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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핀 연꽃

푸른바다 |2008.11.10 22:41
조회 777 |추천 0

 

바위에 핀 연꽃


나무이파리 노랗게 익어가는 단풍산자락을

가을구름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다.

먼발치로 바라본 그 이파리들의 숨결

향긋한 냄새가 들숨에 묻어나기에

고운 냄새의 원천을

오늘은 밝혀보리라 소박한 생각으로

낙엽 쌓여 폭신한 오솔길

낙엽 바스러질까 두려워하며

노승의 정갈한 걸음새로 동심을 안고 오른다.




 

청신한 햇살

따사롭게 펼쳐진 바위등걸에 앉아

산 아래서 묻어온 어지러운 마음을 푼다.

해바라기 나온 한 마리 장끼가

기척에 놀라 숲으로 날아오른 자리

그곳에 꽃이 피어 있었다.

 

바위에 핀 연꽃,

이끼꽃.

파릇한 이파리가 오순도순 모여 꽃이 되었다.

바로 이들이 풀어 낸 무심한 향내가

그 옛날 고운(孤雲)이

산중생활에서 노래했으리라.


솔바람 소리 듣는 것 말고는

귀가 시끄럽지 않고,

띠풀로 집을 이은 곳

흰 구름이 깊었네.

세상 사람이 이곳 길을 알아

도리어 한스러우니,

바위 위의 이끼를

발자국이 더럽히는구나.



더럽힐수 없는 정갈한 연꽃, 이끼꽃.

혹시나 더러운 발자국 따라갈까

이 바위 저 바위 눈으로 가늠한다.

 

저 이끼는 무엇을 먹고 꽃을 피우나

산이 주는 바람

하늘이 내리는 비

땅이 품어내는 마른티끌이

아마도 생명의 자양분일 것이다.

 

바위에서 살아가는 그 험난한 인고의 시간

이끼는 모질게 견뎠으리라.

그래서 고운은

바위 위의 이끼를 밟는 더러운 발자국을

한스럽게 여겼나 보다.

 

 



 

청마(靑馬)는 죽어서 바위가 되리라 했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나를 유혹하여 산으로 불렀던 모든 향내는

억년 비정의 함묵에 생명을 망각한 한 개의 바위와

소리하지 않는 바위에 핀 연꽃 바로 이끼 였던가.

 

무심한 바위와

끝없는 생명의 이끼가

고운 사향노루 냄새를 날리고 있었다.


 

 

한기를 동반한 산그늘에 밀려

이제사 산을 내려 가려하니

산속에서 한 줄기이던 길이

산 밖으로 나가자마자

천 갈래로 갈라 졌다는

고운의 웃음이 나를 두렵게 한다.

 

그러나 바위에서도 꽃을 피우며

모질게 살아가는 이끼도 있을지니

산 아래 길이 만 갈래 갈라져도

나는 한 개의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푸 른 바 다

 

 

 

출처 : Tong - 푸른바다5님의 포토 에세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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