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운석은 약재와 의술에 능한 여자였다.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겨서 그녀는 평범한 궁녀에서 한 경제의 후궁이 되었다.경제는 밝고 똑똑한 운석을 아꼈고 대번에 양인이라는 첩지를 내렸다.갑작스럽게 나타난 운석의 존재가 후궁 비빈들에게는 꽤 불편했다.운석 자신은 황제를 보필하고 자신의 재주를 펼치려 했지만 그것이 그녀들에게는 총애를 믿고 설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특히 미인 소약운은 황제를 좋아하여 더 운석을 미워했다.약운은 자신보다 지위와 권세가 높은 이에겐 공손히 대하고 낮다고 여기면 바로 하대하고 구박하여 궁인들에게 평판이 나빴다.그런데 그런 그녀의 뒤를 봐주는 매첩여 때문에 그녀는 오히려 기세등등했다.매초풍은 경제의 장자를 낳은 여인이었다.
초풍: 오늘은 웬일로 기분이 좋네?무슨 일이야?
약운: 축하드립니다,매 부인.
초풍: 소식도 참 빠르구나.
약운: 폐하는 정말 첩여를 아끼세요.부인의 자리가 어디 오르기 쉬운가요.
초풍: 다 폐하의 은혜고 내 자식의 공이다.내가 한 건 없어.
약운: 겸손하기까지 하시니 폐하께서 믿을 수밖에요.참,이리되면 한양인의 꼴이 더 불쌍하겠어요.
초풍: 어린 태감조차도 네가 한양인과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던데...처신을 좀 잘할 수 없나?
약운: 앗,죄송합니다.그렇지만 한운석을 보면 화가 나요.천한 것이 어디서..
초풍: (부릅)
약운: 아닙니다,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초풍은 마구 입을 털어대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지금은 잘나가지만 초풍도 좋은 출신은 아니었다.그녀의 아버지는 파락호였고 매씨 집안은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그러다 운 좋게 태자였던 경제의 눈에 띄어 양제가 된 뒤 후일 아들을 낳은 것이었다.그녀의 본명 역시 초풍이 아닌 약화였다.그러나 앞으로 과거를 버려두고 잘 살기 위해 꽃같은 이름도 바꿨다.그녀의 독한 마음을 황제는 잘 알지 못했다.이전에,특히 양제였던 시절에 초풍은 총애를 독점했다.황제는 그녀를 매우 아끼며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그리고 그 마음이 서서히 식더니 운석이 나타난 후 완전히 옮겨갔다.초풍에게는 옛정과 황장자의 어머니라는 타이틀만 남았다.티를 내지 않았지만 초풍은 약운만큼이나 운석을 증오했다.
운석은 그런 그녀의 깊은 심사까지는 모른 채 황제의 서고에서 읽고 싶은 의술 책을 맘껏 읽는 데 몰두했다.그렇게 하면 머리 아픈 암투는 어느새 사라졌다.황제는 그녀가 지식욕이 강하다고 칭찬했다.운석은 해맑게 웃으며 폐하를 모셔서 좋은 점이 바로 이런 거라고 답했다.그는 그녀를 귀여워하며 니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거라고 말했다.그녀는 기뻐하며 자신은 공도 없고 출신도 미천한데 이러한 복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황제는 너는 내 보물이라며 당연한 거라고 했다.하지만 운석이라고 현실을 잊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운석의 선배였던 상궁 진상은 넌지시 경고했다.
진상: 소미인은 사실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다만 약간 귀찮을 뿐이죠.하지만 매부인은 심계가 깊고 수단이 다양해서 꼭 조심해야 화를 피할겁니다.
운석: 나도 매부인이 무서워요.그렇지만 내겐 폐하뿐이고 아무런 힘도 없어요.
진상: 폐하의 성총이 제일 큰 힘이에요.그분의 마음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운석: 정말이지 복잡하네요.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진상: 양인에게 제가 보낸 아이 은행은 총명하고 충심이 깊답니다.은행을 수족처럼 잘 부리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운석: 은행....?
진상: 전 후궁들의 싸움을 오랫동안 봐왔어요.그녀들이 바라 마지않는 것은 늘 같더군요.매부인도 그래요.그러니 양인께서는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분수를 지키세요.
은행: 한양인을 뵈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