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랑은 30대 중후반이고, 저는 20대 후반입니다.
올해 결혼 예정이고 결혼 준비하며 동거중이구요
어제 치킨 때문에 파혼한다는 글 보고 제 예랑이 평소 배달원분들이나 서비스직종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대하는 행동과 너무 비슷해서 공감하고 저도 살짝 고민을 했는데요,
이 사람은 더 한거 같아서 글써봅니다.
저희는 원룸건물에 살고 있는데
어제 새벽 3시경에 화재경보가 울렸습니다.
처음에 너무 놀래서 남친에게
우리 얼른 건물 밖으로 나가야 되는거 아니냐며 깨우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괜찮아 저러다 말겠지 그냥 누가 장난친거 같은데?
이러더라구요
근데 경보 소리가 워낙 크니까 저도 불안해서 잠도 못자고 있고,
경보도 좀처럼 그칠 생각을 안하니
그제서야 남친이 옷챙겨입고 나가자고 하더라구요
저는 혹시 몰라서 차키랑 지갑 배터리 등 다 챙겨서 1층으로 남친과 함께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니 건물 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려와 있었고(백명정도 되는거 같았음)
저희는 거의 마지막으로 나온 거 같더라구요
무튼 소방차랑 구급차도 여러대 와있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소방대원분들은 건물 내부로 왔다갔다 하시면서 화재난 곳이 어딘지 체크하시는데
겉으로 보기에 어디 연기나거나 하는 곳은 없었어요
근데 내려온지 한 2분 정도 됐나?
남친이 갑자기 담배피러 갈테니 혼자 잠깐 있으라는 겁니다.
아니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담배를 굳이 펴야겠냐하니
민망했는지 멋쩍게 웃으며 알겠다며 옆에 있더라구요
아 근데 갑자기 또 웃으며 하는 말이
"자기야 여기 사진 좀 찍어봐 ㅋㅋ 이것도 추억인데 얼른 찍어서 남겨야지! ㅋㅋㅋ"
이러는 겁니다.
제가 순간 어이없어서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직 화재가 난건지 아닌지도 모르고, 인명사고가 있을 수도 있는데
지금 그렇게 웃으면서 사진찍을 정신이 있어? 오빠 핸드폰 아까 챙겨왔으니까 오빠가 찍어 그럼"
라고 했어요
어쨌든 화재가 났던 안났던 경보가 울렸고, 사람들 자다 깨서 다 대피한 상태인데
뭐든 찍어두면 나중에 증거로 경찰에 협조할 수도 있고 그런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실실 웃으면서 신난다는듯 이것도 추억이라며 사진찍자는 말을 듣고
뭔가 이건 아닌데 싶었어요
무튼 저 두고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을 찍더니
저한테 와서 신나는 얼굴로
"진짜 별 또라이들 많다ㅋㅋ 어떤 사람 계단 내려오다 놀랬다고 응급실 가야 된다하고 응급차 타더라 ㅋㅋ 이걸로 보상받으려고 머리쓰는거지 ㅋㅋㅋ 어휴 진짜 또라이ㅋㅋ"
이러더라구요ㅡㅡ
평소에도 모든 일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긴 한데
이건 꼬여도 너무 꼬인거 아닌가요..
진짜 놀래서 심장이 아프거나 해서 갈 수도 있는건데..
그냥 대충 아 그래?하고 말았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허겁지겁 계단 내려가다 삐끗하신거였음)
아무튼 소방관분들이 층마다 도시고 확인하신 결과
화재난 곳은 없고 경보기만 작동했다는 걸
소방관분들끼리 무전으로 주고받는 걸 제가 들었어요
제가 조용히 남친에게 말하니,
열심히 사진을 찍다말고 또 담배 피고 오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난리에 사람들도 많은데
다른 커플들은 여친이 놀랬을까봐 옆에서 대화도 하고 계속 같이 있어주던데
너무 짜증이나서 그래 다녀와라 했어요..
좀 떨어진 곳에서 담배 피고 오더니 또 갑자기 얼른 집에 들어가잡디다
아직 소방관들도 저희에게 공식적으로 말해주신게 없었고
제가 지나가는 소방관분들이 무전 주고 받는것만 들은 상태였는데
얼른 들어가졔요ㅎㅎ
그러더니 출입구 입구까지 지 혼자 걸어가더라구요
어이가 없어서 사람들 틈에서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는데
제가 안따라오는걸 보고 저한테 다시 오더니
계속 가자고 아까 건물로 다시 들어가는 사람 몇명 봤다고
그러더라구요..
주변에 아는 주민들도 몇 있고 해서 안따라가고 버티고 싸우는것도 챙피할 꺼 같아서
그냥 모자 푹 눌러쓰고 같이 들어갔네요
집에 들어와서는 본인도 좀 멋쩍었는지
저한테 계속 애교부리고 하는데..
저는 걍 말해봤자 입만 아프고 싸움만 날테니
걍 반응도 안해줬어요
진짜 남편으로써 이 사람을 믿고 살아갈 수 없을 꺼 같다는 생각만 계속 맴돌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혼자 웃으며 사진찍고..
사람들 표정 다 심각한데..(물론 좀 지나서는 다른 사람들도 사진 다 찍고 하긴 했어요)
내가 무서워 할까봐 나를 안정시키려고 웃고 사진찍고 한거겠지 라고 생각해보려해도
걍 아닌거 같아요 제가 너무 예민한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소름인것 같고..
그 어수선한 상황에 여친 냅두고 혼자 담배피러 간 것도 어이가 없고..
배달원이나 대리기사 식당 종업원분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실망한 적 많았지만
이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어요
이 사람 믿고 결혼해도 될까요?
출근해서도 계속 마음이 착찹하네요..