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쳐서 놓아버린 관계지만 솔직히 엄청 후회했어.
조금만 더 참아볼 걸. 네가 날 잡을 때 못 이기는 척 붙잡혀줄 걸. 그냥 내가 다 이해해줄 걸.
우리 헤어질 때. 집 앞에서 엄청 울었었잖아.
끝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껴안고서 서럽게 울었었잖아.
너도 나도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었잖아.
나 사실 그 때 엄청 흔들렸었어. 서럽게 울면서 잘해보면 안되냐고 애원하는 널 보면서 엄청 흔들렸었다.
하지만 너도 알고 있었다시피 난 그 당시 너무 지쳐있었고 우리 사이에는 애정이라는 감정이 더는 존재하지 않았잖아.
그래서 끝까지 매정하게 굴었어. 안된다고, 우린 여기까지라고.
그렇게 설움을 다 토해놓고 돌아서서 가는 네 뒷모습을 보는데 정말 말이 안나오더라.
내가 널 정말 많이 사랑했었구나. 쉽게 사그라질 불꽃놀이가 아니라 온기가 남아있는 모닥불이였구나.
우린 정말 서로를 많이 사랑하고 또 사랑했었구나..
널 그렇게 보내고나서 엄청 많이 울었어.
친구 앞이라 쪽팔려서라도 안울려고 했는데 눈물이 그냥 나오더라.
쪽팔림이고 자존심이고 다 무슨 상관이야.
내가 널 잃었는데. 내가 널 보내버렸는데.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울기만 했어. 그냥 계속 울었어. 계속.
네가 없으니까, 항상 곁에 있던 네가 없으니까 집을 멀리하게 됐어.
집에만 있으면 계속해서 네 생각이 나니까.
네 냄새도 네 물건도 다 그대로인데 너만 없으니까 미쳐버리겠더라.
그래서 집도 잘 안들어갔어. 그냥 괜찮은 척 막 놀고..
하루 일과가 거의 술이였어.
너 잊겠다고 홧김에 다른 남자도 사겨봤어.
근데 못하겠더라. 아니 그게 안되더라
누굴 만나서 놀건 밥을 먹건 다 너랑 겹쳐보여서
어딜가서 무엇을 하던 다 너랑 겹쳐보여서
밥을 먹다 입가에 음식이 묻으면 항상 묻히고 먹던 네가 생각나고
너와 비슷한 뒷모습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항상 말갛게 웃어주고 첫 스킨쉽에 설레했던 네 표정 내게 속삭이던 말들
잊혀지기는 커녕 더욱 더 짙어져서.
잊으려고 애를 쓸수록 너는 더 선명해져서.
연락 자주 안하던 네가 날 위해 칼답을 해왔던 것
사소한 일들로도 토라지던 날 위해 미리 말해왔던 것
애교스런 남자를 좋아하는 날 위해 자기도 몰래 변해왔던 것
밤늦게 퇴근하는 내가 걱정되서 늘 마중을 나와줬던 것
퇴근이 늦어지더라도 내가 혹시라도 허기졌을까 밥을 차려줬던 것
헤어진 후에 내가 출근한 틈을 타서 날 위해 먹거리를 채워줬던 것
너는 날 위해 살아왔고 변해왔는데 내가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널 놓아버렸네.
솔직히 털어놓자면 네게 따로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어
날 잊고 이제 새 출발 하려는 너에게 걸림돌이 될까봐. 그냥 참았어
당시에는 후회스러웠는데 잘한 선택인 것 같아
웃는 모습이 행복해보였거든.
그리고 네게 직접 전하지 못한다는게 아쉽지만 정말 미안했어.
이제서야 네 마음을 되돌아봐서 미안해
항상 네 탓만 해와서 미안해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줘서 미안해
정말 꼭 사과하고 싶었어. 미안해. 다 미안해
헤어질 때, 그 마지막까지 이기적이게 굴어서 미안해
끝까지 내 생각만 해서 미안해.
그러니까 부디 내 몫까지 행복하길 바라
잘지내.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