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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선생님 좋아했던 이야기

나무 |2017.08.27 01:46
조회 924 |추천 6
 며칠 전에 관련된 내용으로 글 썼었는데.. 컴퓨터로 오랜만에 들어와보니까 자세하게 써보고 싶기도 하고 그 글 쓴 후로 그때 기억이 계속 떠올라서 제대로 써보려고 들어왔어!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세부적인 사항은 바꿔서 쓸게..ㅎㅎ 들킬까봐 겁난다. 학교 다닐 때도 좋아한다고 엄청 떵떵거리고 다니고..철없지만 선생님 여자친구 나였으면 좋겠다고 그랬었거든. 물론 선생님 앞에서 티내지는 않았어. 성격 상 티낼 수도 없었고. 처음 본 게 입학식 때였어.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선생님은 막 전근오셨었어. 입학식 진행되는 동안 그러면 안 되지만 친구들이랑 장난을 좀 쳤거든. 그러다 뒤를 돌아보게 됐는데..그때 딱 처음 봤어. 갈색 코트에 검정 목폴라, 검은 슬랙스 입으신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나. 첫 인상이 워낙에 강렬했나봐. 아무런 접점도 아무런 대화도 없었는데도. 나는 내가 선생님을 그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 그땐. 그냥 계속 눈길이 가는 정도밖에 없었어. 으레 신기함이다 여겼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 신기해서, 궁금해서 돌아봤다기엔 시선 머무는 시간이나 돌아보는 횟수가..비정상적으로 길고 많았거든. 애들이 장난쳐도 대꾸도 안 하고 말 걸어도 계속 놓치고 그랬었어.  입학식 끝나고 각자 반으로 이동하는데 선생님만 계속 보고 있었어 난. 그러다가 선생님이 나랑 같은 3층까지 계단을 올라오시기에 진짜 좀 기뻤어. 일단은 2학년 가르치시는 게 확실하니까. 알고보니 옆 반이더라... 선생님 입학식 때 잠깐 본 것 뿐인데, 옆 반 담임인 게 뭐 어떻다고 되게 아쉽더라. 참 나 얼빠 아니여..ㅎㅎ 그러고 선생님 목소리 처음 들은 게 다다음날 야자시간이었어. 평소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무료하게 야자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앞문에 누가 서있는 거야. 그래서 봤더니 선생님이신 거야. 난 7반이고 선생님은 8반 담임 선생님이셔서.. 누구 찾으러 왔나 이 생각하는데 선생님이 반으로 들어오셔서는 애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셨어. 알고보니 야자감독이셨던 거지. 그날 마침 야자 남는 애들 번호 적는 당번이 안 적고 가서.. 한 명 한 명 불려지고 내 차례가 다가오는데 대답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되게 떨리더라. 내 이름 부르시고 누군지 얼굴 보려고 애들 둘러보실 때 내가 네, 라고 대답했어. 그때 처음 눈이 마주쳤는데 짜릿했어. 오글거리지? 근데 정말 짜릿하다는 말 외에는 대체할 표현이 없다. 목소리 엄청 형편없이 떨렸지만...너무 두근거려서 나중엔 신경도 안 쓰이더라. 금방 시선이 거둬졌지만 그 마주친 순간이 슬로우 모션으로 혹은 몇배속으로 계속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더라. 짝사랑 해봤다면 공감할 거야. 순간순간들이 정말 선명하게 기억이 나고 계속 떠올라. 다음날 아침, 아니 그 다음 해 초까지 계속 그 장면은 생각이 났고, 생각이 날 때마다 피식피식 계속 웃었어. 행복해서 나오는 웃음 알지? 웃음이 비실비실 나오더라. 지금은 그 장면이 생각나진 않아. 선생님 눈이 어땠는지, 표정이 어땠는지 잊어버렸어. 여태까지 쭉 좋아했다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은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러고 나는 선생님이 담당인 동아리에 가입했어. 어떻게든 눈에 띄려고, 어떻게든 관심 받아보려고 나름대로 발악했던 것 같아 그때 ㅋㅋ 일단 관심 받든 어쩌든 간에 같이 있는 시간을 늘려야 친해질 수 있다고 믿었거든. 나는 첫 동아리 시간에 맨 앞에 앉았어. 선생님들은 대개 전부 교탁에 서서 말씀을 하시니까 선생님을 가까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물론 친구는 내가 맨 앞에 앉고 싶단 걸 이해하지 못했고 부담스러워 했지만.. 지금은 그 친구한테 좀 많이 미안해. 이후에 랜덤으로 자리 뽑았다가 맨 앞에 앉게 된 적이 있었는데 엄청 부담스럽더라ㅋㅋㅋㅋ아무튼 선생님은 예상대로 교탁에서 설명을 하셨어. 난 되게 열성적으로 듣고 선생님 머리털 하나하나 살필 거란 각오를 분명 했었는데, 막상 내 바로 앞에서 설명을하시니까 고개를 못 들겠는 거야. 결국 고개 못 들고 귀로만 설명 들었어....... 그러다 딱 한 번 고개 쓱 들었는데 하필 그때 눈 마주쳐서 다시 고개 책상으로 처박고 절대 안 들었어. 눈 마주치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지 전혀 몰랐거든. 선생님 좋아하기 전까지는. 근데 그거 되게 부끄럽고 간질거리는 일이더라....원래 난 상대방이 말하면 눈 안 피하고 끝까지 쳐다보거든. 그게 예의라고 배우기도 했고 대화할 때 눈 보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근데 선생님 앞에선 그게 절대 안 돼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의고 뭐고 눈을 마주칠 수가 없어. 못해.....  난 선생님한테 못하는 게 참 많았어. 원래 선생님들이랑 정말 친하게, 스스럼없이 지내서 같이 배드민턴도 치고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운동을 매우 즐김^^) 대화도 엄청 잘 하거든. 근데 선생님이랑은 대화를 절대 못 이어가겠어. 선생님 생각만 해도 달아오르는데.....달아오른다는 표현을 쓰는 게 맞나? 얼굴에 열이 오른다? 그런 말이야. 암튼 그런데, 대화는 어떻겠어. 절대 못했어. 선생님이 뭘 물어봐도 단답하고 그랬어. 그리고 조금 긴 대답을 필요로 하는 말은 웃음으로 대체하고 그랬어. 물론!! 진지하게 여쭤보시는 말에는 떨리더라도 열심히 대답했어. 웃음으로 대체할 때는... 선생님도 크게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여쭤보셨을 때? 뭔지 알겠나....? 수업 끝나고 시간 남을 때 웃으면서 ㅇㅇ이, 요즘에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물어볼 때......?.............아무튼 지금 생각해보면 싸가지도 그런 싸가지가 없어.. 또 이해 안 갈 수도 있는데, 복도에서 선생님 마주칠 때 인사하잖아. 근데 난 인사도 잘 못 했다? 하긴 했어, 근데 할 때마다 막 떨려서 죽을 것 같았어. 안녕하세요...하는데 목소리 기어들어가고 표정도 웃을랑 말랑 묘하고 귀는 새빨갛고..보기에 되게 이상했을 거야.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도.. 절대 내숭같은 거 떠는 성격이 아닌데 선생님 앞에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 그렇다고 누가 보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그런 행동이 아니라... 그냥 말도 잘 못 하겠고 쳐다도 못 보겠고 그런 거. 이건 내숭이 아닌가?ㅋㅋㅋㅋㅋ 그리고 항상 주차장을 살폈어. 선생님 차가 잘 있나 확인하려고. 학교 올라오자마자 한 번 보고, 쉬는시간마다 보고, 점심 먹고 보고, 석식 먹고 보고, 야자 할 때 보고.... 보고보고보고 그랬지. 선생님 차가 주차장에 있다는 건 선생님도 이 학교에 있단 걸 뜻하니까 차 주차된 것 보고 되게 안정감 느꼈던 것 같아. 선생님과 내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떨리기도 하고 공부할 의욕도 생기고 그랬었어. 그리고 선생님 차가 없으면 되게 허무하고 시무룩하고 그랬어. 공부할 의욕도 안 나고.... 그리고 수업시간에 잠이 들더라도 꼭 쉬는시간 종 치면 내가 자고 있었든 뭘 하고 있었든 복도로 나와서 선생님 교무실로 들어가시는 거 꼭 봤어. 어느 반에서 나오고, 손에서 뭘 들고 나오시는지. 그때는 선생님 시간표를 내가 다 외웠었어. 우리 반 시간표도 못 외우는데 선생님 시간표는 자연스럽게 외워서 맨날 복도에 나와서 미어캣처럼 서서 선생님 찾고 그랬었어. 그러다 선생님이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어. 바로 숨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아. 그리고 나 엄청 숨어다녔어. 복도에서 혼!자! 선생님이랑 마주칠 것 같으면 너무너무 부끄럽고 떨리고 해서 뒤돌아서 아무 반이나 들어갔어. 마치 볼일이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아니면 손톱 부스러기 엄청 심각하게 뜯느라 선생님 못 본 척 그냥 지나치고 그랬어....그러고 선생님 내 옆으로 지나가시면 뒤돌아서 선생님 걸어가시는 거 세상 아련하게 쳐다보고..영화가 따로 없었지. 혼자 새드 멜로 다 찍었어. 짝사랑이 원래 그런 거라지만 나만 너무 북치고 장구치고 제 풀에 지쳐서 울고 짜증나서 야자째고(.... ㅎ  ㅎ ㅎ ㅎ)그랬어... 그러다 주기적으로 현타가 와. 내가 뭐라고 선생님 좋아하고 있는지..것도 조금 좋아하는 게 아니고 엄청 좋아하니까... 그럴 땐 하루종일 우울했고 복도 나가서 선생님 걸어가시는 거 보지도 않았고 주차장도 안 살피려고 했고(이건 많이 힘들더라. 현타 왔을 때도 한두 번은 꼭 봤던 것 같아)..심지어..그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수업시간에 자는 척도 했어. 나 선생님 수업시간에 잔 적 단 한 번도 없어. 애들 되게 자주 자는 걸로 아는데 사실은 한 번도 안 자봤어. 잠이 안 오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서 있는데, 심지어 말 하고 웃는데 잠이 올까?!?! 절대 안 와..... 지금 돌이켜보면 다 관심받으려던 수작이었어. 나 원래 수업 듣는데 오늘은 잔다. 그러니 관심 가져달라 이거였지 그냥.. 나 되게 계산적이었어. 또 나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해주신 얘기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 했었어. 여기 적으면 다 들통날 것 같아서 적진 않을 건데 백숙 얘기, 군대 얘기, 본가 얘기, 여자친구 얘기(이건 아직까지 기억남), 우울증 얘기, 햄버거 얘기, 시위 얘기 등등등.... 선생님이 입었던 옷, 그때 날씨, 반 분위기, 선생님 표정까지 선명하게 기억했어. 물론 좋아했을 때 한정. 지금은 많이 잊어버렸어. 여자친구 얘기 제외하고. 그건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내가 뭐라고^^ 선생님이 여자친구 얘기 해주실 때마다 볼 되게 빨개지시고 엄청 부끄러워 하셨거든. 그러면 안 되는데 기분 엄청 안 좋았어 선생님이 좋아하는 게 보이면 보일수록 화가 나고 슬펐어. 역시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잰데, 이 생각 들면서 표정이 자꾸 구겨지는 걸 숨길 수가 없어서 열심히 필기하는 척하고 칠판 안 보고 그랬었지.  그때 내가 제일 부러웠던 게 컴퓨터 연결하는 친구였어. 1학기 초반에 정보부장, 환경부장 그런 거 정하잖아. 그때 정보부장 못 한 게 너무너무 아쉬웠어. 선생님이 영화도 많이 보여주셨고 수업 하면서 영상 같은 거 보여주실 때, 걔가 노트북을 티비랑 연결해야 하니까 선생님이랑도 자주 맞닥뜨리고, 대화도 자주 하고 같이 웃!고! 그랬거든. 그게 너무 부러웠어. 한숨 나올 정도로....  일화 되게 많지만 세세하게 다 적다 보면 탄로날 것 같아서....그때 되게 선생님 좋아하는 거 동네방네 다 소문내고 다녔거든. 정작 선생님 앞에서는 세상 무신경하고 덤덤함......  암튼! 오글거리지만 난 타인한테 '좋아한다', '좋다'라는 감정을 느낀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너무 적응 안 되고 막 미칠 것 같았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너무 좋고 설레는 나머지 두렵더라. 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는지.. 망상도 장난 아니었어. 병인가 싶을 정도로. 선생님 말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하는데, 정말 이런 의미였으면? 하고 그 상황을 상상해. 그러고 혼자 좋아죽음ㅋㅋㅋㅋㅋㅋ근데 뭐 그게 진짜가 아니란 거 아니까..망상만 하고 그냥 아무 뜻도 아니다. 이렇게 주문외듯이 생각했었어. 스스로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이 아닌데도 되게 감성적으로 변하게 되더라. 원래 시인이 꿈이어서 그런지 선생님 대상으로 글 되게 많이 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읽어보면 세상 마음아픔... 엄청 슬퍼.. 실제로 설렌 기억보다는 아프고 슬펐던 때가 많았던 것 같아. 선생님은 정말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데, 난 그게 아니다.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글도 많았고, 전체적으로 좋아하면 안 되는데 너무 좋다, 이런 식의 글 많이 쓴 것 같아. ㅎ ㅏ ㅎ ㅏ ㅎ ㅏ 고등학교 3학년 막바지 돼서는 너무 괴로웠어. 그만 좋아하고 싶은데 대화하면 아직 너무 설레고 좋았거든. 그런 감정이 드는 게 이젠 너무 지겹고 짜증났어. 그런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고 내 맘대로 안 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 선생님 보면 설레면서 동시에 이유 모를 짜증도 났었어... 선생님은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주차장 보는 횟수도 줄어들고 대화할 기회도 일부러 피하고 같이 있는 순간도 피하고 계속 피하다 보니까 그래도 감정이 무뎌지긴 하더라. 아니 무뎌진 게 아니라 그냥 체념이었던 것 같애. 좋고 설레는 건 계속 그런데, 그 감정을 행동에 그대로 투영하지 않고 그런 감정이 들면 드는 대로 내버려두고 행동을 그와 상반되게 할 수 있게 됐어. 좋아한지 1년 하고 반 년이 좀 지났을 때서야!!!  난 선생님 볼 기회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졸업식 때 선생님을 일부러 피했어. 감사하다는 말은 항상 드렸었고, 나랑 그다지 접점이 없는 분이셨기 때문에 굳이 찾아가서 감사인사 드리는 것도 조금 어색하고 이상했거든. 명분이 없으니 뭐.. 피하는 건 쉬웠지. 근데 선생님이 먼저 수고했다고 안아주셨어. 너무 놀라는 한편 너무 좋았는데 정말 담담하게 대답했어.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에 언제 뵈러 가겠다고. 선생님은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셨는데 그건 내가 보기에 확실한 빈 말이야. 그리고 나도 빈 말 했고. 나는 선생님이 안아주신 그때조차 나만 안아주신가 이런 생각 하고 있었어. 정말 나만 안아주신 거라면 또 그 지겨운 의미부여를 했겠지..... 그런 생각 계속 하면 안 되는데 끝까지 난 그 생각만 했어. 그러고 결국엔 선생님이 어떻게 하시나 봤는데, 애들 한 명 한 명 다 안아 주시더라. 그거 보고 역시..라는 생각을 했고 나 자신이 너무 바보같았어. 끝까지 애정을 확인하려는 모습이 너무 바보같았음.. ㅠ ㅠ ㅠ ㅠ ㅠ 뭐 그러고 졸업 했어...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지? 아님 말고... 난 아직도 선생님이랑 사귄 후기 이런 거 찾아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보면 너무너무 비현실적이지만 만약 이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절대 그럴 리 없단 거 알면서도..알량한 미련인고지.....짝사랑 하면서 딱 한 가지 잘했던 점은 절대 티내지 않았던 것. 덕분에 선생님이랑 친해질 수 없었고 대화할 기회도 적었고, 더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 만약 친했다면 선생님 엄청 더 좋아했을 거고..그때보다 더 힘들었을 거야. 생각해보니 정말 끔찍하네..!!!! 
추천수6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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