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가 원하는 직장이 나오지않아 제법 큰 헬스장에서 일하게 됬어.
회사라고 불려도 될 만큼 규모가 큰 곳이었는데, 큰 체인으로 삼켜지며 많은 변화가 있었지.
내겐 널 만난게 가장 큰 변화였고, 너도 그럴거라 생각했어.
여느 트레이너들처럼 큰 덩치에, 궂은 얼굴은 외모를 보는 내게 0.1의 감흥도 주지 못했었지.
날 좋아한단 소문엔 오히려 널 피했어.
그런데 너 간식 핑계로 내가 좋아하는 딸기쥬스를 늘 사오거나,
나와 일때문에 대화하는시간엔 말을 더듬고 눈도 못마주치며 붉어지는 니얼굴이,
내가 놀러간다할땐 차비 아깝다는 핑계로 데려다 주려던 니가 점점 흥미로워졌어.
실컷 놀다 새벽에 집에 가게되면 꼭 전화하라며 신신당부하고, 반신반의하며 전화했을땐
그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자다 일어나 데리러 오던 너도. 흥미로웠어.
그러나 너의 어떤 노력에도 나는 너를 만나지 않을거니 헛수고 하지마라 했었을때
너는 나를 꾸준히 집에 데려다줬었어.
니가 집에 데려다주던 몇주간 편해져 수다떨듯 서로에 대한 대화만 주구장창 하던 그때,
그때 니가 좋아졌어. 모든 겉모습은 상관없이 그냥 너와 대화하는게 좋아서 니가 좋아졌어.
내가 뭔데 이렇게까지 해줄까하는 생각도 있었고, 사랑담아 날 바라봐주는 그 눈이 좋았어.
신나서 내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자랑도 했어. 정말 믿음직한 남자친구가 생긴것같다고.
나는 이 친구를 많이 좋아하고, 정말 잘해주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지 조언도 구했어.
나는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았거든. 누가 좋아한다하면 숨어버리곤 했었어.
그런 나를 사랑해줄것같아서 널 만났고, 많은 이들이 축복해준 그 짧은 몇주간 행복했어.
그런 니가 내게 점점 관심을 안보이기 시작하더라.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 짧아지고 싸가지도 없어지고. 다 참았어. 그냥 니가 좋아서 참은거야.
나도 관심이 사라져가는거 알았어. 조금 믿고싶지 않긴했어. 고작 몆주만에?.......
사귀면서 하루 이틀 잠수탈때는 피곤해서 잤다는 말을 믿었어.
내가 친구랑 부산에 놀러갔을땐 너 4일정도 연락 안됬잖아,
너무 바빴고 그냥 잤다는 짧은 말에 속상해져서 헤어지자 말하려했어.
널 만나 행복하고 싶었는데, 내가 점점 불행해져서. 그래도 얼굴보고 말해야지 싶어서.
그렇게 말했는데 운동하느라 못 만난다고 했지. 그래서 그냥 헤어지자했어.
근데 생각해보니 내 집열쇠가 너한테있더라. 니가 그냥 가져가서 안돌려준 그거.
왜 안주는거야? 내가 니 손에 쥐어준것도 아니고 니멋대로 가져가서 왜..?
그거 돌려달라니까 갖은 핑계를 다 대며 피하는 니가 너무 찌질하더라.
차 수리맡겼으면 택시타고 오던가 열쇠 그냥 버렸다고 하던가..
나한테 이기적이라 하는 니가 내가 아는사람이 맞나 싶었어.
잠재적 범죄자자식아.. 왜 안줘? 뭐 컬렉션같이 모으니?
그리고 너 돈 잘벌잖아. 한달에 천오백도 벌고. 여자친구랑 여름휴가에 해외여행가고싶다던
너에게 만난지 얼마 안되서 가기 싫었던 난 짖궂은 장난을 쳤었지. 니가 하드캐리하면 갈게!
그 말에 비행기부터 좋은 호텔까지, 몇백을 쓴건지 조금 부담스러워진 난 몰래 준비했었던 것들이 있어. 너랑 같이 입을옷, 할것, 그 지역에 머무는 친구에게 부탁한 서프라이즈 파티, ...
그냥 다 부서졌어.
내친구들은 니가 바람이 난게 아닐까 추측했었는데, 이미 헤어졌으니 알바 아니다라는 말로 함축했던 내가 미워. 더 상처받기 싫었거든. 근데 너 우리랑 동갑인 주말 알바 여자애랑 바람났었잖아.
내가 연락안되서 무슨일 생긴건 아닐까 몇일 내내 걱정했을때, 너는 그여자애랑 즐거웠니? 내가 얼마나 우스웠니? 보라카이도 걔랑 간거 거짓말치고 다니느라 고생 많았어. 너 머리 나쁘잖아.
너도 그러는거 아니다. 너 나랑 친해지고싶어서 만나자고 연락해댈땐 언제고.
나 사실 내 휴무를 어색한 너랑 보내기 아까워서 안만났던거야.
안만나준다고 화내더니 걔를 만나냐 ㅎㅎ
내가 어떻게 만나고 좋아하고 헤어졌는지도 알면서.
뜬금없이 너라는 말을 듣고 열쇠도둑으로 도배된 니 카톡을봤을때 내기분을..
너도 조만간 느끼게 될거야. 걔가 타고다니는 차는 bm이어도
차 주인은 똥차라 너도 그렇게 될거거든.
한 두세달 정도 신파극찍는 기분이었어. 행복해라. 서로를 세상에 풀어놓지말고.
지금 당장은 사랑이라고 잘 포장해봤자 급 낮추는짓인거 잘 알거고, 모르면 그냥 멍청이고. 둘 다 눈앞에 띄면 가만 안둘거니까 지은 죄 발 밑에두고 평생 고개숙이고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