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강간미수범에게 쓰는 편지

MELODY |2017.09.08 03:03
조회 66 |추천 0
밤샘 카피를 하던 중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하는 글쓰기.

1.

가사가 잘 안외워진다.
예전에도 물론 암기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요새들어 단어와 단어사이의 연결고리 이음새도
매우 흐려지고 무엇을 말하고자 했었는지도
자꾸 불분명해져 차라리 말을 줄이려 한다.
그리고 모든 걸 적고 또 적는다.
안 그러면 금새 기억에서 사라지니까.

2.

이건 우울증,불안,수면,공황 장애로 인해
내가 복용하고 있는 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나는 덕분에 방향감각저하와 졸음운전을 겪고있고
다소 산만해졌으며 집중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자주 예민해지고 또 잠을 일정하게 잘 수가 없다.

3.

어쩌면 겪지 않아도 될
이런 불편함을 겪게 만든 당신을
나는 용서하기 힘들다.

아직도 난 불이 꺼진 건물 안이 무섭고
계단을 올라갈때 누가 내 뒤를 따라 올라온다면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이다.
자주 악몽을 꾸는 건 귀여운 수준이고,
가끔 혼자 어두운 길을 걷게 될때는
끝도 없이 안좋은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4.

생판 모르는 남자사람이 내게 지나치게 말을 거는 것도 매우 곤란하다.
사실 근처에 오는 것만 해도 너무 불편하다.
하지만 나는 직업상 '거의 대부분' 모르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대부분은 성별이 남자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감정을 감추려 노력한다.
피곤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5.

당신이 술을 먹고 저지른 '실수' 하나로
그리 오래 살지 않은 내 인생이 매우 불편해졌다.
'실수'는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일을 저질렀을때
쓸 수 있는 단어 아닌가.
당신은 실수를 한게 아니다.
그리고 '실수'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지고 있을까

6.

당신은 내 인생의 불편함들을 수습해줄 수 없다.
이건 다 그 쪽으로 인해 생긴 일이니까.
당신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내 불편함들이 사라질까.

7.

이 글을 당신이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다.
사실 관심없다.

나는 합의를 했고, 그 합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법적인 동의도 포함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모르겠다.

8.

당신이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으면 좋겠다.
밤이나 낮이나 눈을 감으면 괴로움에
몸서리 쳤으면 좋겠다. 그럴 리 없겠지만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