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로 들어서면 고속도로는 위로 오르라고 가파른 길을 보여준다. 경북은 분지의 전형. 차는 오르막으로, 오르막으로 달리고, 해발 높은 곳에서 오는 기압차로 귀는 먹먹해 진다. 어느 듯 길은 청도의 향기만 맡기만 해도 안개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기차를 타고 가다 잠결에서 눈 뜬 곳도 청도. 청도는 지독한 안개와 사랑에 빠졌다. 지금 안개속인지, 구름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인지, 한 여름 소독약 차를 뒤따라가며 내가 소리를 지르는 유년 시절로 돌아와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어쩜 나는 저승의 지옥에서 찜통 속에서 고행 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차들은 전조등과 비상등으로 아우성치며 달리고, 전방은 가시거리가 코앞이다. 차는 아편에 취한 듯 틴들 현상으로 운무하는 순백의 세계를 시간을 잊고, 거리감을 없이 몽롱한 무차원의 길을 거침없이 달린다. 아마 사고는 이런 장소, 이런 시간, 이런 경우에 일어날 것이다. 이리 달리다가 사고 나면 무슨 면목으로 조상을 뵈야할까? 하긴 지은 죄 많으니 묵:墨에 흑:黑 한 점 더 더한다고 죄목이 다 깊어질 것도 없다.
일렁이는 물안개 속을 걷으며 차는 높이, 높이 오른다. 그래 차는 180km/hr.로 달린다. 차는 입에 흰 거품을 물고 단말마의 비명으로 안개 속 공기를 찢는다. 지금 소음으로 CD player의 음악은 감상 불능이다. 조금 더 달려! 엑셀레이터를 밟는다.-안돼 더 이상은 위험 수준이야. 이제 곧 엔진이 터질거라구!-닥쳐 달려봐 할 수 있어-차는 210km/hr.이고 지금은 거리도 잃고 시간도 잊고 무채색의 속도감으로 눈이 시리다. 이대로 차는 산 정상을 넘어 날아갈 지경이다. 넌 KTX가 아니야! 곧 감속이 되고 나는 제 정신을 차리고 180km/hr.의 정상 속도로 돌아온다.
청도에 들어서면 높은 해발로 인한 운무와 더불어 기온의 급강하를 옷깃으로 느낀다. 예민한 알러지에 길들어진 인후부는 부풀어 호흡길을 막고, 코털은 민감하게 자신의 사지를 뒤튼다. 곧이어 코는 막히고, 재치기는 연속이다. 콧물을 훔치기 위한 티슈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것은 뒤따른 제 2의 반작용이다. 아 지독한 청도의 사랑은 나의 눈물이자, 나의 노역과 고통이다.
지금 청도는 안개와 중독된 사랑을 진행 중이다. 지척이 분간되지 않고 차는 운무로 물에 푹 젖어있고 운전대의 내 손도 땀에 젖어 있는지 안개로 적셔있는지 알 수 없다. 청도는 저 안개 속에서 긴 교접을 나누고 싶어한다다. 사정도 잊고 삼박사일로 방울뱀처럼 몸을 감고 몸춤을 나누고 싶어한다. 청도의 몸은 과포화 상태의 안개로 젖고 그 사랑은 그의 타액으로 젖을 것이다. 땀과 타액과 애액의 나눔. 들뜨고 젖은 청도는 몸으로 교감하며 안개를 뿜을 것이다. 살과 살이 나누는 향연. 팔과 배와 다리가 서로 얽혀, 무엇을 찾는 시늉으로 그 몸을 맛보고 싶어한다. 누가 정신적 사랑을 최고라 할까. 몸이 나누는 향연, 그 사랑보다 아름다운 대화를 찾지 못했다. 끝내 허망의 재를 날리기야 하겠지만 시간도 잊고, 직장도 잊고, 가족도 잊은 청도의 정사는 사뭇 장엄하다 할 것이다.
청도 2 터널을 지나면 경산이다. 경산은 대구로 달리기 위한 허리 굽힘의 길이다. 산 정상을 나눔으로 하여 청도와 경산은 날씨가 연결되지 않는다. 터널을 사이로 하여 폭우가 오기도 하고, 쾌청한 푸른 하늘도 볼 수 있다. 지금 경산은 안개의 터럭도 볼 수 없이 시치미중이다. 다반사의 청도와 경산의 이웃간의 불화는 나의 신경에 항상 거슬린다. 안녕 청도. 안녕 경산. 나는 대구를 향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