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5살 남자입니다. 570일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우선 헤어지기 전 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나가도록 할게요.
저는 항상 여자친구한테 남자가 있는 술자리에서는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들어와라 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했던 이유는 여자친구가 학원알바를 하면서, 그 사람들과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시는 일이 두어번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여자친구는 한 두시간에 한두번씩만 문자를 합니다. 여자친구가 너무 걱정되서 잠도 못자고 기다리는게 너무 힘들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말을 했고 여자친구는 약속을 잘 지켜왔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과동기들과 술을 마셨고,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들어갈게 라고 했습니다. 근데 어플에서 알려준 시간과 실제 막차 시간이 달라 막차를 놓치게 되었고 여자친구는 한두시간 지난 후에 들어가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근데 나중에 전화가 와서는 첫차 시간에 맞춰 들어간다 하더군요.화가 나지만, 이해해 줬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과 동기들인데 라고.
그리고 몇일이 지나 저번주 일요일에 학원에서 친한 여자알바언니들 두명이 그만둔다고 쫑파티를 한다고 하더군요. 늦게까지 있어도 괜찮겠냐고.. 저는 여자끼리만 있는 술자리에서는 새벽까지 마시는게 신경은 쓰이지만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그 두분들과 새벽까지 여러번 술을 마셨고, 자취하는 여자친구 집에서 잔 적도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였습니다.근데 알고보니 그 세명만이 아니라 7~8명의 알바생들과 (그 세 명빼고는 전부 남자입니다.) 술을 마시는 거라고 하더군요. 제가 여자친구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거였지만,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저번 일도 있고 하니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조곤조곤하게 난 세명이서만 만난다고 해서 늦게까지 마셔도 괜찮다고 한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그럼 가지마? 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가지 말라고 하겠습니까.. 가라고 했습니다. 근데 화가 나서 여자친구에게 단답으로 문자를 보내고, 화가 났냐는 말에 그냥 게임에서 죽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 후론 여자친구의 문자를 읽고 그냥 씹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어났냐고. 일어났다고 하길래 제가 그간 서운했던 일들을 다 말해줬습니다. 답답하고 짜증난다고.. 그러자 여자친구가 자기 기분은 생각해봤냐고 하더군요. 그냥 게임하다 죽어서라고 말하고 문자를 읽씹한 거에 대한 기분은 생각해봤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거는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한 것같다 미안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여자친구는 저에게 사과 한마디조차 없더군요. 그래서 너는 나만 잘못한거같냐고 물었습니다. 여자친구는 그건 아닌데 사과하기가 싫다더군요. 그래서 너한테 정말 실망했다고 말하며 일단 전화를 끊자고 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후 3시간 정도 있다 학교에 시험을 보러 가는 길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여자친구한테 뭐하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냥 침대에 누워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이야기를 또 해나가는데 사과는 또 없더군요. 그래서 무슨 생각하냐고 하니까 모르겠다더군요. 그래서 제가 우리 관계에 대해 모르겠다는 거냐고 물으니 또 모르겠다더군요. 저는 너무 화가나서 그럼 내가 어떡할까, 내가 어쩌라고, 어떻게 하라고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게 되어서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문자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중에 제가 그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여자친구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없다고 말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더군요. 그래서 그럼 시간을 주겠다 라고 말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시험 끝나는 날인 11월 6일까지 시간을 달라 하더군요.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 날 하루가 저에게는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말라죽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날 밤에 장문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 된다고, 만나서 생각하자고.
그러자 여자친구가 장문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여자친구는 저에게 쌓인 것이 많다고 했습니다. 나한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놓고선 제가 했던 너는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것 같다. 라는 그 말에 여자친구가 솔직하게 말해오지 못했다고. 연어집에서 우리가 싸워서 울고 있을 때 달래주지 않고 날 바라보던 모습이, 혼자 화가 나 자기를 뒤에 놔두고 쌩하게 가버렸던 모습이, 너무 냉정하고 차갑게 보인다고. 가장 크게 잘못한 건 여자친구가 저에게 100일 선물로 사준 바지를 잃어버렸을 때였습니다. 전 그 당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똑같이 생긴 바지가 너무 많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론 옷 선물해주지마 난 옷 간수도 잘 못하는거 같아 미안해. 라고 했는데, 내가 뭘 좋아할까 몇 주 동안 고민하며 옷을 골랐던 그 모습이 너무 비참해진다는 겁니다.
전 진짜 나쁜놈입니다. 여자친구에게 그런 힘든 시간을 듣자 정말 괴로워졌습니다. 나는 도대체 뭘 했던 걸까. 여자친구가 울면서 힘들다고 전화했을 때, 그때 달래주고 잘 풀린 줄 알았던, 싸웠을 때 모든게 풀린 줄 알았던 그 상황들이 여자친구는 아니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더군요. 여자친구는 제가 싸울 때마다 너무 냉정하고, 차갑고,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절대 아니라고 내가 잘한다고 다시 문자를 보내고 내일 너를 만나러 가도 되겠냐고 같이 생각하자고 말을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알겠다 했고 학교 끝나자마자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떡볶이 사들고 여자친구의 자취방으로 갔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내가 잘해줄 수 있다 잘할 수 있다. 떡볶이를 다 먹고, 이야기를 하는데 여자친구는 너무 힘들다더군요. 너무 힘들고 이제 노력하기 싫다. 나랑 만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내 눈치만 살피는 내 자신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제가 내가 잘할게 그럴 일 없도록 해줄게 라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헤어진 적이 한번도 없었고, 생각할 시간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전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했고 여자친구 역시 저와 만나면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여자친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이고, 내가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는 것도 기다려주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유럽여행을 20일 가게 된 것도 기다려주고 나를 생각해 줄 수 있는 정말 좋은 여자였습니다. 1년뒤에 졸업해서 같이 동거하면서 결혼 준비를 해나가자 약속해왔는데, 너무 사랑하는데 이 모든게 한 순간에 망가진다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울면서 내가 잘할 수 있다 난 지금 여기서 집에 못가겠다 지금 가면 모든게 끝날 것 같다. 한번만 기회를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두세시간에 걸친 설득 끝에 여자친구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알겠으니까 이제 가라고. 근데 저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가버리면 여자친구의 마음이 다시 바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잠만 자고 가겠다고 지금 가버리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습닌다.
여자친구는 그러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이 여자친구의 시험기간이었고, 집에서 시험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길래 가자고 했습니다. 그 때가 밤 10시쯤 됐을 겁니다. 근데 갑자기 여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친한 알바 언니 중 한명이었습니다. 갔다와도 괜찮겠냐더군요. 저는 나도 가도 괜찮냐 라고 하니 그 언니가 최근에 헤어져서 커플 모습을 보여주기 좀 그렇다더군요.
알겠다했습니다.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고, 여자친구는 카페로 갔습니다. 새벽4시에 여자친구가 들어왔고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아침 일찍 시험을 보러 갔고, 전 조금 더 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12시쯤에 돌아와 너무 피곤해서 좀 자야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여자친구가 잠들다가 배고프다며 일어나더군요. 그러면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직도 어제랑 조금이라도 바뀐 거 없냐 생각이 바뀌진 않았냐 제가 물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잘 모르겠다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제가 깜짝 놀라며 왜 우냐고 물어봤습니다. 여자친구가 저에게 너무 미안하다더군요. 어제 카페에 가서 그 언니랑 이야기를 했다. 같이 일하는 알바생 한명이 언니 좋아하는 거 같은데 왜 그 사람이랑 안오고 나랑왔어요 하니까 근데 그 남자 알바생이 너를 좋아한대 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흔들릴 것 같다고, 그 사람이라 흔들리는게 아니라 어떤 남자가 됐든 잘해주면 흔들릴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저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 말을 듣자 우리 관계가 끝이 났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여자친구에게 그 학원 그만둬라. 다른 데로 가면 안되겠냐 우리 잘해보자 라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3달 뒤면 그만둘텐데 어디에서 날 알바로 받아주겠냐. 안된다라고 하더군요.
내가 구해줄게 내가 구해줄테니까 다른 데로 바꾸자 라고 하니, 여자친구는 다른 데로 갔는데 거기서도 나한테 누가 잘해주면 어떡하냐 라고 하더군요.
저는 마지막으로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앨범을 같이 보자고 했습니다. 가장 예전부터 최근까지의 앨범을. 하나하나 그 때의 추억을 얘기를 해주면서 앨범을 보는데 눈물이 나오더군요. 특히 같이 나온 동영상을 보는데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재밌고 행복하게 웃는 우리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는 그 동영상을 보자 여자친구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앨범을 다 보고 여자친구에게 우리한테 이런 추억이 있고, 아직 가야될 데도 많은데 잘해볼 수 없겠냐 내가 더 잘해줄게 흔들리지 마 라고 말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울면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안될 것 같다고 말하는 겁니다. 어제 저에게 알겠다고 말한 것은, 내가 너무 힘들어보여서 그런거라고.
헤어지자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저는 일분동안 가만히 울다가, 그러자고 말했습니다. 내가 그 동안 못해줬던거 모든게 다 미안하다고. 우리가 예전에 했던 약속들 내가 더 사랑하겠다는 말, 헤어지자고 내가 먼저 말하지 않겠다는 말, 시간을 갖자는 말은 필요없고, 내가 그럴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말. 내가 다 지켰다. 라고 말하며 굉장히 슬프게 울었습니다.
여자친구 앞에서 한번도 울음을 보였던 적이 없었던 난데, 그 때에는 울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너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여자친구의 침대 옆에 있는 벽에는 우리 사진들이 붙어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자취방 문에는 제가 선물해준 드라이 플라워가 붙어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일분동안 천천히 살펴보고, 저는 잘있어 oo아. 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날 친구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읽지않더군요. 헤어진 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꿈에서 여자친구가 나왔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일어나서 꿈이란 걸 깨달으니 다시 잠들 수가 없더군요.
저는 헤어진지 일주일이 되는 다음주 목요일에 마지막으로 여자친구와 만나려고 합니다. 편지를 들고 찾아가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마음을 돌려주길 바랄겁니다. 이게 참 찌질한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0.1%의 가능성이라고 있다면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강아지였습니다. 여자친구가 잘해줘왔는데 저는 그런 것 하나도 못해주고 내가 뭘한걸까 라는 자책만 듭니다. 내 생일 때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뮤지컬은 두세달전부터 예매해서 같이 보여주고, 지갑을 사주고, 내가 힘들었던 모든 시간들에 옆에 있어줬던 여자친구인데.
나는 왜 그랬을까. 과거로 돌리고 싶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만 듭니다. 제가 다음주 목요일에 여자친구를 만나서 잘 될 수 있을까요? 너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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