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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고마운 아저씨...

피용~ |2004.01.28 21:55
조회 7,868 |추천 0

어떤, 고마운 분에 대한 단상입니다...

 

이번 설연휴때 눈 많이왔죠?

저의 친정은 강원도횡성이라, 정말 눈이 무지막지하게 왔었죠.

남편은 회사때문에 함께 못가고, 저는 이제 세살된 아들 앞좌석에 태우고가는데, 눈이 많이 오긴했지만, 저도 운전경력이 7년정도 되고, 조심스럽게 운전했죠.

그런데, 친정에 거의 도착할 쯤에, 눈앞에 커다란 산과, 정말 가파르고 길고 꼬부라진 언덕도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차'싶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살아왔으면서도, 저 고갯길을 염두에두지 않았으니...

 부끄럽게도 운전을 7년동안 하면서도 체인한번 쳐본일이 없거든요.

 별수없이 도로옆에 구멍가게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한번도 쓰지않은 우레탄체인을 들고 어떻게 해보려했지만, 날은 점점 저물어오고.. 정말 미치겠더군요.

 구멍가게에 혹시 체인쳐줄사람이 있을까싶어서 들어갔지만, 주인할머니밖에 없었고...

 그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갑자기 왠 화물차가 같은 공터에 서더군요. 5톤차였는데, 아저씨(30쯤 됐을까?)가 내리더니 구멍가게 자판기에서 커피 빼서 물곤, 너무도 여유있게 자기 차에서 체인을 꺼내더니(화물차체인은 정말 크더만요 ㅠㅠ) 커피잔을 입에물고, 낑낑대며 자기차에 체인을 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 긴박한 와중에 그 모습이 얼마나 웃겨보였던지... 아마, 그 이유때문에, 평소 화물차운전기사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제가 그 아저씨에게 말을 걸수있었죠.

 "저 아저씨 죄송하지만, 저 체인 어떻게 치는지 알려주실래요?"

 "네? 에구.. 저 승용차체인 안쳐봤는데... 승용차도 체인 쳐야되요?"

 "제가 저 언덕을 넘어가야되거든요..."

 "네...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렇게 기다렸더니, 그 아저씨 자기차 체인을 정확하게 3분도 안되서 다 치고와서 제 차에 체인을 치러 오더군요.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일이 벌어졌어요.

 아마, 우레탄체인을 사용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처음 사고나서 카센타에 가서 공구를 사용해서 한번 쳐줘야 어느정도 타이어에 맞게 늘어나는건데, 새거라서 타이어에 잘 안맞는거에요.

 그아저씨 거의 두시간을 가까이 낑낑대더군요.

 너무 미안해서, 제가 도와주려고하면,

 "옷버려요. 그냥 차안에 계세요."

 한사코 말리고선 자기혼자 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저혼자 별의 별생각이 다 들더군요.

 '혹시 저게 기술쓰는거 아닌가?' (참고로 전 이십대 후반임다)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 한참 하고있는데, 마침내 그 아저씨가 체인을 채우는데 성공했더군요.

 차에서 내려서보니... 정말, 그 아저씨 꼴이 가관이었어요.. 옷도 다 버리고, 손은 시꺼매지고...

 저는 당연히 지갑에서 돈 2만원을 꺼내서(얼마를 줘야할지 몰라서..) 눈에 손을 닦고 있는 그 아저씨에게 내밀었죠.

 나 : 아저씨 너무 고맙습니다.

 아저씨 : 뭐에요?

 나 : 너무 죄송해서요.. 아저씨도 바쁘신것 같은데..(참고로, 그 아저씨 체인치는동안 핸폰 정말 많이 울리더군요. 어디 배달가는것 같던데, 독촉전화같았슴)

 아저씨 : (손을 절레 흔들며) 어휴~~ 됐어요.

 이후 몇번 더 주려고했는데도 계속 안받길래, 제가 그 아저씨 화물차안에 두려고 화물차문에 손을 대니까...

 아저씨 : 자꾸 이러시면, 체인 다시 뺄거에요!!!

 나 : 그래두... 정 그러시면요. 연락처라도 주실래요? 나중에라도 어떻게 사례를 드리고싶어요.(진심이었음)

 아저씨 : 괜찮아요... 그냥 아주머니 어디 다니시다가, 도와줄 사람 있으면, 그때 도와주세요...

 아,,, 감동의 물결... 저 그 순간에 그 아저씨한테 한방에 뿅가더만요.

 걍, 시집만 안갔어도... 가만히 보니, 생긴것도 괜찮고, 웃는모습이 왜그리 천진난만해보이던지..

 그렇게 체인을 치고, 출발을 하는데, 아저씨가 저보고 앞장서서가면, 언덕넘어갈때까지 뒤에서 쫒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안전하게 언덕을 넘어서니까 휴게소가 나오더군요. 제딴엔 밥이라도 사줄라고 오른쪽 깜박이를 켜고 창문으로 손을 내밀어서 손짓하고 휴게소로 빠졌죠.

 그런데, 그 아저씨... 걍 횡~ 하니 가버리더라구요.

 희뿌연 눈안개를 피우면서...

 이번일을 계기로, 어느새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감정이 메말라가는 저에게, 아직까지는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는걸 새삼 느끼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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