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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으로서의 상담사-06

카운코 |2017.11.23 20:50
조회 273 |추천 1

이어지는 톡톡이 어디까지 연결이 될까 궁금하다. 글 쓰는 겸사겸사 테스트해본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입사만큼 기쁜 것이 퇴사다.

퇴사를 한다는 건 당장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방법을 구해놨다는 의미니까.

 

그런 의미에서 상담판의 퇴사는 무지막지하다. 왜? 진짜 많이 짤리고 들어온다.

 

상담사는 기본적으로 소모품이다.

 

상담을 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고, 이미 상담판에 들어온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지금 이 순간도 상담관련 대학원 학과에 지원하는 사람만 수백이 넘는다. 아니, 천 단위 예상한다. 그 중에 아주 일부만 합격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쏟아지듯 지원을 하는데 한정된 센터에서 아쉬울 게 뭐가 있을까.

상담판은 완벽한 레드오션이다. 나는 그나마 막차를 탄 편이었다. 그리고 좀 급하고 악바리인 부분이 있어서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졸업시험을 준비하면서, 논문 프로포잘을 하면서 2급을 땄다. 학교를 다니면서 2급을 따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요즘같은 경우는 더더욱.

 

보통이라면 수순이 대학원 4학기 수업 듣고, 5학기 논문쓰고 졸업하고, 인턴 1년하고 지원한다. 그런데 요샌 인턴도 떨어지고 인턴 나와봤자 취업이 안 된다. 레지던트도 한다. 또 1년.

 

그런 다음 취업할 곳이 각 지방 센터or기업or대학교 파트상담원이다.(군상담은 짬이 훌륭하셔야 되니 신입이 노릴만한 곳이 아니다.)

사실 어딜 가나 징글징글한 지뢰들이 있기는 하다.

 

기업과 대학교 얘기도 조금 해 주겠다.

 

기업의 경우는 기업 안에 상담실이 있다. 지금은 좀 자리를 잡았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게 뭐하는 건데? 이런 회사 분위기였다.

높으신 분들은 실적이 눈에 보이는 걸 좋아한다. 즉, 성과가 올라야 상담도 시킬만한거구나~ 해서 상담사를 그런식으로 볶았다.

사람을 상담했으니까, 이 사람이 내는 성과가 올라갔다는걸 증명해라. 상담이 무슨 엠씨스퀘어냐. 하지만 그랬다. 그래서 먼저 나아가던 상담자그룹들이 또 놀랍게도 그짓을 해냈다.ㅋㅋ

또 대기업일수록 스트레스도가 높아진다.복지차원에서 얘 좀 정줄이 나가보인다 싶으면 폭탄처리 하듯이 상담실에 보내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 기업 안의 상담실은 사람들이 오히려 기피했었다. 회사에서 누가 상담실 이용했는지 기록을 남겨서 인사고과에 얘는 멘탈이 약한 인간, 하고 찍힐까봐 무서워서였다. 초기에는 진짜로 회사에서 그런 기록-심지어 상담 회기 기록-까지 요구했었다. 그런데 그것만큼은 안된다고 상담사들이 드러누웠다고 한다. 이건 위대한 용기 내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담내용은 철저히 비밀리에 보장되게 되었다.

그래도 영 불안한 사람들은 회사 내 상담실은 잘 찾지 않는다. 상담실 근처에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이익이 있을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상담소와 연계해서 기업과 연계해서 상담료를 나중에 회사에서 내 준다든가 하는 식의 연계를 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곳은 서민 상담사랑 관계없는 교수급 상담사들의 얘기다.

 

상담판에서 불합리하다고 얘기가 나오는 것 중 하나가, 가장 위험하고 상담을 잘 해야 하는 현장에는 초짜들이 들어가고, 정작 상담 잘 하는 교수급들은 제일 편한 자발적인 성인 유료 내담자를 맡는 것이다.

상담은 돈을 많이 낼수록 성과가 좋다. 이건 숱하게 연구된 바가 있다.

돈을 내야 그만큼 뽕을 뽑겠다는 마음이 생기고, 또 그 돈을 내면서까지 찾아올만큼 절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노력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초반에도 말했지만 상담은 상담사만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내담자 요인이 더 크다. 당연히 자발적인 성인 유료 내담자들의 성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

PT에서도 가능하면 집에서 버피 열번씩만 해 주세요~라고 피티가 말했는데, 집에 가서 버피 백 번 하고 푸쉬업도 오십개씩 하고 플랭크도 5분씩 버티고 와서 선생님! 뭘 더 해야 하나요! 하는 사람이 성과가 안 좋겠나.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건 상담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저런 내담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운이 좋거나

 

박터지는 대학원 상담관련학과 경쟁률을 뚫고, 석사에 합격하여, 장학금 한 푼도 안 나오는 비싼 학비를 쏟아붓고 용돈과 교재비를 대기 한 알바를 뛰면서(상담과는 관련없다), 4학기를 버티고, 혼이 빠져나가는 논문을 수료한 다음, 돈을 바치며 인턴으로 일을 하고(이건 심지어 시간도 왕창 뺏겨서 과외같은 알바가 아니면 일도 못한다. 주 3일이 기본, 주 4, 5일을 나가야 하는 인턴도 있다) 돈을 들여 슈퍼비전과 공개사례발표와 집단상담과 검사교육과 검사슈퍼비전을 받고(다 돈들어간다. 인턴에서 슈퍼비전, 공개사례발표, 검사슈퍼비전까지는 채워주는 곳도 있기는 하다. 부족하면 사비로 채워야 한다.) 인턴이 끝난 후 여기저기 서류를 넣지만 서류에서 광탈당하고 면접을 보지만 경쟁률이 생각보다 치열해서 1년 365일 구인공고가 올라오는 블랙센터에 간신히 합격하여 상담실에서는 온화한 상담선생님, 밖에서는 욕기계가 되는 이중생활을 근근이 이어가며 경력을 간신히 쌓고 쌓고 쌓다가 그 쌓인 경력으로 간신히 이직을 하지만 그 센터가 그 센터임을 느끼고 인생 허무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그렇게 그냥 버티고 살아가고, 버티고 또 버텨서 미니멈 5년에서 평균 10년 후 1급 자격증을 따거나 박사를 들어가거나 한 후에 개인센터를 차리거나 정말 대박이 터져서 교수자리를 잡거나, 센터의 팀장쯤으로 들어가게 되지 않는 이상 그냥 구르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를 때까지 당신의 임금은 고정되어 있을 것이다. 80~180. 앞자리가 2가 되는 기적을 바라지 마라.

 

저 과정을 반복하고 버티고 견디면서 상담자는 점점 의무적인 공감을 하게 된다. 분명히 배울 때는 안 그렇게 배운다. 공감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많이 하고 잘 해야 하지만 그 공감은 본인이 받아보고 느끼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매뉴얼에선 어쨌든 공감을 해 주라고 하잖아?

그래서 공감한다.

 

예시. 선생님...세상이 나만 빼고 다 미친 것 같아요...온 세상이 다 미쳐 돌아가고 있어요. 나는 고독한 한 마리의 늑대와도 같아요. 당신이라고 이런 내 마음을 알까? 크큭 큭...

 

만점짜리 공감, 요구하는 공감은 아래와 같다.

 

저런.. 우리 내담자님, 세상이 다 미친 것처럼 느껴지나봐요. 우리 내담자님이 그렇게 느낀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한 마리 고독한 늑대와도 같다고 말씀하신 것이 저에게도 참 쓸쓸하게 느껴져요... 내담자님이 이런 마음을 이해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과 걱정도 느껴지네요.

 

아 오그리토그리하다.

 

사실 저런 오그리토그리로 공감받는다는 느낌은 잘 안 나지 않나? 하지만 하라니 한다. 그리고 안전빵이다. 내담자의 말을 재서술+이해+상담자의 감정 반영 등등, 아주 공식이다.

 

정답이긴 한데 솔직히 저걸 모든 말에 하자면 머리 터진다. 그래도 어떡하냐 일이니 해야지. 일로 자꾸 이런 머리로 계산된 공감을 입으로 줄줄 읊다보니 공감기계가 되어간다.

공감반응을 하긴 하는데 가슴은 차가워진다.

 

진짜 안타깝고 감정이 움직여서 공감하면 에고 저런.....한 마디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건 기록이 남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말로 해야 한다. 오그리토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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