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제가 불효자인건가요...

finethankyou |2017.08.28 12:03
조회 482 |추천 0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매번 고통스럽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울로 출발하는 길에 전화를 했고 잘 도착하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냉랭한 느낌만 들었다. 계속 한숨만 쉬더니 갑자기 화를 내면서 “너 지금 엄마랑 예비 신랑이랑 같이 있지..너 혼자 있을때 얘기하자. 너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이번 여행은 결혼식 전에 큰 어른들에게 인사하는게 목적이었다. 할아버지댁은 자주 왕래하여 예비 신랑이 익숙하시지만, 외할아버지댁에는 처음 인사를 드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왕 시골에 간김에 어렷을 때부터 나를 유별나게 예뻐해주신 엄마 친구이자 태어났을때부터 나를 챙겨주신 이모한테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결국 계획은 토요일 점심을 외할아버지 내외와 엄마와 함께 먹고, 저녁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와 함께 한 후 할아버지 댁에서 자고 다음날 점심에 엄마와, 이모와 식사를 하고 서울로 출발하기로 세웠다. 계획대로 양가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고 시간을 보낸 후 일요일 점심때 할머니 집을 나섰다. 외할아버지는 멀리 오느라 고생했다며 편지와 돈을 챙겨 주셨다. 행복하게 잘 살으라고.  
이모도 일하시느라 바쁜 시간을 내서 점심을 사주시고, 그냥 밥만 먹이고 보내기 너무 아쉽다며 오랜만에 근처 구경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빵집도 들러서 빵 좀 사서 서울에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모가 운전을 하고 엄마, 오빠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간만에 옛날 이야기를 했다. 초등학교 때 유학을 가고 난 후에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이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결혼할 예비 신랑과 함께 하는 것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아마 아빠는 처음부터 이 계획을 마음에 안들어하는 것 같았다. 아빠는 갑자기 화를 내면서 이집의 가장이 누구인데 나를 왜 무시하냐고 했다. 나는 너무 당혹스러웠다. 아빠가 화를 내자 나도 화가 났다. 아빠가 지금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큰 잘못을 한 사람처럼 이야기 하는 것이 나는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아빠는 계속된 바람과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결국 합의 이혼하여 혼자서 할머니댁에 살고 있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만날때마다 싸우던 엄마 아빠의 모습에 지치기도 했고, 우리가 다 클때까지 이혼만 안했지 계속 따로 살았던지라 이혼 자체에는 큰 상처가 없었다. 단지 엄마 아빠가 각자 행복하게 사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오늘 아빠는 자기한테 상의없이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것이 마음에 안든다면서 화를 버럭냈다. 결국에 엄마와 이모와 예비 신랑과 자기 없이 계획하지 않은 드라이브를 갔던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너무 외로워서 죽고싶은데, 엄마가 이혼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혼한건데, 나도 너희 가족인데 왜 나는 못끼냐고 했다. 갑자기 예비 신랑에게 아빠가 너무 부끄러웠다. 성숙하지 못하게 어린 아이처럼 애정을 갈구하는 장인어른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런 상황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짊어져야하는 것이 가장 미안했다. 
아빠가 화를 내면서 소리를 치자 나는 충분히 화를 내지 않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매번 모두가 화를 내고 상처받는 말을 하게끔 만드는지 아빠에게 도리어 화가 났다. 나도 큰 소리를 내면서 아빠한테 화를 냈다. 아빠의 과거 모습을 딸한테서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감정만 상한채 아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자 다시 전화가 왔다. 자기 상황을 예비 신랑에게 설명하고 싶다면서. 아빠는 우리를 너무 사랑해서 자식 걱정이 계속 되는데, 엄마한테 전화를 하자 아직 서울에 안올라가고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고 하니깐 그렇게 계획이 변동되는줄 몰라서 혼자서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런데 딸이 오후 5시쯤 서울에 가고 있다고 연락을 했고, 딸이 먼저 화를 내자 자기도 화가났다며 이 상황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자초지종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늘 혼자있고 기댈건 자식들 밖에 없는데 왜 내가 너희들이 뭘 하는지 모르냐면서..자기가 가장이니 모든 계획은 나한테 상의를 하고 행동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예비 신랑은 아버님께서 말씀하시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고 아빠를 설득했다. 그러나 이렇게 딸에게 말씀하시는 것은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고... 딸은 아버님과 어머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른신들에게 인사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하고 이렇게 내려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올라가는 건데 아버님이 화를 내서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모도 오랜만에 만나자 기쁘셔서 갑자기 드라이브를 제안했고 직접 운전하시면서 곳곳을 구경시켜주느라 우리도 아버님한테 먼저 연락을 못드렸다고...그러나 어머니가 충분히 상황을 말씀드렸고.. 나중에 서울에 올라가면서 다시 자세히 말씀을 드리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빠는 본인의 상황을 들어보라면서 자기는 자식들을 너무 사랑하는 아버지고, 자식들은 그 마음도 모르게 연락도 안하고 이모랑 엄마랑만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나는 화가 났지만 지쳐서 아무말도 안했고, 알아서 대처해주는 예비 신랑에게 너무 고마웠다. 예비 신랑은 7년을 만나면서 상황을 다 아는지라 나보다 더 말을 조리있게 잘 해줬다. 
아빠는 엄마가 둘째를 임신했을때 집에서 처음 바람을 피다 걸렸고, 그 충격으로 엄마가 쓰러져서 애가 유산이 되었다. 그 후에도 딸한테 자기가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소울메이트라면서 자기보다 한창 어린 대학원생 여자를 소개시켜 주며 엄마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빠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따로 혼자서 살고 주말에만 집에 왔고, 자식들은 초등학교 때까지 엄마가 부양하면서 살아왔다. 엄마가 바람 생활 다 정리하고 유학가서 애들 교육 시키자고 하자 아빠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갔고, 거기서도 아빠는 엄마 친구와 바람을 피다 걸렸다. 그래서 다시 혼자서 기러기 아빠로 한국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 후 우리에게 매월 50-100만원씩 붙여준 돈으로 우리 가족을 다 부양했으니 이제 자기가 가장이고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새출발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고 했다. 엄마가 이혼을 결심하고 한국에 들어오자 자식들을 다 자신한테 넘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혼을 못하고 각자 떨어져서 생활했지만.. 나이가 들고 자식들이 다 성인이 되자 합의 이혼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아빠와 나는 같은 지붕아래서 산적이 없었다. 너는 공부를 못하니 대학도 가지말고 취직해서 가족들한테 도움이되라고 하며 상처를 주던 아빠가.. 이제 딸이 명문대에 입학하여 번듯한 직장에 번듯한 사위와 함께 오니 이제는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딸이 된 것이다. 그래도 가족이니 아빠에게 마음을 열어보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원래 결혼할 때 집은 남자쪽에서 다 해오는 거라고 했던 아빠가...결혼도 아빠는 천오백만원밖에 못해주니 반지하부터 시작하면서 살아가라고 했던 아빠가.. 결국 나와 예비신랑이 몇년간 모아둔 돈과 대출, 예비 신랑 부모님, 그리고 엄마가 비밀리에 준 돈으로 서울에 아파트 전세를 얻어 들어간다고 하니 자기도 그럼 천오백만원 더 주겠다고 하며...이제 동생도 너희집에서 살면 되겠다고 한다...
자식을 너무 사랑하는 아빠에게 내가 불효하는 건지...아빠말대로 과거 상처를 잊고 어떻게 하면 가족이 건설적으로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못해 이런 문제가 계속 이어지는 건지...나도 잘 모르겠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