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내가 그누구보다도 좋아했던 사람에게.

슈크림 |2017.10.25 04:18
조회 885 |추천 0

처음 너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마,

학기 초에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었을거야.

그냥... 장난기 가득한 너였지. 잔뜩 웃으면서 나는 누구고 뭘 좋아한다! 이런식이었는데. 뭔가 난 그게 좋았어. 그냥 눈이 가는 정도. 좀 귀엽네 정도.

하지만 네게 말을 붙일 용기는 없었어. 난 소심했고 사교성따위는 1도 없었거든.

뒤에서 몰래 보는 게 전부였지. 언제부턴가 나는 자연스레 너만을 찾고 또 쳐다보고 있었어.

언제부턴가,  네게서 눈을 뗄 수 없게됐지.

 

너는 언제나 반 아이들의 중심에 있었어. 넌 활기찼고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지.

가끔 바보같을 때도 있었지만 난 그것마저도 다 귀여워보였어.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었거든.

너랑 친해지고 싶었어. 네게 다가가고 싶었어. 하지만 용기가 없었어...

그래도 난 너를 뒤에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었고, 이따끔씩 너가 건네는 말 한두마디로도 만족했었어. 짧은 말 하나하나가 내 세상이 되어 나를 안아줬지..., 너는 내 안식처였어.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되어서도 우린 가까워지지 못했어. 그깟 용기 하나가 없어서. 네게 말 붙일 그런작은 용기조차 없어서 언제나 나는 네 등만을 바라봤지.

그래도 괜찮았어. 난 네 등도 좋아했어. 또래보다 작은 덩치, 작은 키였지만 난 좋았어, 네 모든게.

정말, 진짜로, 다. 다 좋았어. 뭘 해도 좋았어. 뭐든지 좋았어.

네 눈, 네 코, 네 뺨, 네 입. 헝클어진 머리, 작은 귀, 얇지만 남자다운 목선. 의외로 넓은 어깨, 조금 어두운 피부 속 핏줄, 그 핏줄이 가득한 손등, 작지만 굵직한 선의 손.

그래, 난 그 손을 원했어. 그 손을 잡고싶었어. 나만이 차지하길 바랬어.

...근데 내가, 너무 주제넘은 꿈을 꿨었나봐.

 

야자친구가 생겼지. 오늘 알았어.

왜 그 아이여야해?

나보다 안 예뻐. 걔, 성격도 별로야. 공부? 내가 더 잘해. 근데 왜, 왜...

이렇게 허무하게 놓칠 줄 알았다면 내가 먼저 다가갈걸. 그럴걸. 언제까지고 기다리는 게 아니었어. 애초에 다가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잖아. 난 멍청해. 난 어리석었어. 바보, 멍청이, ...

나보다 나았으니까 사귀겠지. 나보다 좋은 아이니까 사귀는 거겠지. 그런거지.

난 너무 못났어...

너가 정말 좋아. 난 널 정말 좋아해. 누군가를 이렇게 벅차게 좋아해본 것은 처음이야.

너가 말 한마디만 해도 혼자서 방방 뛰고 그랬어. 너랑 잠깐 닿기만해도 심장이 미칠듯 뛰었어.

그냥 진짜 내 모든 게 너였고, 너로 나는 내 하루를 살았어.

너가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았기에 하루를 버틸 수 있었어.

토요일과 일요일이 빨리 지나가길 빌고, 방학이 빨리 끝나길 빌었었지.

 

모든게 다 허무해...

내가 너무 싫어.

그리고 너가 너무 보고싶어, 눈물이 나.

가슴에서 뭔가가 끊임없이 올라와. 끊임없이 제 존재를 과시하고있어.

억지로 뱉으려 하면, 입이 아닌 눈으로 가서 눈물이 돼. 그리고 흘러내려.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내가 더 좋아하는데...

자만심이 끝내 나를 죽이네.

 

있지, 하나만 알아줘. 나는 널 정말정말 좋아했어. 그 누구보다 더.

온우주를 합해도 모자를 만큼. 온점으로 끝낼 수 없을만큼. 너가 지금 행복한 만큼. 내가 지금 아픈 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행복해줘. 부디 행복해줘. 꼭 행복해야해.

사랑했어, 잘가.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