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직업이 의사이고, 나의 직장이 병원인데 나는 내가 가진 갑상선암도 추적이 안되고 있고, 신경염으로 인해 팔이 안움직이고 근위축이 왔는데 운동 치료도 제대로 받으러 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환자와의 진료 약속이 우선이니까. 갑상선암이야 뭐 전이도 별로 안되고 그 녀석이 나를 괴롭히진 않으니까 됐고, 어깨는 시간이 지나 저절로 조금 나아졌다. 100프로 기능이 돌아온건 아니지만... 생리 휴가? 병가? 이건 그냥 다음 생애에나...우리의 휴가는 무조건 한달 이상 전에 신청해야 갈 수 있다. 뭐 갑작스러운 사고나 불상사가 아니면 모를까... 의사도 어찌 보면 열정 페이에 감정 노동자이다.
2. (불쾌할 수 있음 주의) 일 하다 보면 쉬지 않고 진료해도 항상 환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고, 진료가 어쩔 수 없이 길어져 대기라도 하게 되면 밖에서는 대기 시간 길다고 난리가 난다. 그래서 화장실 한 번 가기가 힘든데 최대한 참고 참다가 가거나, 진료가 끝이 나면 가게된다. 분명 내가 화장실에 젤 먼저 들어왔는데 나보다 더 늦게 들어온 사람이 볼일 끝내고 먼저 나가고, 이후에 온 사람이 나보다 또 볼일 먼저 끝내고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난 너무 참아서 끝도 없이 나오고. 이럴때 정말 자괴감 든다. 무엇때문에 내가 이렇게 방광을 늘려가며 일하고 있나.
3. 고객의 말을 최우선으로 여기라고 말한 50대 중반의 남자 환자가 있었다. 나를 마치 어떤 고객 관리 센터의 상담원으로 착각 했던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을 진료실에 들어온지 30초도 안되어서 할 수 있지. 무슨 일이었냐면, 초진 환자가 들어오자마자 혈당은요?혈당은 어때요? 하고 묻길래, (혈당 결과 슥 확인하고 정상이라서) 혈당은 괜찮으니 일단 다른 것 먼저 본 뒤에 잠시 후 설명드리겠습니다 했더니 고객의 말을 무시한다며,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그래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지만 나름의 설명 순서가 있고, 그래야 훨씬 결과를 이해하시기 수월할 겁니다 라고 얘기 했더니, 아침부터 재수없다며 성을 낸다. 정말 이상하다. 나와 그분의 관계는 상담원과 고객의 관계는 아닐텐데. 내가 과연 재수 없다는 이야기를 면전에서 들을만큼 잘못한건지. 아님 정말 상냥하게 웃으며 "아 예, 고객님~ 혈당은 ㅇㅇ이니 괜찮습니다~" 해주길 바랬는데 내가 그 기대를 무너뜨려 기분이 안좋았던건지...
4. 또 다른 이야기. 이 나라엔 왜 이렇게 꼬인 사람이 많은걸까 싶다. 영상 검사 결과 그것도 전문가의 판독이 꼭 필요한 심혈관CT 를 판독 결과와 영상 그림 함께 보면서 설명해 주는데, 환자가 성을 낸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삿대질 하며) "너만 전문직이고 너만 영어 해석 할 줄 알아? 나도 전문직이야! 나 ㅇㅇㅇ야!!!!" 이때는 너무 당황스럽고하도 기가 차서 화도 안났다. 차라리 손발이 오그라들며 웃음이 피식 나왔다. 그동안 법조계 전문직들 대하느라 쌓인게 많았나 싶었다. 참 웃긴게, 직업 명예 재산과 상관 없이 인성적으로 훌륭하신 분들은 얼굴에서부터 따 표시가 나고 그런 분들은 아무리 내가 젊은 의사라도 나의 설명과 진료에 대한 견해를 존중해 주시고 경청해주신다. 더 성심껏 진료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딘가에 불만이 많고 화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환자들은 그렇게 가시가 돋혀있다. a를 이야기 했는데 b로 듣는다. 아무리 잘 이야기를 해도 절대 먹히지 않는다.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았었는데 마침 너 잘 걸렸다 싶을 정도로 이유 없이 크게 화를 낸다. 그 불만을 왜 애꿎은 나한테 표출하는걸까. 혹시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어제 오늘 달은 댓글들이 혹시 이런 잘못된 불만의 표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5. 동료 선생님들과 간만에 자장면이나 먹으러 가자 하고 병원 내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탔다. 차선을 완전 무시하고 다니는 중년 여성의 택시 기사였다. 저녁 늦은 시간에 원내에서 택시를 타고 일 이야기를 좀 하다보니 기사님이 묻는다. 의사냐고. 왠지 불편해서 우리 셋다 머뭇거리다 그렇다 하니 자신의 손녀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2킬로 안팎의 초저체중미숙아로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오래 있었다며... 그래도 잘 커서 지금은 같은 또래 못지 않게 잘 크고 있다고. 그래서 우리가 정말 다행입니다 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하는 이야기가, "그런데 입으로 관을 너무 오래 넣고 있어서 목이 다쳤는지 목소리가 너무 허스키해. 그때 병원에서 잘못한거 같아 고소하고 싶어." 우리 셋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초저체중아 키우는데에 얼마나 많은 의료 행위와 간절한 마음 그리고 수많운 손길이 필요했을텐데 그 노력과 수고를 이렇게 무시해버리다니... 그 아이를 케어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간호사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듯 하여 기운이 다 빠졌다. 그리고 이게 사람들이 평상시 의사에게 가지는 마음인 것 같아 안타까웠다.
6. 이외에도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고 나의 진료 과목은 수술 안하는 1차 진료과인지라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에 비하면 나의 것들은 농담 수준이다. (다른 선생님들이 보시면 에이 이정도는 애교지...라고 생각 하실지도)
오늘의 토픽으로 돌아와서... 밥그릇 싸움이라니... 이미 나의 밥그릇은 충분히 작다. 밥그릇 싸움은 밥그릇이 클 때나 하는거 아닌가. 이미 작아질때로 작아진 밥그릇인데... 그리고 현재 의사들은 그들의 생존권 뿐만 아니라 dignity도 위협 받고 있다. 다른 사람의 밥그릇이 커질때 우리의 밥그릇은 변화가 없고 오히려 작아져도 우리가 하는 의료 행위의 존엄성 때문에 버텨왔다. 그러나 다른 사회와는 다르게 우리 사회는 의사를 사기꾼으로, 파렴치한으로, 이기주의자로 더 나아가 적폐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의약 분업도 모자라 포괄수가제 확대와 의료의 전면 급여화라니... 갑자기 탈원전 외쳐 여럿 바보 만들고 큰 금액 손실 낸 것도 모자라 의료 수준까지 하향 평준화 시키려 하고 있다. 의료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의사들을 존중해 주지 않고 환자의 치료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이 어느 수준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모르면 알아보려고라도 해야 할텐데 모두들 감정적으로 의사 끌어 내리기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7. 밥그릇이 더 작아져도 상관없다. 아 사실 상관없진 않다. 왜냐면 나도 예전엔 돈 많이 벌어서 윤택한 삶을 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그 바램은 접은지 오래다. 그냥 남들처럼 월급 제때 받아 카드 값 갚고 가족들과 따뜻한 밥 먹고 등 기댈곳 마련하여 살 수 있음 좋겠다는 바램. 이런 생각도 이런 이야기 할때나 하지 평상시엔 환자들이 제발 혈압 당뇨 관리 잘하면 좋겠다, 금연 하면 좋겠다만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직업을 택한 이유는 변함이 없다. 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 측은지심이 많았고 이 직업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아 실현을 할 수 있고 동시에 타인을 이롭게 하는 직업. 정말 완벽해보였다. 인류에 대한 봉사? 현실적으론 bullshit이다. 모든 의사가 저렇다면, 슈바이처의 위인전은 존재하지 않았겠지. 그리고 의사들도 부양해야 하는 가족과 직원이 있지 않은가. 아무튼, 밥그릇 때문에 의사들이 길거리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거리에 나온 이유는 의사들을 향한 위협이 환자들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8. 믿기 어렵겠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측은지심이 많다. 일명 문케어가 시작되면 의료 재정은 파탄나고 의료의 질 저하는 정해진 결과이다. 그럼 결국 대다수의 환자들이 어려움과 고통을 겪게 될텐데, 불 보듯 뻔한 상황을 앞에 두고 어느 의사가 가만히 있을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의사 자신과 가족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 받는다고 진심을 다해 외쳐도 밥그릇 지킴이로만 치부하니 참 속상하다. 우리의 진심을 아무리 보여줘도 사람들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외면을 한다. 의사도 사람이니 환자 또는 예비 환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호자가 되기도 한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 지금 내세우는 법안은 의사와 환자 아니, 우리 국민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외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나중에 어떤 일이 나타날지...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9. 의사를 사기꾼이라고 한다. 돈 벌려고 쓸데 없는 검사, 비싼 검사를 한다며... 물가가 오를때 의료 수가도 함께 올라 정상적인 상태라면, 의사의 노동력과 수고와 직업의 가치를 인정 받아 보상이 되었다면 비정상적인 의료 행위는 절대 있지 않았을 것이다. 수가도 낮은데, 최선을 다해 공부하여 교과서에 쓰인대로 진료하고, 최신 지견에 따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약을 쓰면 심평원에서 난리이다. 너의 치료 방법을 인정해줄수 없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의사의 의료 행위를 감시하는 심평원엔 의사가 없다. 의사 아닌 이가 의사의 진료 행위에 시비를 논하고, 벌금을 물리고, 인격을 모독한다. 그래서 감사 받던 의사가 괴로움에 못이겨 자살을 하기도 한다. 이게 의사들이 처한 현실이다. 괜히 의사들이 교과서적인 진료를 하게 해달라며 울부짖는게 아니다. 심평원의 그들과 보건복지부 대다수의 그들은 의학 공부를 제대로 한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의료법 제정에 관여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사람들이 선심성 의료법을 공표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사편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의사를 욕하고 있다.
10. 의사는 환자편이다. 의사는 결코 정부나 보험회사의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회가 의사 집단의 손을 뿌리치고 있다. 함께 가야 한다고 애처롭게 울부 짖으며 손을 내미는데 많은 수가 외면을 한다. 의료진은 자신의 환자 몇일 더 입원시켜 경과 보고 싶은데도 정책 탓(포괄수가제)에 어쩔 수 없이 환자를 퇴원시키게 된다. 그런데 환자들의 생각에 이것은 무조건 의사가 매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심 성의껏 수술을 하고 진료를 한다해도 말이다. 어떤 이들은 한 번에 주사 삽입이 안되거나 혈액 채취가 안되는 것을 환자 본인의 혈관 특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의료진의 실력으로, 의료진이 나쁜 마음을 가지고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의료 행위가 단순 의료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악당이 되는 순간이다.
11.왜 이렇게 되었나. 왜 이 사회는 전문가의 노력을 인정하거나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는가. 왜 이 사회는 상대방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배 아파 하는가. 왜 이 사회는 이성을 잃었는가. 희망이 과연 있을까 싶다.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가능하면 봉사하며 삶을 살겠다는 나의 마음은 이미 빛바래고 지친지 오래이다. 열심히 목이 터져라 진료해야 할 의미를 못 느낀다. 기운이 빠진다. 이러려고 그 많은 수업료 내가며, 공부하고 일 하느라 수 많은 밤 꼬박 새워 가며, 튀는 오물 맞아가며, 다른 사람들 꽃 구경 단풍 구경할때 빛도 안들어오는 다인실 당직실에 박혀 있으며, 친구들 데이트 하고 스테이크 썰때 불은 컵라면 먹어 가며 사명감에 불타는 의사가 되었나, 자괴감이 든다. 이러 내 자신이 참 웃프다.
한국에서 욕 먹으며 의사 하느니, 행복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 그럼 너 같은것 떠나버려라 라는 댓글이 달리겠지. 참 속상하다. 진심은 통한다 했는데 쉽지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