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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고 왔습니다

cogito0524 |2017.10.09 03:50
조회 383 |추천 0




사실 내가 헤어진게 맞는건지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아요. 내일 출근인데 잠이 안옵니다..

우린 15년 10월 끝자락에 만났어요.
저는 유럽을 여행중이었고, 런던에서 학교다니는 친구놈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의 동문이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첫 눈에 반해서 제가 먼저 대쉬했고, 롱디를 고민하던 여자친구도 제 삼고초려와 같은 설득에 결국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후로 우린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잘 지냈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현실에 슬퍼하기도 했지만
그 힘겨운 때마다 여자친구가 귀국했고, 우린 롱디 치고 꽤 많은 데이트를 했어요. 추억을 많이 남기고 싶어서 귀국할 때마다 해외로 여행도 다니고 했습니다. 그렇게 휴대폰 사진첩에 그녀와 우리, 그리고 갔던곳의 사진이 쌓여가는 만큼 서로의 마음도 커져갔고, 떨어져 있음에도 믿음이 두터워졌습니다.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보이스톡, 카톡으로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서 넘겼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단순히 제 입장에서 느꼈던 것인가 봅니다. 타지에서 홀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물론 저도 알고 있었어요. 투정부릴때도 제딴에는 열심히 카톡으로 달래주었으니까요. 근데 그거 하나로 저는 제 할 일 다 했다고 안도했나봐요. 그녀는 그럴때마다 밤을 지새워 울기도 했더랍니다.
저는 어느순간부터 그녀가 그런소리 할 때마다 더욱 안일하게 대처했어요. 그냥 그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습니다.
어리석게도 “난 좋은 감정, 좋은 이야기들만 나누고 싶다. 너만 힘든거 아니다. 나도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는다.” 이런 말들로 치부해버렸습니다.
그러고도 버텨준 그녀였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2년이 되어가고 그녀의 졸업 한달 전 제가 런던으로 가 같이 지내며 행복한 시간도 보내고, 미래에 대한 그림도 같이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다 저는 먼저 귀국했습니다. 한달이면 그녀가 완전히 오는 시점에서 우린 또 싸웠어요.
써우는 와중에 저는 친구들과 여행가는 중이었고, 여자친구와의 대화가 귀찮고 힘들었어요.
서로 홧김에 헤어지잔 말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여행하는 동안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잘못한게 없다, 깨달으면 먼저 연락하고 사과하겠지.’ 라고 생각했어요.

여행이 끝난 후에 결국 제가 먼저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을 접은 후였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발목을 붙잡고 사정했어요.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를 기다리고, 그녀가 귀국 후에 만났습니다. 이미 정리할 생각으로 나온 그녀를 저는 일단 어떻게든 붙잡아야 했고,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참 간사한게.. 그렇게 안도하는 순간 저는 예전의 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실망만 안긴채로 나오지 않으려는 그녀 집앞에 찾아가 이야기를 하는데 답이 안나오더라고요. 같은 문제로 헤어지고 만나고 반복하는 상황이 지겹기도 했습니다.
그녀도 이런 상황에 지쳐있었고, 대화는 같은 이야기만 그자리를 멤돌았어요. 서로 누가 먼저 총을 쏠 지 눈치보는 것처럼.. 우린 아직 좋아하고 있었지만 선뜻 끊어내기엔 두려웠나 봅니다.

제가먼저 좋다고 하고, 놔버리고 후회하고 다시 붙잡고도 같은 실수를 하는 저를 얼마나 지겨워 했을까요. ‘미안해, 사랑해.’ 이 말들만 반복하는 제 이기심만큼 그녀는 더 차가워지고 멀어졌겠죠.
싸울때마다 ‘나는 이게 이래서 서운한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해줘.’ 이런 말을 수도 없이 알려줬던 그녀였는데, 저는 그 말들이 건망증처럼 필요한 순간에는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왜 그 상황에선 다 제 탓으로 돌리는 그녀가 싫고 이해심 없는 여자로 보였는지, 왜 항상 져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또 그녀가 꼭 그렇게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여자로 보였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가정사를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 요즘 좋지 않은 경기 탓에 집안 문제도 생기면서 저도 나름대로 우울한 일상을 살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돌아올 그녀를 기다리며 버텼습니다. 제 하나 있는 삶의 피난처가 그녀였으니까요. 참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걸 많이 배운것 같아요. 일찍 결혼하고 싶어하는 그녀였지만 현실의 벽도 너무 컸고, 또 사랑을 지키는 것도 서툴었습니다. 결국 노력한다는 말만 했지 바뀐게 없는 저였으니까요.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와는 반대로 진취적이고 꿈이 있고 똑똑한 여자였어요.
그래서 그녀 주변엔 항상 멋진 사람들이 많았어요.
연하임에도 저를 이끌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저는 참 찌질하게도 자격지심도 생기더라고요. 진짜 못났네요 저란 놈..

앞으로 어떻게 잊어야 할 지.. 저장된 사진들을 어떤 용기로 지워내야 할 지 까마득 하지만
그녀는 빨리 저같은 모자란 놈 잊어버리고, 현실적으로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남자 만났으면 하네요. 앞으로도 저만큼 자기를 사랑해 줄 사람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녀지만 다른 누군가도 저만큼, 저보다 더 크게 그리고 현명하게 사랑해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태어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준 사람이니까요.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넋두리 할 곳이 필요했어요.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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