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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고있을 너에게

누루니타 |2017.10.07 12:29
조회 1,245 |추천 1

작년 겨울이었다.
나는 새로운 학기에는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우리동네에서 가장 힘들다던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과목인 과학과 수학을 듣게 되었고 난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때 널 만났다.
키도 크고 스타일도 괜찮았다.
아마 너의 센스로는 그렇게 잘입기 힘드니 어머니께서 입혀주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
들어오던 순간만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출석을 부르던 그때, 그때 너의 이름은 선명하게 나의 귓가를 파고들었고 난 아직도 너의 이름을 잊지 못한다.
너무나도 독특하고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너.
수업이 시작하면 항상 난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빛나는 너의 모습과 별 볼일 없는 내 모습은 상반되어서 네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두려웠다.
너와 같이 듣는 과목은 과학뿐이었지만 가끔 수학특강을 신청하면 널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일부러 신청하기도 하였다.
그중 너를 본 것은 한번뿐이었지만 말이다.
일부러 반이 바뀌면 학원건물을 다 돌면서 너의 반을 찾아가기도 하였다.
그런 나를 눈치챘을까 너는.
졸업식날 엄마가 추천해준 음식점에 한시간을 달려서 가느라 힘들고 짜증났었지만 거기서 너와 우연히 만나고는 기분이 좋았다.
우리 학원과 거리가 엄청 떨어져 있고 너와 내가 다니는 학교는 서로 엄청 멀기 때문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너는 나에게 간단하게 "안녕." 이라고 인사하였고 나 또한 나즈막히 인사를 건네며 너와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었던 그 순간을 아직도 난 잊지 못한다.
그 당시 네가 입고 왔었던 빨간색 니트와 그때의 분위기, 설레임을 난 기억하고 있다.
너무 들뜬 탓인지 같이 있던 사촌언니가 너를 가리키며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부정하였다.
들키기가 싫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너에게만 말해주고 싶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다시는 볼 수 없는 너를 떠올리며 나 혼자 공상에 빠지는 일이 요즘에도 많다.
어느날은 내가 너와 같이 계단에 내려가려고 네가 나올때까지 계단앞에서 기다리다가 네가 나오는 것을 보고 계단을 내려가는척 하였다.
너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뒤에 내려오고 있었다.
내가 너의 앞에 가고있다는 것을 넌 눈치챈 것 같았다.
나는 은근히 너의 마음을 떠보려고 빠르게 내려갔다가 느리게 내려갔다가를 반복하였다.
그러자 너도 나의 속도에 맞추어 내려왔다.
내가 이상한 속도를 내며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고 너는 왜 너의 속도로 내려오지 않고 나를 따라왔을까.
너는 왜 옆으로 비켜서 먼저 내려가지 않았을까.
혼자 부푼 마음에 기대를 하고 설레여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너와 함께 내려오는 계단을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러나 행복은 언제나 나의 곁에 머물러주지 않는다.
그렇게 널 좋아하고 마음에 품고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네가 보이지 않았다.
반이 바뀌었나 싶어서 몇 번을 학원전체를 돌았지만 넌 보이지 않았다.
1층부터 5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하여도 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달이 지났고 나는 널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그렇게 사라질줄 알았더라면 전화번호라도 받아둘걸 왜 그렇게 하지못했나, 왜 용기를 내지 못했나 자책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페이스북에 너의 이름을 쳐보았지만 동명이인이 꽤 있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어려워서 찾지못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선생님의 강요에 신청한 특강에서 너의 이름이 들려왔다.
가슴이 뛰었다.
마치 거미줄이 쳐지고 먼지 쌓인 가슴이 다시 살아나는듯 하였다.
언뜻 듣기에는 동생이었나 너였나 어떤 사정으로 인하여 외국에 갔다는 얘기였다.
그로인해 네가 학원을 끊었다고 하였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하였다.
학원을 끊었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외국에 간다는게 부디 네가 아니길 바랬다.
네가 아닌 너의 동생이 외국에 가고 너는 그저 동생이 떠나기 전까지 동생과 추억을 쌓으려 학원을 끊은 것이길 바랬다.
난 아직도 네가 한국에 있다고 믿는다.
네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갔다고 믿고싶지 않다.
문득 지나가며 본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올랐다.
인생을 누군가가 3인칭 시점에서 본다면 안타까운 일들이 정말 많을거라고.
우리가 몰랐던 순간만큼이나 스쳐가는 인연, 그리운 사람이 정말 많을거라고.
어쩌면 너와 나도 그렇지 않았을까.
너와 나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언뜻 서로의 향기를 나누며 스쳐가지 않았을까.
만약 우리가 한번만 더 스치게 된다면 둘중 누구라도 어서 깨닫고 서로를 붙잡었으면 한다.
그게 언제가 되지 모르겠지만 나는 언젠가 다시 네가 내 앞에 나타나서 예전처럼 안녕이라고 인사해었으면 한다.
내년에도 졸업식날 음식점에서 너를 만나고 설레여하며 밥을 먹고싶다.
너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
내년에는 사촌언니의 너를 좋아하냐는 물음에 좋아한다고 답하고 싶다.
이번에 너를 만난다면 너의 전화번호를 꼭 묻고싶다.
아직 한국에 살고있는거냐고, 앞으로 어디로 진학할거냐고, 꿈이 뭐냐고, 좋아하는 음식이 뭐고 생일이 언제냐고, 묻고싶은 것이 산더미인데 너는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도 난 네가 곧 나의 앞에 나타나줄거라고 믿는다.
올해 추석의 밝게 빛나는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었으니 말이다.
지나가는 비행기를 손으로 카메라를 만들어서 정성들여 찍으며 소원을 빌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아직 정식으로 작별인사 하지않았으니 작별인사 하게 될 날이, 우리가 만날 날이 적어도 하루는 남았으니까 말이다.
다시 만날때까지 우리 멋지고 예쁘게 성장해있자.
부디 네가 나를 잊지 않기를 바래.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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