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는 늘 위험한 곳이었다.서역에서 온 녹의미녀 운가도 모르지는 않았으나,워낙 순수하고 사람들에게 다정해 그 위험을 체감하지는 못했다.명의 온실초는 집안이 운가의 아버지에게 크나큰 은혜를 입었다.그래서 두 사람은 어릴적부터 서로 왕래하며 지냈는데 자연스럽게 실초가 운가에게 남매의 정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됐다.그는 운가가 서역을 떠나 장안으로 가기 전날 그녀에게 가보인 옥주전자를 주며 청혼했다.하지만 운가는 오라버니와 누이 사이로 잘 지내고 싶고 자신은 갈데가 있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실초는 씁쓸했지만 마음을 버리진 못한 채 언제나 오라비로서 너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운가가 위험과 고생을 무릅쓰고 장안으로 가려는 이유는 어릴 적 만난 목 대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목성은 나이는 어렸지만 늠름했고 운가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본디 장안에 사는 그는 훗날 만나러 오라며 웃었고 운가는 약속을 했다.그렇게 세월이 흘러 두 사람 다 장성했고 서로를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실초도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질투도 나고 슬펐지만 그녀가 위험할까봐 본인의 고향인 장안으로 함께 올라갔다.
운가: 이럴 필요 없어.그 은혜라면 이미 오라버니도 우리 집안을 충분히 도와줬는걸.
실초: 난 어차피 장안에 갈 예정이었어.그렇다면 너와 함께 가는 게 낫지.여자 혼자 위험하잖아.그리고 장안은 모리배와 사기꾼이 넘쳐나.
운가: 나도 다 알아.실초 오라버닌 걱정이 참 많아.
실초: 운가,네가 무얼 하든지 난 널 도울 거고 널 위해 행동할 거야.이미 다짐했고 네게도 약속했어.
운가: ..
실초: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난 여전히 너의 실초 오라버니야.
운가: 고마워.실초 오라버니.
운가와 실초는 장안에 도착하자마자 천녕객잔이라는 곳에 가서 식사를 했다.그곳에서 쉬며 한숨돌린 두 사람은 목성을 찾아보기로 했다.하지만 막막한 일이었고 실초는 자신이 부점주인 고월약재점에 가야 했다.운가는 걱정말라며 여기서 쉬며 목성을 찾겠다고 말했다.그가 걱정했지만 그녀는 자신감이 넘쳤다.결국 그는 운가를 객잔에 두고 일을 갔다.
그녀는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목성을 찾았지만 어려운 일이었다.다들 그의 이름을 몰랐고 장안은 너무 넓고 복잡했다.딱 보아도 장안사람이 아닌 그녀를 속여먹는 사람도 있었다.설레어서 장안으로 오던 그 여정보다 운가는 그날 하루가 더 고단했다.그날밤 그녀는 울며 목 대형을 불렀다.그가 자신을 아예 잊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그래도 한줄기 희망만큼은 절대로 놓지 않았다.
다음날 돌아온 실초는 수척해진 그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그러면서 자기가 그 목성이라는 사람을 찾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운가는 대번에 반색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실초가 데려간 곳은 목성의 친구라는 사람의 집이었다.홀로 아기를 돌보던 젊은 부인이 자기가 목성을 잘 안다고 말했다.이름이 옥선이라는 그 여인은 뒤쪽 산에 오두막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그가 산다고 알려주었다.
- 옥선 언니,고마워요!이만 가볼게요.
- 이름이 운가라고 했나요?그동안 목성이 가끔씩 얘기하곤 했었는데.어서 가봐요.
운가는 실초도 보내고 혼자서 산을 열심히 올라갔다.옥선의 말대로 오두막이 있었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그때 목에 시퍼런 칼이 들어왔고 소리를 크게 지를 뻔했다.부스스한 머리에,그렇지만 늠름한 남자는 누구냐고 차갑게 물었다.운가는 내가 그 서역의 운가라며 빨리 맛있는 요리도 해주고 별을 보며 같이 노래도 하고 싶다고 했다.그 말에 그는 칼을 떨어뜨리고 그녀의 볼을 쥐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밤새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는 니가 안 오면 자신이 서역으로 갈 생각이었다고 했고 운가는 날 못 믿냐며 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슬쩍 꼬집었다.두 사람은 몇달동안 계속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허나 강호의 은원은 복잡한 것이었다.류연사라는 여자가 목성을 좋아하며 집착하고 흉계를 꾸민 것이었다.성질 급하고 단순한 그는 연사의 계략에 넘어가 오해를 만들고 그것을 운가에게 털어놓지 않아 또 그녀가 오해하게 만들었다.그에게 푹 빠졌던 운가는 목성과 연사의 혼담이 오간다는 강호의 소문에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운가: 류연사가 누구예요?저번에 그 여자예요?목 대형,지금 나 속이는 거 아니죠,그렇죠?
목성: 너야말로 온 의원과 너무 가까운 것 아니야?불안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
운가: 온실초와 나는 친남매나 다름없어요!
목성: 나도 그래!내가 일전에 연사의 목숨을 구했어.그 뒤로 계속 친하게 지냈어,그게 다야.
운가: 두 사람의 혼담은요....?난 그게 궁금해요.난 확실히 오해라고 믿어요.대형의 답을 듣고싶어요.
목성: 난 산채의 채주가 되는 게 꿈이었어.오래전 사막에서도 내가 얘기했지?연사의 아버지는 날 좋아하셨고 돕고 싶어하셨어.
운가: 그래서요?(글썽)
목성: 류 방주를 따른 건 맞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아냐.난 내 스스로 자유롭게 살길 원해.너와 함께.
운가: 채주가 되기 위해서 류씨 집안을 이용했어요.....?
목성: 그녀와 혼인하지 않을 거야.내겐 너뿐이야.
운가: 난 우리가 심령상통하는 사이라고 생각했어요.그런데 요즘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난 무서워요.내가 아는 목 대형이 사실은 다를까봐.
목성: 운가.단단히 잘못 생각하는 거야.
운가: 다 알아요.나도 다 이해하고 있다구요.그래서...그래서 대형에게 실망했어요.내 사랑은 어릴 적 약속의 환상이었던 것 같아요.
목성: 운가!나에 대한 네 사랑을 부정하지 마.
운가: 지금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이만 갈게요.
목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