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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방치.

ㅇㅇ |2018.01.11 04:23
조회 332 |추천 1
나는 2년 짝사랑을 했다.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고 딱히 자랑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난 너를 2년 동안 좋아했을 뿐이고 너는 내게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그게 우리의 관계고, 그게 관계의 전부다.


우리가 처음 만난 계기는 무릇 단순하기 그지없다.
같은 반. 첫 짝꿍. 빌려준 샤프.
이 세 가지가 우리를 가깝게 했고, 마침 하굣길이 겹치는 턱에 우리는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이건 내가 지금까지 와서도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의 한켠이다.
좋아하게 된 계기는 우습지만 지금까지 와서 봐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굳이 기억을 되새김질해보자면 비가 오는 7월의 어느 더운 날 우산을 건네준 차가운 손인 것 같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비를 피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 좋은 건지, 아니면 그 차가운 포근함이 좋았던 건지 구별하지 못했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서툰 어린아이였던것 같다.


네가 좋다고 스스로 인정해도 그다지 우리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너는 여전히 다정했고, 나는 여전히 내려주는 햇빛을 받아마실 뿐이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너는 이제 나에게는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대게 사랑에 빠진 증상은 그랬다.
내가 과연 네게 무슨 의미를 지닌 사람일지 수도 없이 고민하며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이 잦아지고. 익숙한 스킨십 하나에도 금세 두근거리곤 했다. '너'를 이런 마음으로 쳐다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딱히 성격이 모나거나 인기가 정말 없는 편은 아니었다.
너를 제외하고도 친하다고 할 만한 이성친구는 꽤 있었고, 가끔 고백을 받는다거나 초면의 이성이 무턱대고 연락처를 물어봐오는 일도 있었지만, 가끔은 흔들릴뻔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참아내고 지금껏 걸어왔다. 아니, 왔었다.


나는 예쁜 것에 눈길이 쉽게 가는 사람이다.
어쩌면 그래서 네가 좋아졌는지도 모른다.
어둡고 흐린 하늘에서 오직 나만 화창했으니까.
너는 너무도 예뻤던 꽃웃음을 지어줬으니까.
내가 덥다고 하면 너는 손부채질을 해주곤 했고,
손이 시리다고 하면 곧 잘 잡아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허물없는 사근사근함이 너를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 더 메워주곤 했다.


하지만 그런 네가 방금 연애를 시작했다.
머리를 한대 세 개 맞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건 네 잘못이 아냐.
너는 좋은 친구였고, 나는 혼자 좋아했을 뿐이야.
너는 분명 좋은 사람이야.
나의 죄목은 관계의 방치일 뿐이야.
애인 진짜 예쁘더라.
나한테 해준 것보다 더 잘해줘.
정말 좋아했었어.


#001-관계의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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