금 좀 내려와 주세요
아- 지금?
나- 네 지금 일 층으로요. '야 너 어딜 도망가 그대로 있어라 뭐뭐뭐뭐야.'
전화를 하고 있는데 급하게 옷을 입는 겁니다. 또! 도망가려 하는 거죠. 아버지와 통화를 하며 활보에게 쌍욕을 내질렀습니다. 물론 아버지께서 내려오신 후에도 거침없이 내뱉었습니다.
나- 너 어떻게 할래? 나 샤워 시키고 나갈 거야 아니면 그냥 나갈 거야?
묵묵부답.
나- 공과 사는 구분해라. 할 건 해야지.
아- 일단 할 건 하고 밖에서 기다릴테니 나와.
아버지께서 활보에게 말씀하신 후 나가시자 다시 하나둘 옷을 갈아 입고 드디어 씻기기 시작합니다. 둘이서 말이 없습니다. 겨우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드디어 옷을 입었습니다. 몇 시간 만이었는 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침대에 누우니 울분이 터져 나옵니다. 완전 자유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곳에 온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보통은 답답하면 집밖에 나가겠지만 저는 그럴 수 없기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를 지릅니다. 활보 욕도 합니다. 인생 서럽다며 죽어버리고 싶다 고래고래 쏟아냅니다. 활보에게 들리겠지만 지금 이 서러움은 어떻게 풀 수가 없습니다.
장애인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 보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억지로 동정심 유발하는 장애인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인터뷰나 방송 출연을 부탁할 때 가장 먼저 얘기 하는 것이 동정심 유발 할 거면 안한다고 합니다. 근데 이건 좀 참을 수가 없네요. 아버지와 나가 얘기하고 들어와선 사과 한마디 없이 자고 있는 활보가 밉습니다. 열두시간 넘도록 화가 나있어서 또 철없이 이런 글을 쓰지만 오늘은 꼭 호소하고 싶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친구였던 활보에게 한 마디 하고 이 글을 되새기며 저도 반성하겠습니다.
물벼락 맞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