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서 봤는데.
극복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비밀편지 ㅡ 박근호
일하는 곳에 친구가 왔다. 보통은 이야기를 나누러 기분 좋게 놀러 오는 편인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거의 다 죽어가는 표정이었다. 마치 전부를 잃은 듯한 표정이길래 보자마자 무슨 일있냐고 물었다. 친구는 아무런 말 없이 내 앞에 앉았다. 잠시 적막함이 흐르더니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냈다.
“헤어졌다.” 그 네 글자로 친구의 표정과 나에게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 모두 표현됐다. “진짜?”라는 말을 건넸지만 이별했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평소 연애 관계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던 친구였기에 어쩌면 예정된 이별을 향해 가고 있다가 그 시간이 조금 일찍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기도 했고 평소에 울음이 많던 친구라 내가 무슨 말을 뱉으면 눈물 난다며 도망갈 것 같았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다고 이제 편히 지내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친구는 바람 빠진 풍선보다 더 축 처진 몸으로 알겠다는 말을 뱉고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가 집에 돌아가고 조금 있다가 제대로 된 위로를 해주고 싶어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린 오래된 친구라 서슴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였다. 솔직하게 위로해주고 싶었다.
이별은 누구나 한다. 나도 이별을 했었고, 너도 이별을 했고, 우리 부모님도 이별을 겪었으며 하물며 들판의 꽃도 몇 번의 계절과 이별했다. 이별의 아픔은 시간의 흐름보다는 깊이와 관련 있다. 한 달을 같이했어도 그 깊이가 깊었다면 평생을 아플 수도 있는 게 이별이다.
연인 관계에서 상대방을 너무 사랑했던 사람은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세상이 같이 무너진다. 자신의 생활을 그 사람 기준으로 살았기 때문에 삶의 기준도 없어진다. 이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이건 그 사람이랑 같이한 것. 오늘은 그 사람이 쉬는 날. 삶 전체의 흐름을 사랑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살았기 때문에 자신의 세상도 같이 무너지는 것이다. 덤으로 사랑은 한순간에 끝난다는 허무함과 그 사람은 나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게 판결이라도 난다면 아픔이 배로 커진다.
그래도 평생을 미지근한 온도로 살아갈 뻔한 마음이 한 번쯤은 터질 만큼 뜨거워지지 않았었냐고. 뜨거움이 너무 커져 몇 번의 열병을 앓았지만 열병만큼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서 좋지 않았냐는 말을 건넸다. 깊었던 사랑이 끝나서 한참을 괴로워하겠지만 사랑이 허무하다는 걸 배우지 않았냐는 말도 건넸다.
모두가 이별하고 모두가 사랑한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연인도 몇 번의 이별 끝에 만난 사람들이다. 너도 그만큼 아프고, 그만큼 열정적으로 사랑했으니 마냥 행복해 보이는 사랑을 할 날이 머지않았다. 낯선 사람은 내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낯선 사람이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낯선 사람이 평생 내 사람으로 머물 것이다. 깊었던 만큼 충분히 아파했다 다시 행복하거라. 다시 사랑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