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마추어 여성 작가입니다.
결혼을 하기 싫은 건 아니고, 그냥 아직 생각한 적이 없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무리 같아요.
스펙은 안 좋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인생 망할 정도는 아니에요. 초대졸이지만 예대도 나왔고, 집안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외동딸이에요. 빚도 없어요. 예술학도라서 미술, 음악, 영화, 소설 같은 건 다 좋아하고 상식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작가인 만큼 국문학, 역사와 세계사를 좋아해서 정도전 같은 정통사극 좋아합니다. 그리고 국뽕, 환빠 혐오하고요. (디워 같은 국뽕 영화나 사극에서 주신 어쩌고 하는 환빠는 정말 싫습니다)
문제는 저의 성격과 환경이에요. 거의 극과 극이라고 보면 돼요. 다른 집안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았어요.
요즘은 익숙해졌지만, 어릴 때 가족 드라마를 보면 진짜 신기했어요. 전업주부일 경우 어머니가 반찬을 차리고 가족들이 먹잖아요. 짱구는 못말려나 아따맘마 같은 거 봐도 그렇고요.
근데 저희 집은 아버지가 전업주부로 6년간 계시다가 일하시고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셨는데 정신병력으로 그냥 요리를 할 수 없는 상태라 아버지가 계속 요리하셨죠.
어쩌면 재수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명절증후군도 잘 몰라요. 저희는 친척집도 안 가고, 제사도 안 가요. 그냥 집 소파에 누워서 특선영화나 봐요. 저녁에는 아빠가 동태전이랑 애호박전이나 한 시간 정도 굽고 그걸 사흘 정도 밥으로 먹어요.
친구들이 복 받았다고 하는데 것도 잘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하도 싸우고 쌍욕과 폭력에 방치된 채 자랐으니까.
연애는 해도 결혼은 못 할 것 같아요.
흰 셔츠의 단추를 풀면 실밥들이 셔츠 안쪽에 잔뜩 튀어나와 있듯이, 그 안이 좀 많이 추하니까요. 저는 저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는 편도 아니라서, 절 감당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절 안 사랑하시는 건 아니에요. 그냥
모든 게 뒤틀렸어요. 폭력적이지만 가난하지 않고 딸에게 쌍욕을 하지만 우습게도 사랑하시는 게 티가 나요. 비대칭인 저희 집을 보면 지구본을 반대로 엎어놓은 것 같습니다. 받침대가 위에 있고 지구가 아래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굴러떨어지죠.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은 할 거예요. 솔직히 하루에 한 두
번 씩은 죽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있어요.
그래도 효도는 못 하겠어요. 하지만 연을 끊지도 못하는 건 참 저 본인이 봐도 모순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