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제 너와 헤어진지도 1년이 다 되어가네.
시간 참 빠르다. 그치? 넌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시간을 닮고 싶었던건지, 길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나와의 시간들을 끝낸 후 적지 않은 여자들과 짧은 만남을 반복하더라.
그런데, 얼마전 너의 새로운 여자친구가 나의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어. 친하진 않아서 친구라고 부르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너와 그 친구가 만난다는 걸 듣기도 전에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어. 난 그 친구를 4년동안 봐왔지만 요즘만큼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봤거든.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맞다는게 나의 눈 앞에서 증명된거지.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네가 그리워서도, 친구가 미워서도, 질투가 나서도 아니야. 다른 사람에게 잘 의지하지 않는 나의 성격 탓인지 너와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에겐 힘든 일도 아니었고, 너와 사귄다는 이유로 나와 불편한 사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의 모습이 보이는데 어떻게 그러겠어.
다만, 그냥 친구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야. 널 만나기 전에도 이런 저런 사람을 겪어봤던 나와는 달리, 친구는 네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래. 그만큼 네게 기대고, 믿음을 줄텐데 날 져버렸던 것처럼 행동하진 말아줘.
나, 네가 보면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너를 만나면서 많이 힘들었어. 일주일에 두 세번은 일어나는 다툼에, 혹여나 너와 또 싸우게 될까봐 하고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하고 혼자 마음 속에 눌러두었어.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금은 덜어보려고도 했는데, 차마 너에 대한 안좋은 인식과 말들이 생겨날까봐 정말 혼자만 가지고 있었어.
결국 내 속은 썩어 문드러지더라. ‘싸우기 위해 너와의 관계를 시작한 건 아닐텐데’하고 생각하며 우리가 어디서부터 엇나갔는지를 찾아봤는데, 내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너 참 많이 변했더라.
내가 해야할 일이 많아서 못만난다고 하면 교통카드를 챙겨서 나갈테니 잠깐이라도 시간이 날 때 연락하면 5분만이라도 와서 보고가겠다던 네가, 널 만나기 위해 다른 약속들을 취소하고 뭘 입을지 고민을 하던 나에게 약속이 있기 전날 밤, 그저 춥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보기로 했던 영화를 혼자보라고 했지.
나의 통금시간이 너무 이르기에 같이 있을 시간이 부족해서 내가 밉다던 네가, 내 생일에 통금시간이 되기도 전에 드라마를 봐야한다며 집에 먼저 들어갔지.
내 사소한 행동들이 귀여워서, 말을 예쁘게 해서, 남을 배려해서, 볼살이 많아서 좋아한다고 말하던 네가, 나의 얼굴이 아니었다면 날 만나지 않았을거라고 했지.
나의 연락이 늦는 걸 이해할 수 있다던, 다른 점이 있는 건 당연한 거니까 서로 맞춰가자던 네가, 10분만 답장이 늦어도 화를 내며 내가 너에게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게 만들었고, 우리의 다른 점은 하물며 힙합을 좋아하는 나의 노래 취향까지도 내가 이상한거라고 단정지었지.
이것들은 조금의 예시일 뿐이지, 너와 대면하고 있을 때 초기에 편안했던 감정들이 사라져버린지는 오래였고, 눈치 한 번 봐본적 없는 내가 어느새 널 직장 상사 대하듯, 어색한 눈초리로 너의 눈치를 보고있는 걸 깨닫게 되었었어.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을거라고 생각할게.
그 친구는 나와 다르게 똑똑하고 모난 곳 하나 없으니까 너와 예쁘게 만날 수 있을거야.
오지랖이 넓은 내가 조언을 하나만 덧붙이자면 친구에게 거짓말 만큼은 안했으면 해. 네가 거짓말했다는 게 벌써 내 귓가까지 들려오는데, 친구가 알게되는 건 당연한거잖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으니 거짓된 말로 관계를 이어나가려 하지마.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관계는 거짓된 관계에 불과하니까.
또, 나와 만나면서 날 비참하게 만들었던 너와 정말 친하다는 여사친.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단 둘이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는 건 이해받을 수 없는 행동이야. 나에게는 그래도 되었을지 몰라도 그 친구가 애써 널 이해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주제 넘는 말 해서 미안하고,
친구와 네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응원할게.
그 친구로 하여금 이번엔 네가 변하지 않았으면 해. 나를 힘들게 했던만큼 친구를 더 사랑해줘. 네가 어떤 사람이었던,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