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너구리 고양이 키이의 이야기에요.
2011년 당시 마음에 드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 고양이 인터넷 카페에서 검색도 많이 하고 글도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가 키이와 로이들의 사진을 보고 너무 안타깝고 또 귀여워서 입양을 결정했거든요. 남쪽의 지방에서 경기도까지 케이지를 들고 기차를 이용해서 갔어요.
앞의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키이와 로이를 포함한 다섯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펫 숍 앞에 버려졌고 유기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병원으로 오게 되었어요. 스트레스로 모두 범백(새끼 고양이 치사율 90%)이라는 병에 걸렸고 한 마리는 죽고 넷은 살아남았지요. 대단한 녀석들이에요. 그중 올블랙 고양이는 먼저 입양을 가고 노란 고양이 셋이 남은 상태였어요.
사진 속 파란색 화살표가 키이입니다. 인터넷에서 볼 당시에 저 넋 빠진 모습에 연민을 느꼈거든요. 하지만 선택해서 데려온 것은 아니었고 사진의 왼쪽 고양이의 건강 상태로 인해 입양이 불가해서 키이와 로이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원래 두 마리를 입양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하고 갔어요.)
참고로 이 모습이 키이의 평소 얼굴이랍니다. 나름 또렷한 표정이지요. 그런데...
종종 이런 표정으로 일시정지하고 있더군요. 공기가 멈춘듯한 느낌.
눈앞에서 손이 흔들려도 동요없이...
뭔가 엄청 오묘하면서 이상한 표정이죠?
왼쪽 쵸이는 제 술안주였던 오징어 숙회 냄새에 홀려서 끊임없이 저와 아이콘택트을 시도하고 있지만 키이는 딴 생각 중입니다. 키이의 시선이 닿는 곳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멋진 자세로 또 딴 생각.
박스 안에서
네... 맨 위의 동물병원에서 찍힌 모습은 그냥 멍 때리는 표정이었던 거예요.
키이는 사진을 찍으면 눈동자를 돌려서 정면을 안 보거든요. 근데 멍 때릴 때는 다른 차원의 무엇을 보고 있는지 눈을 안 돌려서 사진이 잘 나와요.
몇 년 만에 보는 어색한 사이인 글쓴이의 아버지의 다리에서도 멍~
엄청 친한 척하면서 멍~
멍 때릴 때는 몸 위에 어떤 물체를 올려도 반응이 없답니다. 종이딱지도 올리고요.
핸드폰 닦는 수건도 올리고요.
장난감 막대기도 올리고요. 그리고 놀랍게도 균형을 유지하면서 떨어트리지 않아요.
쥐돌이 막대기
발가락 사이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장난감 막대기...
업그레이드. 캣타워 위에서 멍 때리기.
요즘엔 입도 벌리고;;; 진짜 멍청해 보이네요.
멍 때리는 모습 사진을 찍다가 실수로 플래시가 터졌거든요.
꽥!!! 이 사진 보고 엄청 웃었어요.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 혹시 키이 따라서 멍 때리는 표정을 하고 계시진 않겠지요? ㅎㅎ
주말은 10묘 중 두 놈 데리고 병원도 갔다 오고 정 줄 놓고 쉬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키이도 뒷발로 인사합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